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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10311202344&section=08


SBS 편지 보도 이후 읽은 관련 글 중에 가장 와닿았다. 되도록 전문을 보시길 바라며, 흥미롭게 읽은 부분을 추려 보자면,


"모두 기억하겠지만 2년 전 고 장자연 씨가 주민등록번호에 지장까지 찍고 '저는 힘없고 나약한 여배우입니다'라고 고백하며 도와달라고 남긴 문건이 있었다. 장자연 씨가 자살하면서 유서가 됐지만, 그 문건 자체가 크게 와닿았다. 나 역시 여성이고 대학교수이자 영화 평론을 하는 사람으로서 느꼈던 가슴 아픈 일들, 연예인이 된 제자들을 통해 들은 간접적인 이야기들이 하나로 이어졌다."

(...)

"
당시의 경찰, 검찰의 수사는 면죄부를 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었다. 다만 개인의 문제만이 거론됐다. '그러게 왜 연예인을 하려고 하나', '왜 그것을 처음부터 거절하지 못했나.' 구조에 몰린 여성 연예인을 이해하려는 시각은 없었다. 분명 장자연 사건에는 한국 사회의 구조의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 구조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처벌이 있어야 한다."

(...)

"
원래 장자연 씨가 직접 쓴게 분명한 문건이 있었다. 그 문건이 보여주는 진실이 있고 풀리지 않은 의혹이 있다. 그런데 새로 나온 문건의 진위에만 집중하는 것은 '선정주의'에 불과하지 않은가."

(...)

"
그러나 한국 사회는 법적인 차원에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사회적 차원이 있다. 장자연 사건은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유지된 구조의 파행이 터진 거고 2년이 지나도록 수습되지 않은 거다. 제2, 3의 장자연이 있었고 혹은 제10의 장자연이 있을지 모른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것이 드러나면 좋겠지만 아닐 경우 예전에 '과거사 진실규명위원회'를 열어 억울하게 고문당하고 기소당한 사람들의 위한 진실의 법정이 열린 것처럼 장자연 씨 사건도 '진실규명위원회'가 열려야할 것이라고. 정부 전복 혐의나 정권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야만 정치는 아니다. 이런 것도 정치다. 권력 집단 특히 남성 권력집단의 이중성, 위선을 깰 시발점이 필요하다. 그러한 진실의 법정을 마련하기 위해 저널리즘, 기자들이 끊임 없이 진실을 추구해줬으면 한다. 사법부만 생각하고 여기서 해결하지 못하면 관둘 일은 아니다."

(...)

"지난해 4월에 국가인권위의 조사에서도 나왔지만 가령 이런 식이라는 거다. 이런 상황에 휘말리는 신인들이 대부분 20대 초인데 기획사나 매니저가 일종의 '물주'와의 만남을 주선한다. 거기서 기획사 대표 등이 '연예인을 하려면 세상을 알아야 하고 세상을 알려면 남자를 알아야 한다. 남자를 알려면 성경험을 해봐야 한다'면서 '누구도 그랬다더라. 누구도 스폰서가 있다'며 당연한 '통과의례'처럼 말한다는 것 아닌가.

이 경우 연예인의 선택은 두가지다. 타협하거나 혹은 버티거나. 그런데 버티면 연예인 자체를 그만두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주변에 연예인이 이미 되었거나 되려고 하는 지인들이 있다. 이들은 장자연 씨가 겪은 것과 같은 혹독한 경험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이런 이야기를 한다. 크게 두가지인데 '데뷔를 해서 성공하려면 성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데 어떻게 할까'하는 고민이거나 혹은 '성상납 제안을 거부했더니 더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나와 이야기했던 한 친구는 그것을 거부하고 다른 직종으로 갔다."

(...)

"
장자연 사건 이후 여성 연예인 하려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던데, 다행이다 싶더라."

(...)

"
그래서 그런 모순을 깨고 나오려고 했다는 점에서 장자연 씨를 지금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비리와 비인간적인 작태에 저항하고 나오려고 시도했다. 자신을 위해서나 전체를 위해서나 참 소중하고 중요한 일을 하려고 했다. 그래서 그 죽음이 참 억울하기도 하다. 장자연 사건 이후에 만난 연예계 사람이 '너무 충격이다'라고 하더라. 장자연 씨가 겪은 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폭로하려 했고 자살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들이 보기에는 당시 장자연 씨는 인기 드라마였던 <꽃보다 남자> 조역이었으니까 조금만 더 참으면 주연급으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거다. 그래서 아쉽고 대단하다는 이야기였다. 다른 이들은 '성공한 누구도 그랬대, '스타만 된다면 괜찮아'라며 미친 척하고 그 모든 걸 참는데 장자연 씨는 벗어나려고 했다."


