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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구글 vs 한국정부 감상법

조회 수 1576 추천 수 0 2009.04.17 14:38:41


인터넷의 실명제를 고집하려는 한국정부에 반기를 들고 글로벌 기업 구글은 결국 한국의 서비스를 단념했다. 그래서 우리는 유튜브에 우리의 국적으로 컨텐츠를 올릴 수 없게 되었고, 각하께서도 마치 세계의 통치자인 것처럼 자신의 연설문을 다른 국적으로 올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국내 기업들의 웅성거림이 귀에 들리는지 방통위는 구글의 영업행위 중에 불법적인 것이 없는지 손을 보겠다고 하신다.


대부분 구글이 내세운 '표현의 자유'라는 논점을 가지고 한국 정부를 비판한다. 물론 하나의 올바른 관점일 수가 있다. 하지만 나는 한국의 인터넷 문화가 세계 어느 곳보다도 익명성의 폐해를 노출하고 있을 거라고 '추측'한다. 다른 나라에 살아보지 못해 확신할 수는 없지만, 1) 정보 전달보다는 정서적 공감이 인터넷의 주요 기능인 한국적 특수성과, 2) 좁은 지역에 많은 인구가 밀집해 살기 때문에 피해범위가 상상을 초월할 수 없이 넓어진다는 일반론을 적용해 본다면 말이다. 비유하자면 수분 없이 마른 건초더미가 산더미처럼 깔려 있어 불만 댕기면 활활 타오를 수 있는 그런 상황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인터넷 범죄가 ('문화'가 아니라) 선구적이기 때문에 법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정부와 여당측의 의견이, 그릇되었다고 단언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러한 법적 조치는 파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효과들을 감안해서 섬세하게 논의된 끝에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여당의 문제는 그런 논의를 되도록 피하면서 졸속적으로 법안을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그런 식이니 각별히 구별해서 비판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행동하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법안의 목적이 인터넷의 가녀린 개인들의 구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 2의 촛불'을 막기 위한 안간힘에 있을 거라는 세간의 추측에 확실성을 부여한다.


그렇더라도 표현의 자유만을 가지고 구글의 행동을 예찬하는 것이 사태를 바라보는 정확한 관점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구글이 옹호한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의 가치가 아니라 익명성의 상업주의다. 한국 시장을 고수하는 것보다는, 유저의 익명성 보장을 세계시장을 통괄하는 원칙으로 유지하는 쪽이 자신들의 이윤추구에 더 합당하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계산의 반영이다.


그러므로 한국정부에 대한 정확하고도 아픈 비판은, 자신들은 이념이 아니라 실용주의라고 외쳤던 이 정부가, 시장주의를 옹호한다고 외쳤던 이 정부가, 친기업정책을 외쳤던 이 정부가, 정말로 실용주의적이고 시장주의를 옹호하며 친기업정책을 펴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일 게다. 이들은 언론에 대한 자신들의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상한 규제를 만들어 외국 기업을 쫓아내려 한다. 규제를 없애서 외국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던 이전의 주장과는 얼마나 배치되는 것인가? 한편으로는, 언론법 개정을 통해 언론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얘기와는 얼마나 모순되는 것인가?


이런 지점을 찌르면서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예정된 무능함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erte

2009.04.17 15:46:36
*.166.117.229

오! 이번 사태의 급소를 파고드는 기분인데요!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심 아무개

2009.04.17 15:56:51
*.5.3.22

일등할 수 있었는데....

zeno

2009.04.17 17:02:04
*.229.55.195

브라보!

bigsleep

2009.04.17 17:51:20
*.169.196.2

좋은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결론이 날카롭네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한국이 더 익명성의 폐해가 클 개연성이 높다는 두 가지 근거는 별로 설득력이 없는 것 같네요.

먼저, 한국의 웹 이용이 유독 정서적으로 치우친다는 점도 증명이 필요하지만 그게 범죄 위험 증가의 근거가 될 수 있을지요. 관계 없는 듯하며 큰 문제는 정보 쪽에 익명성에서 발생하기 쉽지 않을까요.

