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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홍정욱 인터뷰와 무릎팍 도사

조회 수 1223 추천 수 0 2008.04.20 20:15:40
조선일보 홍정욱 인터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4/18/2008041800888.html


jiva 님이 활자로 된 조선일보 홍정욱 인터뷰를 읽더니 "뭐야 이거, 무릎팍 도사아냐?"라고 말하며 웃었다. 당연히 노회찬을 지지했던 패잔병인 나는 네이버 메인에 올라왔던 그 인터뷰를 차마 정독하지 못했지만, 그의 말에 호기심이 생겨 한번 들여다 보았다. 과연, 그랬다.


jiva 님이 지적하고 내가 동의한 부분은 이 부분.


문 : 누군들 좋아할까마는, 지는 거 너무나 싫어하지요?

답 : 이렇게 말하면 제대로 '안티'가 생길 텐데…. 사실은 져본 적이 없어요."

문 : 벤처 하다 망해 먹었고, 중국 유학 갔다가 중도 포기 한 건 진 게 아닌가요?


여기까지 들으면, 화면이 멈추고, 홍정욱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며, 킬빌의 배경음악이 흐르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action! 이라는 소리가 들리면,


답 : 그건 스스로 잘 합리화했어요.


강호동과 주변 인간들 폭소. 뭐 이런 식.


홍정욱은 약점이 많은 인간이다. 예전에 가끔 본 조선일보 인터뷰는 억지로 없는 약점도 만들어서 공격하는 경우가 많아 보기가 불편했는데, 상대가 홍정욱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약점이 그냥 사실 자체로 주어져 있으니 찌르는 것 자체가 흥미진진하다. 문제는 이 정확하게 약점을 타격하는 질문들이 결국엔 홍정욱에 대한 인간적인 매력을 증폭시키는데 쓰인다는 거다. 언젠가 진중권이 다른 텍스트를 비평하면서 썼던 말을 활용한다면, 이 인터뷰는 풍자의 대상이 되어야 할 홍정욱을 해학의 대상으로 만든다. 그리하여, 결과적으로는 그를 보호한다.


홍정욱의 답변은, 굳이 따지자면 그의 '성공'이 '그의 성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의 '실패'는 그 실패에도 불구하고 다음 도전을 준비할 수 있는 그 자신의 계층적 환경의 문맥에서 '성공을 위한 준비'로 탈바꿈 되니까. 그런 합리화는 억지로 돈 끌어다 자녀를 유학보낸 중산층 기러기아빠의 자녀들이 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유학은커녕 등록금 대기에도 허리가 휘는 서민층의 자녀들에겐 말할 나위도 없고. 인터뷰 기사는 홍정욱의 아버지가 아들의 유학자금을 대기 위해 밤무대를 전전했다는 '사실'을 애틋하게 보도하고 있지만, 이 역시 마찬가지. 기러기아빠들도 그만한 출혈은 감수하고, 기러기아빠가 되지 못하는 서민층 부모들도 자식새끼 때문에 허리가 휘는 건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과 실패는 나뉜다. 이건 심지어 입지전적이지도 않건만, 존경의 대상이 된다.


인터뷰 자체가, 쇼프로그램이 되어 버렸다. 명사들의 약점을 찌르고, 거기에 대한 '인간적인' 변명을 들으며 친근감을 증폭하는 방식이 언제부터 널리 유행하게 되었는지를 나는 잘 알 수 없다. 쇼프로그램을 즐기지 않으니까. 다만 이 익숙해진 코드가 홍정욱과 같은 위인을 방어하는데 유용하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다. 조선일보의 인터뷰는 그 의도에 부합한다는 면에서 볼 때는, 매우 탁월하다. 이것은 정치신인 홍정욱이 아니라 가령 박근혜와 같은 중량급 정치인을 위해서도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용비어천가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미지를 소비하는 대중들 앞에서 정치인을 보호하는 어떤 방식이 탄생한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시즐

2008.04.20 20:26:59
*.236.63.86

게다 홍정욱 약간 독해력도 떨어지는 것 같던데
외국에서 오래살아 그러나 싶을만큼...

