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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막걸리의 귀환?

조회 수 1096 추천 수 0 2009.03.23 23:42:16

섞어마시기와.. 신촌 코코이루


EXmio 님보다는 약간 더 주량이 있는 편이고, 섞어 마시는 소주를 좋아하지도 않아서, 가벼운 지갑으로 음주를 즐기려면 좀 다른 정책을 취해야 한다.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1) 나가서 먹느냐와 2) 집에서 먹느냐. 돈 아끼려면 당근 2번을 택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분들도 많겠지만... 1번은 아주 적절하게 활용하면 얻어먹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것은 물론 '주종'인데, 나가서 먹을 경우엔 압도적으로 소맥이 가장 싸게 치는 것 같다. 집에서 먹을 경우엔 소주 값이 식당가와는 비교할 수 없이 싸므로, '땡소주 러시'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다. 그러나 도수가 18도 대까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나처럼 도수 높은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이에게 소주는 등심/삼겹살 등의 고기나 적당한 국물 안주가 뒷받침해주지 않을 경우 함부로 택하기 힘든 선택지다. 최근 소고기는 대충 1근에 2만 5천원 가량, 삼겹살-목살은 간신히 1만원 안쪽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이렇게 챙겨먹는다고 치면 꼭 싸다고 볼 수도 없다. (물론 이렇게 먹으면 맛있기는 하다.) 요리를 못하는 이들이 인위적인 국물 안주를 원할 경우 편의점에서 파는 4천원대의 인스턴트 찌개 시리즈를 택할 수 있는데, 부어라 마셔라 모드인 경우엔 별 상관없지만 생활인의 처지에서 보기엔 다음날 속아프기 딱 좋은 조합이다. 이 경우엔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맞는 듯.



맥주는 "이것만 마시고 자겠어." 따위의 허영심과 함께 택해야 할 술이다... 뱃살과 재정파탄을 원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 허영심이 실제로 몸을 컨트롤하게 되는 경우는 잘 없다. 가격 대비 성능으로 본다면 반드시 맥스를 택해야 하고 물론 주구장창 맥스만 마시고 있긴 하지만, 어떤 경우엔 그냥 단골집에 들어가 500 한잔 걸치고 나오는 쪽이 더 싸게 먹히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은근히 막걸리가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소주가격이 인상되는 추세이고 하니 슈퍼에서 사면 대략 한 병당 1,100원인 서울 생장수 막걸리는 한층 매력적이다. 소주에 비하면 부담없이 들이킬 수 있지만 대략 4병, 그러니까 4,400원이면 흠뻑 취할 수 있다. 식당에서 소주 2병을 못 살 돈으로 취할 수 있는 거다. 더구나 막걸리 안주는, 거의 자취방에 남아 있는 아무 음식이나 택해도 된다는 정도다.



2-3주쯤 전에 밥에다 물을 말아 먹으며 김치 하나 꺼내들고 막걸리 4병을 들이켰는데, 막걸리는 이런 식으로 마셔도 '막걸리 답다'. 경제위기의 시대에 애주가들은 저렴한 음주를 즐기며 지나친 육식을 피하기 위해 다시 우리의 전통주를 택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시중에서 파는 것은 물론 서울 생장수 막걸리만 택해야 한다. 다른 것과는 차이가 크고... 대개 슈퍼에서만 팔지 편의점에서는 팔지 않으므로 밤이 깊어가기 전에 미리미리 사두어야 한다.




P.S 내가 '술 포스트'를 쓴다는 건, 요즘 들어 술을 별로 마시지 않는다는 소리다.

P.P.S 새벽에 편의점에 갔다가 집 앞 편의점에서 서울생장수 막걸리를 팔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금주 라이프 최대의 위기다...

마재윤

2009.03.24 02:12:06
*.139.11.164

이 사람은 만날 술만 마시는 것 같더니 이런 식으로 괴로워하네요.

홍선생

2009.03.24 09:03:01
*.241.126.234

저도 알콜냄새 끼쳐서 소주 싫어하는 1인...ㅎㅎ 막걸리님이야말로 최고!이시죠!

exmio

2009.03.24 09:36:16
*.254.71.158

전 허영성 음주인간이라 요즘은 '진로와인'을 사랑하여 냉장고에 사뿐히 계신다는..

내가 들은 윤형님은 절대 술을 못 드시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읽다가 '아하하- ' 계속 웃었습니다. 먹걸리는 예전엔 못 먹었는데 술술 들어가더군요. 날 풀리면 어느 공원에서 막걸리나 마셔요.

하뉴녕

2009.03.24 10:32:01
*.46.102.114

안 그래도 그 진로포도주 덧글 읽다가 뿜었소.

소주에 포도즙 섞은 듯한 그 '진로와인'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님이 하는 짓은 대충 내가 2003년도쯤에 했던 짓이라오.

진로포도주에 황도 사서 벌컥벌컥 마시면서 와인에 과일을 먹고 있는 거라고 스스로를 속였...( ;;; )

Jocelyn

2009.03.24 10:21:20
*.246.187.134

갑자기 왜 안 어울리게 금주냐능! ^-^
술먹자. 아흐리만 금단증상 일어나고 있다능!

막걸리도 좋지만 소주를 마시기 위해 '싸게 끓일 수 있는 국물안주' 하나를 배워놓는 게 어떠하리? 콩나물 라면이라든가...

이상한 모자

2009.03.24 11:32:00
*.50.160.205

싸게 끓일 수 있는 국물안주

1) 김치찌개
- 김치를 넣는다.
- 물을 넣는다.
- 돼지고기를 넣는다.
- 끓인다.