두 번째 조밀한 인구 역시,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네요. 캔자스 깡촌에서 인터넷 하는 사람도 욕 먹으면 기분 나쁘고 촌동네에 소문 돌면 서울보다 더 힘들텐데요. 특별히 인구가 조밀해서 더 위험한 익명 범죄가 있나요?

한국이 선구적인 인터넷 범죄를 막아야 할 "수분 없이 마른 건초더미가 산더미처럼 깔려 있어 불만 댕기면 활활 타오를 수 있는 그런 상황"은 과장이 너무 심한 거 아닌지.

하뉴녕

2009.04.17 18:26:06
*.241.15.63

생각이 좀 다를 수가 있겠죠. 안 그래도 당게에 어떤 분이 비슷한 질문을 주셔서 답을 해 드렸는데, 옮겨오겠습니다. ^^;;



김민재
좁은 지역에 많은 인구가 사는 것이 피해범위를 넓힌다는 게 뭔지 좀 더 설명해주세요. 잘 이해가 안되네요. 인터넷이랑 어떤 관계인건가요?
2009-04-17 14:37:19

한윤형
김민재/ 가령 동영상이 뜨면 건너건너 다 아는 얼굴이란 얘기죠...찾아보기 쉽고...;;;

(싸이월드 등에 너무 많은 정보가 공개되어 있는 것을 별도의 요인으로 말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한국식의 초집중화 사회를 더 편하게 즐기기 위해 만들어낸 시스템이란 생각이 들어서요. 뭐 벙개할 땐 편한게 사실이니까요... -_-;;; )
2009-04-17 14:39:00

김민재
그리고 한국적 인터넷 사용법이 정보전달보다 정서적 공감이 주라는 것도 갸우뚱해요. 이런 건 어떻게 근거를 댈 수 있는건가요? 음음..

2009-04-17 14:40:54

한윤형
김민재/ 그 부분은 제가 시스템을 잘 알면 더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는 못합니다. ㅎㅎ

들은 얘기를 옮기자면 대개의 외국인들의 인터넷 사용은 특정한 스레드를 올려놓고, 거기에 대고 의견을 주루룩 올리는 식이지요. 거기에서도 당연히 이런저런 뻘싸움은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기본적으로 게시판과 같은 맴버십을 부여하지는 않아요. 그런 점에서 형식 자체가 외국 것이 정보전달에 치우쳐 있다면, 우리의 게시판 문화는 정서적 공감의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지요.

블로그가 좀 특이한 경우인데, 외국에서는 그러니까 스레드에 코멘트를 다는 형식을 내 개인의 것으로 변환시킨다고 하면 바로 블로그라는 형식이 나온다고 해요. (이건 이상한 모자 님의 설명이었던 듯한데.) 한국은 그렇지는 않으니까 블로그라는 것이 굉장히 생뚱맞게 출현했죠. 대신 블로고스피어에서도 이글루스 이오공감 등에서 보듯 정서적 공감을 하는 방법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진중권의 <호모 코레아니코스>에서도 분석이 되었던 것 같군요.

그리고 아마도 중국은 한국의 인터넷 문화와 비슷한 방식...이거나 좀 더 심한 것 같습니다. -_-;;; 일본은 잘 판단이 안 서구요.;;;
2009-04-17 14:46:25

Chi
인터넷서비스 보급이후로 커뮤니티 계열의 컨텐츠가 늘 대세였으니까요...^^

음...

2009.04.17 21:22:37
*.154.102.74

제 마음에 쏙~! 드는 글였습니다. 위 글처럼 인정할 건 과감히 인정하고서도 얼마든지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설득력 있게 피력할 수 있다 보는데, 우리 사회에서 그런 글들을 찾기란 참 어려운 거 같습니다...우리나라가 원체 목소리 큰 놈들, 그리고 말 꼬투리 잡는 인간들이 득세를 하는 세상이라 그런걸 까요?? 아무튼 오랜만에 속시원한 글 잘 보고 갑니다.

