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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혁명의 끝 - 부제 : 택빠의 입장에서 바라본 “택뱅 시대” 회고
 글쓴이 : 윤형  (147.♡.33.158)
조회 : 155   추천 : 0   비추천 : 0  

 *이건 뭐 그냥 ‘입스타’도 아니고 ‘입스타에 대한 입스타’, 즉 ‘메타 입스타’의 뻘글이 되겠음.




소위 ‘택뱅 시대’가 끝난 지는 오래되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시대는 뭐였나, 라는 질문이 가능하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택뱅 투톱은 ‘플토 본좌’를 염원하던 플토빠들에게 던져진 플토 본좌의 대용품이었다.
생각해 보라. ‘택뱅 시대’라는 말은 ‘4대 천황’이나 ‘삼신전 시대’와 같은 수사와는 의미가 다르다. 4대 천황
담론엔 스타들의 인기를 스타판을 위해 조직적으로 재편하려했던 방송사의 욕망이 담겨 있었다. 물론 팬들
이 거기에 동의했고, 그것을 통해 스타판이 성장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삼신전 시대는 말 그대로 무협소설
의 천하오절 같은 것처럼 엇비슷하게 가장 강한 녀석들이 세 명 있었던 시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 시기
엔 오직 이윤열 박성준 박태민만이 우승을 차지했고, 그것도 결승전에서 바로 그 ‘삼신’에 해당하는 상대를
만나서 우승을 차지했다. 



택뱅 시대라는 말도 그런 말인가. 아니다. 이 말은 김택용과 송병구가 가장 강했던 시절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라면 이 규정은 명백히 사기다. 송병구는 양대리그에서 우승 한번 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게 아니라 택뱅 시대라는 말은 김택용이 저그에게 조공을 받고, 송병구가 테란에게 조공을 받았던,
스타리그 탄생 이후 프로토스라는 종족이 누린 가장 호사스러운 황금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송병구가 S급
저그들에 쳐발렸지만 그네들은 김택용이 잡아줬으니 상관없고, 김택용이 MSL 곰3 결승 마패관광 이후 S급
테란들에게 후달렸지만 그네들은 송병구가 잡아주니까 상관없다는 식의 다소 편의적인 시대규정이다. 택뱅
시대라는 규정은 이렇게 처음부터 플토빠의, 플토빠에 의한, 플토빠를 위한 담론이었다. 이 담론 속에서
프로토스는 프징징의 아픔을 넘어 한때나마 최강 종족의 위상을 과시할 수 있었다. 



마재윤은 머씨 왕조를 무너뜨리고 본좌라는 개념 규정을 만들어 냈다. 임씨 테란 왕조와 머씨 테란 왕조
이후 처음으로 다른 종족에게 권좌가 개방된 셈인데, 그렇기 때문에 플토빠들이 ‘플토 본좌’를 염원하고
김택용을 지지했다는 사실은 이미 예전에 다른 글에서 말한 바 있다. 당연히 곰3 결승전 이후 택은 혼자
몸으론 본좌로드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그후에도 프로토스의 우위를 말하려면 둘이 함께
엮이는 것이 필연적이다. 김택용이 아직 본좌 후보였던 시절 송병구의 프로리그에서의 놀라운 활약에도
불구하고, ‘택뱅 시대’라는 말이 가장 뜨겁게 타오르던 것은 그 이후부터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김택용의 저그전과 송병구의 테란전을 합한다면? 그야말로 플토의 본좌 탄생!”이라는 말이 그토록
오랫동안 울려퍼졌던 이유도 그것이었다. 당연히 그런 식의 퓨전은 말도 안 된다. 김택용과 송병구의
플레이스타일은 너무나도 달라서 그런 식의 조합이 불가능하다. 차라리 그보다는 김택용의 스타일에
박정석의 교전컨을 결합한다든지, 송병구의 안정적인 운용에 오영종의 다전제 판짜기 능력을 추가한다든지
따위의 것들을 바라는 것이 더 개연성 있다. (전자가 가능했다면 김택용은 박성균, 이영호, 이제동에게도
지금보다는 더 나은 경기를 보여줬을 것이고, 후자가 가능했다면 송병구도 적어도 한번은 우승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뱅은 같이 엮여서 운위될 때 ‘플토 본좌’의 대용품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택뱅 시대는 언제 깨졌는가? 나의 경우는 3월 1일 곰인비 결승에서 송병구가 이영호에게 졌을 때
이 시대의 종결을 예감했다. 3월 15일 박카스 OSL 결승에서 송병구가 이영호에게 3 대 0 셧아웃까지
당하면서 다시 한번 깨진 후엔 공식적으로 그 시대의 종결을 선언할 수 있었다. 이 개념이 아무리
편의적이라 하더라도, 김택용을 명백하게 앞서는 저그가 등장하는 순간, 그리고 송병구를 명백하게 앞서는
테란이 등장하는 순간 깨질 수밖에 없다. 김택용이 박성균에게 발린 것은, 송병구가 이제동에게 발린 것은
괜찮았지만, 그 역이 되면 말이 안 되게 되는 것이다.