2) 쇠고기 미역국
- 물을 넣는다.
- 쇠고기 다시다 (또는 쇠고기)를 넣는다.
- 끓인다.
- 미역을 넣는다.
- 간을 한다.
- 끓인다.

3) 조개탕
- 물을 넣는다.
- 조개를 넣는다.
- 끓인다.
- 간을 한다.

4) 김치미역돼지고기돈까스조개탕
- 물을 넣는다.
- 조개를 넣는다.
- 김치를 넣는다.
- 돼지고기를 넣는다.
- 끓인다.
- 미역을 넣는다.
- 끓인다.
- 돈까쓰를 넣는다.

하뉴녕

2009.03.24 16:38:38
*.139.194.22

ㄷㄷㄷ...

요즘 쇠고기 미역국은 몇번 끓여봤는데 좋더군...

국거리 쇠고기를 참기름 / 다진마늘 / 간장으로 간하고 먼저 살짝 볶은 후 불린 미역 넣어서 같이 볶고 그 다음에 물부어서 더 끓이고 나중에 다진마늘 / 국간장으로 다시 한번 간하는 그런 시스템으로 하고 있음...

이것과 비슷한 난이도의 국이나 찌개를 알아보아야겠다능...ㅎㅎㅎ

고양이

2009.03.25 12:43:45
*.140.136.168

몇 년 전 똑같은 제법을 가르쳤을 때 님이 "복잡해!"라고 비명을 질렀던 기억이...ㅎㅎ

가장 간단한 건 미소된장국. 물에 미소를 풀고 끓이다가 씻어나온 잔미역을 한숟갈 넣고 끓이면 됩니다. 팽이버섯은 옵션.

시만

2009.03.24 16:03:17
*.99.62.34

정말 처절한 고민이넹 ㅎㅎ
가끔 돈 모아서 화랑 질러보라고 선동하는 바요~.

하뉴녕

2009.03.24 16:41:16
*.139.194.22

녹두에서 술먹은 지가 백만년쯤 되어 화랑이 뭔지도 잘 기억이 안 난다능...;;

파도

2009.03.24 16:31:00
*.41.248.254

위에 "김치미역돼지고기돈까스조개탕" 손발이 오그라드네요

하뉴녕

2009.03.24 16:41:29
*.139.194.22

ㄷㄷㄷ...;;;

이택광

2009.03.24 21:50:50
*.161.173.90

아, 이런 내용을 이렇게 진지하게 쓰다니...데카당스하네...

ㅇㄴㅁ

2009.03.24 23:52:17
*.207.92.154

베리 베리 유즈풀 글

zeno

2009.03.25 00:54:52
*.95.6.98

아, 막걸리에는 또 순대국이 ;ㅁ;
먹다보면 중독되죠 ㅠㅠㅋㅋ

kritiker

2009.03.25 01:13:03
*.200.145.121

치킨+라면+정종...이 시간에 나 뭐지-_-

고양이

2009.03.26 01:02:42
*.140.136.168

간단하게 적어본 국 요리법

1. 쇠고기 무국

냄비에 국거리 쇠고기를 넣고, 무를 납작납작하게 네모로 잘라 넣습니다.

그 다음에 국간장과 참기름과 마늘을 넣고 볶습니다(맵게 먹으려면 고춧가루를 같이 넣고 볶기도 합니다). 물 넣고 끓입니다. 파 썰어넣고 간 맞추고(소금이냐 간장이냐는 옵션) 다시 한번 끓여서 먹으면 됩니다.

2. 김치찌개

돼지고기 넣고 김치 잘라넣고 참기름과 국간장을 넣고 볶습니다. 고기가 볶아지고 김치에서 자작하게 물이 나올 때가 되면 물을 붓습니다. 푹 끓이다가 파와 두부(옵션)를 넣고 끓여 먹습니다.

3. 북어국

마른북어에 물을 살짝 부어 적십니다. 북어가 녹녹해지면 냄비에 넣고 국간장과 참기름과 마늘 넣고 볶습니다. 볶아져서 꼬부라지면 물 넣고 끓입니다. 끓으면 간 맞춘 다음 파 넣고 두부 넣고 계란을 풀어서 넣습니다. 후추는 옵션.

4. 조개국

서너 시간 해감(간간한 소금물에 집어넣고 모래 빼는 것)을 합니다. 모래가 빠지면 냄비에 조개 넣고 물 붓고 끓입니다. 끓어서 조개 입이 벌어지면 마늘 넣고 간 맞추고 후추 좀 칩니다. 끝.

쉬운 국만 초간단으로 적었어요. 하나씩 해먹어보시길. ^^

하뉴녕

2009.03.26 20:24:27
*.139.194.22

감사하빈다 :) 뭇 자취생들의 귀감이 될 덧글이로군요...ㅋㅋㅋ

한민형

2009.03.26 10:21:29
*.150.210.179

그 놈의 금주 때문에.... 그 것만 아니었으면 3일 연짱 술 펐을텐데...ㅠ

왜 부대에선 막걸리밖에 안 주는건지...그것도 많이도 안 주고...ㅠ

하뉴녕

2009.03.26 20:24:59
*.139.194.22

이놈... 이 세상에 행군 후 막걸리만큼 맛있는 것이 없거늘...ㅋㅋㅋ

ssy

2009.03.26 19:08:46
*.109.154.60

편의점 셋 중 하나 정도는 팔지 않나 싶다. 역삼에서 합숙할 때조차, 조금 멀리 떨어진 큰 편의점에는 있었음.
안주 관련 댓글들은 나이스 한듯. "김치미역돼지고기돈까스조개탕"은 ㅎㄷㄷ..

하뉴녕

2009.03.26 20:25:07
*.139.194.22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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