지나가다

2009.04.18 00:14:59
*.99.14.180

bigsleep // 이글에서는 한국의 인터넷 문화가 정서적 공감대에 토대를 가진다는 주장에 대해 제대로 근거는 대지 못했지만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제 관심 분야의 미국 커뮤니티를 종종 들르는 편인데요. 우리나라와 인터넷 댓글 문화가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일단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메인 텍스트보다 댓글을 더욱 즐겨보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이건 자신과 타인과의 생각을 비교해보려는 심리에서 비롯되는 거 같고 그렇다면 이를 정서적 공감대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요?

미국 커뮤니티는 질문하고 대답하고 거기에 재질문을 하고 다시 재답변의 순환과 반복이 이루어지는 글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처럼 댓글들이 길지도 않고, 한 주제에 대해 몇 천 개씩 리플이 달리지도 않습니다. 또 우리나라는 어떤 글이 나와도 일단 까고 보는 경향이 있지요. 이게 과도해지면 비판을 넘어간 악플이 되는 거고요. 악플이 위에서 윤형씨가 언급한 '정서적 공감대'라고 해석하기엔 지나친 감이 있을 수 있지만 악플도 결국 그 사람의 정서적인 측면에서 출발한다고 보면 이것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엘모군

2009.04.18 15:08:28
*.33.61.126

흥미롭고 예리한 글 잘 보았고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것과 상업성을 옹호하는 것... 그 두가지를 별개의 이념으로 분리하여 지켜내는 것이 이시대에 유효하고 유용한 것일까요? 스타벅스가 온전한, 생산과정에서의 착취가 없는 '온전한 커피?'만을 사용한다는 것도 상업성의 발로일 터이고 그럼에도 우리는 이러한 도덕적으로 '옳바른 소비'를 구매하고 있지 않습니까. 윤영님은 이러한 중첩된 욕망을 부정하는것이 맞다고 보시는 건지...아님 현상의 이해를 위해선 분석적시각이 필요하다고 보시는 것인지... 말하자면, '도덕성을 가장?한 상업성'을 소구하는것이 비판을 받아 마땅한 것으로 보는것인지요?
참, '키보드워리어의 전투일지'는 잘 읽어 보았습니다.^^

하뉴녕

2009.04.18 21:04:09
*.139.79.204

이 사건에서는 상관이 없는데 종종 블로거들이 얘기하는 표현의 자유 논의에 제가 동의를 못할 때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

무뇌한

2009.04.18 15:06:57
*.153.186.183

오~ 오늘 처음 방문한 블로근데 글이 날카롭네요...


우리 정부가 구글과 전면전을 벌일 경우 구글이 세계에 더 많이, 빨리 주장을 전파할수 있는 영향력을 지녔기 때문에 백전백패 라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김연아 선수와 WBC야구 대표팀의 국가 브랜드 및 이미지 홍보 효과의 가치가 1조원이 넘는다고 설레발을 떨었는데,

방통위가 구글의 위법 행위를 찾아내어 처벌을 할 경우에도(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1조원에 맞먹는 이미지 실추 효과가 있을거라고 예상되네요...ㅋㅋㅋ

데학생

2009.04.18 21:22:42
*.132.176.225

실제로는 이윤을 위해 '대의명분' 을 앞세우더라도, 일단 꼬투리 잡힐 일을 굳이 애써서 만들 필요도 없고 차악을 피해 최악으로 치달을 필요도 없죠. 귀축영미에 맞선다는 명분과 대동아공영권이라는 기획의 명분이 좋더라도 일본의 식민지배가 정당화 되는건 아니니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궁금한건, 만약 2MB 의 주장대로 한-미 FTA가 체결된다면 저런 사태가 일어났을 경우 투자자-국가 제소권에 의해 정부에 몇백억 달러짜리 소송이 걸리게 되지 않을까요 -_-;;
좋은 지적 잘 읽었습니다.

Sean

2012.05.03 02:40:33
*.251.194.242

미친거 아닌가?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건지 아닌지?  그냥 한국 공산민주공화국에서 살다 뒤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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