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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황해문화 가을호에 실릴 원고입니다. 원고지 50매 분량의 원고인데, 앞부분만 조금 따다 올립니다. ㅎㅎㅎ 관심있는 분들은 나중에 서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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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는 '세상 속의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비트>에서 “싸구려 커피”로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가 인터넷 커뮤니티 여기저기서 울려 퍼질 때 문득 나는 90년대 후반 사춘기 소년들의 막막함과 갑갑함을 대변했던 허영만의 <비트>를 떠올렸다. 이 만화는 98년에 완결되었고, 완결되기 전인 97년에 영화화되어 그 당시 극장에 걸린 한국 영화로서는 꽤 인기를 끌었다. 영화는 성인관람가였지만 당시의 수완좋은 중고등학교 남학생들은 어떻게든 비디오를 빌렸다. 그리곤 무공비급을 얻은 젊은 협객의 심정으로 부모님이 안 계시는 친구 방에 삼삼오오 모여 숨죽이며 비디오를 보는 것이었다. 나는 중학생 때 기말시험이 끝난 직후 흔히 수업을 하지 않고 반 전체가 비디오를 보는 그 며칠의 느슨한 시기에 반의 소위 ‘일진’이 빌려온 그 영화를 단체관람했던 것 같다.


김성수의 영화는 곧 잊혀졌지만 만화의 여운은 오래 남았다. 영화의 이민(정우성)은 처음부터 기성질서를 거부하려는 듯한 눈빛으로 로미와 사랑에 빠졌고 죽어갔다. 반면 만화의 이민은 강남에서 ‘내신 4등급’을 벗어나기 위해 강북으로 전학 온 아이였고 머리는 적당히 있었지만 결국 입시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돈다. 그는 친구 태수나 좋아하는 여자인 로미와 자신 사이에 계급의 격차가 엄연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만화의 이민이 ‘가늘고 길게 살겠다.’고 말할 때 그건 쿨(cool)한 표현이 아니라 체념의 대사였다. 그리곤 결국 그는 우여곡절을 겪지만 로미를 포기하고 자주 가던 밥집의 딸과 결혼해서 길거리에서 테이프를 팔고 살아간다. 루저(loser)가 세상 속에서의 자신을 파악하고 적당한 위치에서 소시민이 되어 삶을 지속하는 모습을 만화는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후 목차)

학벌사회의 잉여인간들


왜 정말로 힘든 사람들은 '희망'을 말할까


우리는 정말로 엄친아를 부러워 하는가


루저들간의 연대는 가능한가?


zeno

2009.07.25 21:26:19
*.136.141.95

목차 제목들이 다들 자극적이군요. 읽어보고 싶어진단 말의 다른 표현입니다. ㅎ

asianote

2009.07.25 22:05:22
*.196.43.51

글을 쓰는 사람은 제목부터 낚시를 잘하는군요. 한번쯤 읽어보고픈 생각이 간절하게 하니 말입니다.

이런~!!

2009.07.26 04:11:50
*.154.102.196

이건 더 재밌는 기사 같네요... 그럼 황해문화도 질러야하는것인가?! ㅠㅠ

습작

2009.07.26 15:39:38
*.182.40.237

이건 뭐.. 정말 읽고싶네요.

하뉴녕

2009.07.27 02:12:26
*.49.65.16

ㅎㅎㅎ 다들 감사드립니다. 황해문화 나오면 한번씩 읽어보시길...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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