국과수의 발표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이 많은 걸로 아는데, 외려 유지나 교수의 주장 쪽에 길이 있지 싶다. 사실 나는 처음엔 편지가 진짜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역설적으로 이왕 조작하는 건데 그렇게 맞춤법이 틀리고 문장이 안 되는 문장을 썼겠냐는 '심증'이 있었고, SBS가 비록 보도는 안 했지만 필적감정 외에도 편지가 진실이라고 확신한 근거가 있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과수의 필적감정보다도 전씨의 감방에서 발견된 (장자연씨가 보내왔다고 그가 주장하는 편지들과 필체가 비슷한) '아내'와 '아내의 친구'(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의 편지가 이 사건이 전씨의 자작극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이라 하겠다.


게다가  이 인터뷰를 읽고 나니, 주민등록번호 쓰고 지장까지 찍은 문건을 만들어 부조리한 구조에 저항하려다가 그만 자살해버린 그 여성이 전씨가 전한 편지 속에 나오는 '설화 자연'인 거 같지는 않더라. 전씨에게도 억울하게 죽어간 여성의 한을 풀어주겠다는 선의가 전혀 없진 않았겠으나, 그 편지에 자신의 비뚤어진 남성적 욕망을 투영한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나를 포함해 SBS보도에 들끓은 수많은 사람들이 사실상 2009년의 그 사건의 추이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이로서 증명이 된다.


(장자연 사건의 실제 추이에 대해선, http://star.mt.co.kr/view/stview.php?no=2009071008250764721&type=1&outlink=1 이 뉴스가 제일 잘 정돈해 둔 듯하다. 물론 전씨의 전신인 왕첸첸 본좌님도 등장...;;; )


그나저나 "하고 싶은 걸 하니까 그 정도는 참아야지. 그러다 죽으면 자기 책임이지. 왜 안 그만뒀어."라는 말은 장자연에 대해서도 최고은에 대해서도 성립을 하는구나. 이게 우리 사회의 '상식'이란 것이겠지.



덧 : 전씨 편지가 가짜면 조선일보는 그 가짜 편지에다 대고 '스포츠조선 전 사장'이냐고 해명한 거냐 그게 말이 되느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조선일보 사장'이란 말은 2009년 사건 당시 장자연 본인이 쓴 글에서 나왔고 그래서 실제로 조선일보 사장이 수사대상이 되었던 거다. 그건 전씨의 편지나 '장자연 리스트'의 실체와는 별도의 일이다. 그러니까 편지-장자연 리스트-조선일보 관련설은 근거없는 음모론이라고 내가 내내 말해왔던 것 아니겠나. 누차 말하지만 수사에서 조선일보 사주가문과 관련해서 문제가 되었던 건 검찰수사-한겨레신문보도에서 공통으로 지적하는 2007년 10월 술자리의 참석 멤버에 대한 상반된 진술이다. 자세한 얘기는 이 글 참조. 2011/03/15 - [정치/언론] - '타블로의 딜레마'에 빠진 조선일보



으흐흥

2011.03.16 20:05:20
*.205.71.126

깔끔한 기사네요. 문제의 핵심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고...

그람시

2011.03.16 23:59:56
*.21.178.73

어떻게보면 이런 인식전환을 할려면 대한민국 자체를 개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교육에서부터 일상에서부터 남자 여자 역활 구분이 엄격하고 남자는 이래야 한다 여자는 이래야 한다야 한다고 구분을 짓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폭력을 휘둘르고 있거든요 이것은 마치 20대는 애 투표안하야며 꼰대짓하는 386들과 비슷합니다. 자기들만이 민주주의를 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다 보수꼴통이라고 우기는거와 말이죠 패미니스트에 데해서 대부분이 잘 모르거나 제대로 배운적도 없으며 선입견이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이것은 군대문제에 데해서 진짜 지배권력에 데해서 요구하지 못하고 남자들이 약자인 여성,장애인에게 화풀이하는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문제에 데해서 여성부가 삽질하고 일반 남자들의 억울함과 섬새하지 못한 전략도 한몫했지요. 애기하다 보니 옆길로 나갔습니다. 이 문제에 데해서는 진보진영조차도 보수적인데 말이죠 목수정의 야성의 사랑학을 보면 한국이 유럽처럼 될려면 100년이상 걸려도 될지 한숨만 나오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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