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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이문열씨, 노무현은 히틀러라구요?

조회 수 1711 추천 수 0 2004.01.29 02:45:00
이것도 진보누리에도 올리고 블로그에도 올린 글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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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세기 초반 독일 남부도시 뮌헨에서 히틀러라는 끈 떨어진 하사관이 나치당을 조직했을 때 독일의 모든 지식인들이 비웃기만 하고 아무일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어땠나. 나는 그런 독일 지식인들의 우를 다시 범하고 싶지 않았고 역사의 대세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 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으로 들어간 이문열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맥락빼놓고 텍스트만 두고 보면, 사회참여에 투철한 훌륭한 지식인의 발언이다. 게다가 공천심사위원들이 은근히 전국구를 바라는 행위를 질타했다고 하니 진정성도 엿보인다.


그런데 결국 위 말은 '노무현=히틀러'라는 소리 아닌가. 나는 순간 당대의 베스트셀러 소설가 이문열씨가 진보누리까지 찾아와서 아흐리만의 "왕당파와 파시스트"(누리베스트에 가서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를 읽은 줄 알았다. 노무현과 그 지지자들이 파시즘 코드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는 이미 내가 이전에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노무현이 히틀러라는 결론이 나오겠는가. 노무현이 히틀러와 닮은 점이 없기는 하겠냐마는, 그런 식으로 따지면 이문열에게도 히틀러와 닮은 점이 있고, 두 사람 모두 역사상의 수많은 위인들과 '얼마간은' 닮은 점이 있을 것이다.


이문열의 그간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대중선동 정치"다. 이문열이 히틀러가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가 전체주의자 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권력이 "대중선동"을 통해 창출된다는 데에 있다. 나는 그의 주장엔 원론적인 관점에서 '반만' 동의한다. 나는 선동은 좋아하지 않지만, 대중은 좋아한다.


이문열은 대중선동을 배격하고 무엇을 추구하는 것일까? 물론 자신같은 '대인'들이  사회의 여론과 문화를 주도하는 일종의 엘리트 교양국가를 꿈꿀 것이다. 나는 엘리티즘 자체를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인류의 계승할만한 문화적 가치들을 체득한 사람들이 사회의 본보기가 되는 것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지식인 이문열'이 가진 것들이 그런 '계승할만한 문화적 가치'인가다.


전혀 그렇지 않다. 이문열이 소설가로는 뛰어날지 몰라도, 그의 사회에 대한 관점은 진중권의 조소대로 16세기에 머물러 있다. 그가 원하는 세상은 충신들이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인들이 '가문의 영광'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영남 남인 출신의 양반 남정네들이 존경받는 세상이다. 이런 것들은 '전통'이라고 부르지 않고 '인습'이라고 부르는 법. 이문열과 일부 유림들과 함께 지구를 떠나야 마땅할 그런 가치들이다.


그런 형편이니 이문열의 엘리티즘은 얼마나 엽기적인가. 노무현이 비록 가방끈이 짧고 대중들을 감성적으로 조직할 지라도, 그 대중들은, 아니 노빠들은, 최소한 이문열의 그것보다는 훨씬 건전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만일 노무현이 히틀러가 맞다면, 이문열은 히틀러보다 더 나쁜 무엇이리라. (잘 떠오르지 않는다. =.=)


히틀러에겐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그가 일종의 사회의 낙오자로서, 대중의 감성적 지지를 업고 집권하여, 독일의 융커계급을 쓸어버린 파괴적인 측면이다. 그가 서민들의 지지를 받은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으며, 덕분에 독일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지주들의 방해없이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물론 그가 바이마르 민주헌정을 파괴한 반동혁명가이며 전체주의자라는 사실이다.


이문열이 두려워하는건 노무현이 가진 이미지가 히틀라의 첫번째 측면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결코 두번째 때문이 아니다. 두번째가 문제라면, 박정희와 전두환과 그 잔당인 한나라당이 문제다. 노무현이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비록 노무현과 그 지지자들이 파시즘 코드를 가지고 있다고 보지만, 이문열이 노무현을 히틀러라고 칭하고 게다가 그것을 '욕'으로 사용하는 데엔 반대한다. 이문열씨에게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권고하고 싶다. 하나는 우리 사회의 존경받는 엘리트가 되기 위해 사회사상 쪽 교양을 업데이트하는 일. 다른 하나는 엘리티즘을 이론적으로 '주장'만하고, 본인이 엘리트라고 우기지는 않는 일. 그러지 못한다면 앞으로 시사쪽엔 신경을 끄시고 되도록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삼아 계속 소설이나 쓰시길 부탁드리고 싶다. 그의 후기작들은 비록 문학적 가치는 떨어지나, '옛날엔 이런 주장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문헌학적 가치는 충분한 것 같다. 건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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