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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노무현 시대'를 돌이켜보는 좀 더 긴 이야기는 다른 지면에서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건 그냥 오랜만에 감상적인 글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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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정말로 대한민국을 통치했을까 463호



박연차 리스트’가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측근들과 친형이 모두 연루되었고, 아내 권양숙 여사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해 보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자신이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도덕성에 대한 강조는 유별났다. 인권변호사의 이력으로 국회에 입성했고, 1989년 5공 청문회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명패를 던지며 청문회의 스타가 된 것이 그였다.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일군의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했고,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경선결과를 흔들려고 하자 지지자들은 ‘희망돼지’를 통해 그를 지원했다. 그는 “불법정치자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그의 최측근들은 자신들이 깨끗한 돈만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다고 강변했다. 취임 후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그 말은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고, 그러자 그는 “한나라당의 십분의 일이 넘으면 대통령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공언했다.


측근의 금품수수 사실이 드러났을 때 재신임 카드를 던졌고, 친형 노건평씨의 청탁 의혹에는 “좋은 학교 나오신 분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머리 조아리고 돈 주지 마라.”며 돈을 줄 사람을 비난했다. 꼭 그것 때문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돈 준 이는 수사 도중에 자살했다. 변양균의 의혹이 터졌을 때도 “언론이 깜도 안 되는 것을 갖고 소설로 쓴다.”고 말했다가 비리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사과하기도 했다.


참여정부의 시책 대부분에 동의하지 않았던 사람의 눈으로 봐도 그의 몰락은 드라마틱하다. 퇴임 이후 한때 ‘노무현 바람’이 불었던 적이 있다. 봉하마을에 위치한 그의 사저로 방문객들이 물밀 듯이 몰려왔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염증과, 퇴임 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방문객을 받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신선함이 그 원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퇴임 후 그의 정치세력을 유지하기 위한 일환으로 ‘검은 돈’이 흘러들어왔음을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는 보여준다. 노무현은 봉하마을에서 방문객들에게 “대통령 할 때는 싫다더니 이제는 또 좋대요~.”라고 연설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하지만 형 건평씨에 대한 의혹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그는 더 이상 방문객들을 받지 않았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때도 심경이 불편함을 이유로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제 그는 장례식이 아니라 수사에 나와야 할지도 모르는 처지가 되었으며, 봉하마을엔 방문객이 끊겼다.


참여정부 실세들의 ‘검은 돈’ 수뢰내역이나 과정을 보면 착잡한 느낌이 든다. 민주화 이후에도 비리 사건은 줄곧 터졌지만 그 액수는 그럭저럭 줄어왔던 것처럼, 그들이 받은 금액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는 아니다. 우리가 정권을 잡았으니 이 정도는 꿀꺽해도 티도 안 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지지자들이 노무현을 옹호할 때 흔히 말하듯,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그곳에 입성했으면서 자신들의 비리가 다음 정권 때 발각되지 않으리라고 여겼던 걸까. 권력상층부에서 고립되어 삼성경제연구소와 관료들이 하는 말이 옳다고 믿으며 나라를 통치했던 그들이 과연 지난 5년간 대한민국의 통치자는 맞았는지 문득 의심이 든다. 김용의 무협소설 <소오강호>를 보면 주인공 영호충이 마교 교주 동방불패를 쓰러뜨린 후 새로 교주가 된 임아행을 쳐다보면서 그와 동방불패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의문을 품는 부분이 나온다. 바뀌는 것은 사람 얼굴일 뿐, 본질은 아니라는 생각이 냉소주의자뿐 아니라 상식인에게도 밀려올 것이다. 게다가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들어간 그들이 그랬다면.


정치에 희망을 품기 위해서라면, 소수의 선명한 개혁세력을 밀어서 그들이 많은 것을 바꾸어줄 거라고 믿는 그 기대 자체를 바꿔야 할 것 같다. 문제는 훨씬 더 본질적이며, 해법도 훨씬 더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그를 옹호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지만, 노무현만이 문제는 아닌 것이다.  

     

학생논단의 글은 본지와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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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ㅣ 2009-04-13 (08:04:53) 지난기사보기

마란

2009.04.13 23:50:20
*.108.175.163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을...^^

웅스♡

2009.04.14 02:58:33
*.236.49.112

"비밀글입니다."

:

zeno

2009.04.14 09:47:01
*.229.55.158

평소의 글에 비해 파괴력은 덜하지만 깔끔한 것 같네요. ㅎ 잘 읽었습니다.

파도

2009.04.14 12:01:04
*.41.248.204

짤방이 인상적이네요 개와 돼지 국회의사당.

이승환

2009.04.15 05:58:53
*.96.235.114

이번 박연차 게이트는 노무현 지지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충격적입니다. 윤형 님 글에서, 그런 감정을 억누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독자

2009.04.15 17:13:30
*.91.97.249

통치했지. 지금도 마찬가지로 MB의 통치를 받고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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