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악마를 찾아서.

조회 수 1643 추천 수 0 2003.03.27 16:40:00
진보누리에 우툼노의 멜코르로 올린 글.

-----------------------------------------------------------------------------------
예를 들자면 이런 얘기. 라면 끓여먹고 졸려서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다. 갑자기 악마가 들어와 나를 깨웠다.

"오른팔을 하나 잘라줘. 안 그러면 네 친한 친구 ***를 죽이겠다."

그래서 눈물콧물 찔찔 짜면서 오른팔을 잘라주었다. 잘했지?

잘했다. 그 친구가 사기꾼이 아니라 진짜 악마라는 가정에 한해서 말이다. 왜냐하면 악마는 우리 일상의 인과론에 제약받지 않고, 계약의 인과론을 실행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악마는 말에 종속된 존재, 계약을 반드시 실행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노무현이 잘했다는 얘기는 노무현이 악마와 계약을 맺었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그러니까, 노무현이 부시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이라크 전쟁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기로 하면, 한반도의 전쟁위협을 없애주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악마의 계약서에 사인했다는 것이다. 부시가 아무리 마음을 착하게 먹으려 해도, 북한이 깨작깨작 거리면 강경파들의 요청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악마라면 부시와 김정일의 마음까지 확실히 통제해서, 일상의 인과론을 넘어 계약의 인과론을 실행시켜 줄 것이다.  

그런데 이 악마는 도대체 누굴까? 판타지 문학의 상징을 한몸에 구현하고 있는 이 매력적인 존재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제정신 가지고 부시가 악마라고 주장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Bush is sauron]이라는 구호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사실 사우론은 이 멜코르의 하수인에 불과한데) 그건 부시의 탐욕성을 고발하는 비유에 불과하다. 인간에게 계약서를 들고 설치는 악마가 되려면, 적어도 평균적인 인간 수준 이상의 언어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부시에게 평균적인 인간 수준 이상의 언어능력이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므로 부시는 악마가 될 수 없다. 솔직히 제네바협약과 교토의정서를 내팽겨친 [악마]가 전화통화 계약을 준수할 것이라고 믿는 건 코메디가 아닐까?

그럼 악마는 어디에 있을까? 노짱이 일상의 인과론을 버리고 계약의 인과론을 향해 달려나갔다면, 분명 악마는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겸손한 유시민. 자신은 노짱의 인식능력을 따라갈 수 없기에 악마를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악마는 어디에 있을 거라고 말한다. 진중권은 이를 [미확인 비약논증]이라 표현한다. 정확히 말하면, [미확인 악마논증]인 셈이다.

유시민보다 머리도 나쁜 주제에 판타지 소설 쓰기 좋아하는 서프라이즈의 일부논객들은 한동안 악마의 존재에 대한 다각도의 고찰에 여념이 없었다. 노짱의 계약을 정당화시키는, 시나리오의 인과론을 설파한 것이다. 그러나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시나리오는 모든 종류의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예를들어 중도파 정치인 아무개가 테러를 당했다 치자. 이것이 극우파의 소행인지, 극좌파의 소행인지, 아니면 양극세력을 탄압하려는 중도파의 자체범행인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럴듯한 시나리오는 모든 경우에 가능하다. 시나리오는 같은 재료를 가지고 다른 주장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맥빠진 시나리오로 악마를 증명해낼 수 있을까?

그런데 혹시 노무현은, 악마를 빙자한 사기꾼에게 사기당한게 아닐는지?

멜코르.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981 옥석논쟁보론- "시민적 상식"의 의미 하뉴녕 2002-11-22 1739
980 메타 이론, 과학, 물리주의 [6] [1] 하뉴녕 2008-03-17 1737
979 '시민'이라는 이데올로기 [1] 하뉴녕 2004-03-22 1736
978 [펌] 김택용의 드라군 하뉴녕 2009-08-28 1727
977 박정석 OSL 16강 1승 (vs 변형태) 하뉴녕 2007-05-12 1723
976 이문열씨, 노무현은 히틀러라구요? 하뉴녕 2004-01-29 1711
975 우생학, 진화생물학, 그리고 대중적 진보담론 [24] [2] 하뉴녕 2009-07-07 1708
974 <뉴라이트 사용후기> 머리말 [24] 하뉴녕 2009-07-26 1695
973 신언직 동지의 글에 대한 반론 - ‘민주주의 위한 사회연대’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 하뉴녕 2008-10-29 1678
972 포모스의 3.3 혁명 관련 타임머신 기사 [7] 하뉴녕 2008-03-03 1664
971 노빠를 경계함 - 에피소드 2 [26] 하뉴녕 2008-12-01 1658
970 [프레시안] "바야흐로 '구렁이들의 전쟁'이 도래했다." [29] 하뉴녕 2007-10-08 1657
969 [주간한국] 정치인 박정희 바로보기 - [지식인의 서고] '박정희 평전' [4] 하뉴녕 2009-08-08 1656
968 [대학내일] 사회주의자와 국가보안법 하뉴녕 2008-09-06 1651
967 니체의 예수 해석에 관해 [6] 하뉴녕 2007-06-22 1650
966 시장주의와 공공성, 그리고 잃어버린 십 년 [3] 하뉴녕 2009-02-14 1647
» 악마를 찾아서. 하뉴녕 2003-03-27 1643
964 '승리자'에 대한 해석의 문제 하뉴녕 2007-04-12 1640
963 MSL 오프닝 vs OSL 오프닝 file 하뉴녕 2007-05-18 1635
962 헐뜯기, 비판, 그리고 대중성 [21] [1] 하뉴녕 2010-01-07 1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