택뱅 시대의 종결 이후 테란에 대한 뱅의 통치는 사라졌다, 그후에 저그에 대한 택의 통치에도 의문이
제기되었다. 최근 그의 저그전 부진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택의 경우 이러저러한 핑계거리가
있었는데, (택까스톰이라서 그랬다는 둥, 4드론이라 그랬다는둥) 택의 반쪽 통치에도 종결이 선언된 것이
최근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커세어-리버를 쓰고도 저그 한상봉에게 프로리그에서 패한 것(4월 21일)이
예견이었고, 어제 이제동과의 경기는 그 예견의 확증이었다. 1경기는 커세어-리버를 벗어나려고 하다가,
5경기는 커세어-리버를 그대로 재현하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깨졌다. 이제동은 비수더블넥에 대한 파해법을
찾았는데, 김택용은 바로 그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달아났다가 최종전에서는 다시 자신의
장기를 시전하여 장렬하게 전사할 수밖에 없었다. (‘듀얼 코어’ 실수는 부차적인 것이 될 듯. 마재윤과의
카트리나 경기에서 택은 초반 프루브를 헌납하는 등 정신줄을 놓고도 이겼다.) 혁명가는 유서깊은 메이데이
에 자신의 혁명이 실패했고, 세계가 그의 등장 이전으로 돌아갔음을 실토했다. 그래서 5월은 바야흐로
프징징이 부활하는 계절이다.



2007년 3월 3일부터 2008년 5월 1일까지, 라고 얘기한다면, 김택용의 저그에 대한 역상성 포스는 그 자체만
으로도 놀랍다. 김택용의 플레이 스타일과 기본기는 저그전에 최적화되어 있으니, 그는 앞으로도 저그에게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자신의 비수류더블넥을 더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의무가
그에게는 있다. 하지만 그가 다시 저그를 통치하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택뱅 시대 이전 토스의 고전적인
투톱이었던 광등을 생각해 보자. 오랜 세월 동안 사랑받았던 그들조차도, 최초의 전성기 이후에 쌓은
커리어는 신통치 않다. 강민은 2회 우승 2회 준우승, 박정석은 1회 우승 3회 준우승으로 오랜 세월동안
각기 지금의 택과 뱅이 근접하기 힘들 정도의 커리어를 쌓았지만, 강민은 이미 1차 전성기 시절 2회 우승
1회 준우승을 박정석 역시 1차 전성기에 1회 우승 1회 준우승을 이루어냈던 것. 그후 그들이 절치부심해서
얻은 커리어는 각기 1회 준우승, 2회 준우승이다. (박정석 너 좀 짱인 듯 ; <- 다시 도진 등빠 모드)



물론 본좌가 아니라도 우승을 쟁취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러려면 1) 난적을 비교적 덜 만나야 하고,
2)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간파당하지 않은 상태라야 한다. 이 규정을 만족시키기엔 올드보다 신예가 유리하다.
택뱅도 과거 올드들이 그랬듯 이제 명경기 제조나 4강 진출 정도의 커리어로 기존의 팬들을 흥분시키는
스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조차도, 광등의 시대에 비해 훨씬 더 빠르게 변화하는 스타리그의 시대에
던져진 그들에겐 힘든 요구일 수가 있다. 그렇지만 택뱅 시대라는 것은 분명히 존재했고, 또한 팬들의
기억속에 남을 것이다. 누구도 그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로써 나는 ‘택뱅 시대’에 대한 묘비문을 썼고 그 관뚜껑에 못질을 했다. 이 사실에 불만을 가질 택빠나 뱅빠가
있을지 모르지만, 어제 오프를 뛰고 밤새 우울해 했던 한 택빠의 감상을 용인해 주길.     

 




P.S 냉동전어의 역설 : 가을에만 해동하기 때문에 생존시간이 길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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