일구이무

2008.04.21 06:59:20
*.41.226.197

저는 저 답변이 코믹하다기 보단 무서웠는데, 무언가 목표를 위해서는 목숨도 불사하겠다는 일본무사정신 같은게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홍정욱 인상도, 나는 성공하지 못하면 죽는다 라는 느낌이 풍깁니다. 물론 이게 꼭 잘못 됐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개인적인 "타이틀"을 따는데 그게 집중됐다는 거죠.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좀더 두고봐야 겠습니다.

Jocelyn

2008.04.21 10:10:06
*.246.187.134

불쌍한 인간이라는 생각과 역겹다는 생각이 교차하는 인터뷰였어요.
저렇게 자신을 정당화시키면서 살아야 할까요.
불편한 냥반이구만..

아무리

2008.04.21 12:41:06
*.183.41.8

흠... 인터뷰 기자로는 강인선 기자를 투입했군요..
조선일보에서 신경써서 키우고 있는 차세대의 주역이죠...
아마 최초의 조선일보 정치부 여성편집장을 염두해둔 꿈나무로 보입니다..

이라크 다녀오더니 확실히 세련되어 진듯합니다.

여대생의 이라크 여행 싸이 미니홈피에서
여기자의 이라크 여행일기로 바뀐것 이지만요

세세한 맛의 밸런스를 고려하는 미식가나
영양가를 고려하는 의사들 입장에서는 이런게 불편해 보이기도 하겠지만..

대중들 입맛에는 참 맛있는 요리를 대접하는 요리사죠...

조선일보의 힘은 이런 젊은 기자들과 시대에 따른 스타일의 변화에서 나오는듯 합니다.
80년대에 조갑제가 있었다면 2000년대엔 강인선이 있는거겠죠.

cita

2008.04.22 01:01:33
*.170.108.6

저도 이 인터뷰 읽고 새삼 느꼈습니다. 다부진 문체, 얼핏 공격적인 질문들. 그러면서도 인터뷰이의 인간적인 면을 어필시키는 절묘한 인터뷰 기술. 마지막, 고생해서 뒷바라지 해낸 아들을 자랑스러워하는 평범한 아버지 남궁원에 대한 언급까지. 저조차도 "홍정욱은 인간적이구나"느껴져 오는걸요. 의도를 관철시키는 데에 있어선 무서울 정도로 탁월합니다. 좀 배워야겠어요.

tdkim

2008.04.22 19:26:51
*.86.228.4

강인선씨 기사나 글 읽으면 가끔 헷갈릴때가 있습니다...:-(

현슬린

2008.04.22 20:23:14
*.243.37.151

음...이 인터뷰 쓴 기자 무섭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보면 공화당쪽에서 연구소를 세워서 머리 좋은 애들을 자기네 성향에 맞게 교육된 엘리트라는 느낌?
인터뷰가 정말 무릎팍 도사같네. 톡톡튀고, 상대 약점이나 말하기 불편한 사실도 팍팍 찌르는데 결국 그 모든 결점을 덮어주고 웃음으로 넘기게 하는 놀라운 마력.
무릎팍의 정신이 바로 그거 아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인터뷰를 보고나니 홍정욱이 무섭다
이사람은 마리앙뚜아네트처럼 배고프면 빵을 먹으면 되지 뭘 그래? 라고 말할거 같아.

kritiker

2008.04.22 23:51:35
*.39.252.30

왜 난 강인선이란 이름에서 안드로이드 강을 먼저 떠올린건지;
왕년 소녀만화팬이란...평생...ㅠㅠ

한겨레에도

2009.05.27 21:54:28
*.254.128.137

이런 친구가 나와야 할텐데.

김현진이나 한윤형이가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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