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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민폐

조회 수 963 추천 수 0 2009.01.24 08:21:44

우연히 고스트 스팟이라는 프로그램을 아이피티비로 보았다. 지금 시즌3를 하고 있다는데 내가 본 것은 시즌2다. 프로그램은 무당이 전 세계 귀신 출몰 다발지역으로 가서 접신하는 이야기와 국내의 귀신들림 사례를 퇴마사가 가서 살펴보는 이야기 두 개로 구성된다. 접신도 재밌긴 하지만 더 재미있는 것은 퇴마다. 퇴마할 때도 보조자에게 접신을 시켜 귀신의 정체(?)를 파악한 후 퇴마(신령 가료라고 하던가) 활동을 전개한다.


심령프로란 게 원래 그렇듯이 믿거나 말거나이긴 한데 제보되는 모든 사례를 귀신들림으로 설명해서 신뢰감이 떨어지는 느낌은 있다. 어떤 사례들은 그냥 정신질환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반면 정신질환으로 설명되지 않을 것 같은 으스스한 느낌을 주는 사례도 있었다.


제일 웃겼던 것은 '종교령'이라는 것인데, 살아 생전 종교에 심취했던 이가 달라붙은 것이라고 한다. 불당에만 다니던 어떤 처자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횡설수설하고 에이포 지 일곱 장 분량의 이상한 글을 쓰기 시작하는데, 그 글이라는 게 자신이 독창적인 철학을 만들어 냈다고 믿는 할아버지나 왕년의 수군작이 쓴 것처럼 얼기설기했다. "엮이면 되는 영", "엮이면 안 되는 영" 따위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놓고 사람 이름들을 주욱주욱 써놓고 기독교 교리를 갈기 갈기 째어 붙인 듯한 이상한 방언을 글자로 늘어놓는다. 완전히 자신이 세상을 조종한다고 믿는 히키코모리의 모습이다.


만일 이것이 빙의가 맞다면, 지극히 '한국적인' 종교령인 것일 테다. (스캇 펙의 <거짓의 사람들> 읽어보면, 미국에서 구마 의식을 받는 환자들은 자기가 사탄이라고 주장한다. 이것도 문화적 맥락을 많이 타는 모양이다.) 서구 기독교와 전혀 달리 기복신앙적인 성격이 강한 한국 기독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니 말이다.


만일 이것이 빙의가 맞다면, 그 귀신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민폐를 끼치는 셈이다. 귀신 지못미.



P.S 이벤트는 계속 됩니다.

2009/01/23 - [공지] - [찌질한 이벤트] 책 제목을 공모합니다.

HJ

2009.01.24 10:20:58
*.106.202.238

고스트스팟보다 더 무서운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미스터리 X..-_-;

오움

2009.01.24 17:14:51
*.189.202.152

정말 신기한거, 맥아더 장군 귀신이 들렸다던 어느 무당은 영어로 접신을 하더군. 참 신기하였어.

닷오-르

2009.01.24 18:08:49
*.229.122.69

일전에 '예수 귀신'을 모시는 무당도 들어 봤는데 그것도 소개해 주면 재미있을듯...

하뉴녕

2009.01.24 18:26:14
*.108.31.59

HJ// 오오 말로만 듣던...


오움// 맥아더 장군을 참칭하는 어느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듣보잡 미군병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지만... 장군도 병사도 영어를 할 줄 안다는 점에선 동일하니...


닷오-르// 마찬가지로 예수를 참칭하는 어느 개독 유령일 거임... 뭐 그때 종교령 설명할 때, 자기가 믿던 종교의 신을 자처하는 경우가 많다는 식으로 얘기하더군요... 물론 그런 걸 참칭할 수준이면 실제로 힘도 좀 세다는 얘기가 되겠고... 새끼무당에게 엉뚱한 귀신이 들러붙어 고생하는 이야기도 재미있었어요. ('허주'라고 부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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