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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박정석의 테란전

조회 수 1083 추천 수 0 2009.07.08 19:04:21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ateid=0&ref=search&clipid=16692634&page=1&sort=wtime&searchType=0&svcid=&svctype=1&q=%EB%B0%95%EC%A0%95%EC%84%9D&lu=v_search_01


7월 7일 삼성 대 공군 2세트. 박동수(T) vs 박정석(P) 전은 실컷 이득을 보고도 제때 진출하지 못한 테란의 실수 때문에 박정석이 승리한 경기이기도 하지만, 박정석의 테란전 전술 운용이 여전히 중위권 프로토스들에게는 뒤쳐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경기이기도 하다.


포모스의 pain은 일찌기 물량형과 전략형의 구별법으로 박정석을 정파, 강민을 사파로 칭하는 이들에 대항하여 (적어도 테란전에서만큼은) 강민을 정파의 계보로 서술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임성춘-이재훈-강민-송병구로 이어지는 정파 프로토스의 테란전의 오의는 싸우지 않아도 설렁설렁 넥서스를 늘려가면서 프로토스의 유리함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플토의 테란에 대한 상성의 우위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방식인 것이다. 물론 이 정파의 방법은 저그에게는 같은 원리로 무력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저그전에 임하여 강민은 악에 받힌 듯한 갖가지 실험을 해야만 했고, 그것은 이 천재적인 게이머에게 사파의 이미지를 심어줬음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 다른 방식으로 역시 테란전에 강했고 저그전에 한계를 보였던 박정석의 방식은 끊임없는 교전을 통해 이득을 챙겨가는 운용이었다. 심지어 동세대의 게이머들보다 물량 생산능력이 좋았던 '원조 물량토스' 시절에도 그의 물량 폭발의 공식은 (sylent의 표현을 빈다면) "첫 질럿이 죽지 않다보면 어느새 폭발한 물량"이었다. 



그러한 물량 폭발의 공식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박정석은 끝없이 싸워야 한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보고 용맹하다고도 하고 소심하다고도 한다. 두 가지는 다르지 않다. 박정석의 소심함의 본질은 자신에게 병력이 없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정석이 게임에 임하는 기본적인 마인드는 "나-플토는 상대방보다 약하다."는 것이다. 체제전환이 유연하지 못한 나-플토는 상대방의 노림수에 당하지 않기 위해 어느 시점에나 적당한 병력을 유지해야 한다. 테란전에 있어서조차 빌드로 배를 째고 전략의 우위로 물량을 폭발시킨다는 식의 게임은 박정석의 방식이 아니다. 전성기의 박정석은 흔히 테란보다도 멀티를 늦게 가져가면서 적은 병력으로 교전에 임하여 테란의 병력을 꾸역꾸역 막았다. 2004년에 종종 볼 수 있었던 원팩 더블한 테란에 대한 본진 쓰리게이트 셔틀-질드라 돌파 시도는 박정석의 용맹함과 소심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스타리그에서 영웅의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게 된 계기가 된 저 유명한 2007년 듀얼토너먼트 vs 염보성 전에서 박정석은 당대 최강 피지컬 테란 염보성을 상대로 마지막 순간까지 병력의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 그러나 결국 쉼없는 교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똥줄타는 승리'를 쟁취해 내는 것이다. 오랫동안 깨지지 않았던 '최소 승율 우승'(당시 준우승인 임요환보다도 승률이 낮았다.)과 당대 테란 고수들 및 저그의 모든 게이머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그의 꾸준한 전성기도 그런 용맹함과 소심함 속에 있었다.  


한때 박정석은, 말 그대로 '프로토스 그 자체'였다. 플토의 나약함에 대한 그의 적절한, 혹은 섣부른 인정은 그가 플토빠들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 준다. 그는 허약한 동맹군을 떠맡은 양 웬리처럼 전략의 불리함을 전술의 우위로 땜빵해야 했다. (물론 양 웬리는 할 수만 있다면 전략적 우위를 바탕으로 편하게 싸우고 싶었을 것이다. 양 웬리의 캐릭터는 박정석과 다르다. 지금 비교하는 것은 그들의 처지다.) 그런 이유로 그는 프징징 거지들의 소심하면서도 호쾌한 방주가 되었던 것이다. 강민의 전략이 그에게 흡수되고 있다고 착각했던 2004년의 어느 시점에 나는 그를 보고 타구봉을 든 홍칠공을 연상했다. 하지만 "날라와 리치의 퓨전"을 바랐던 저 수많은 플토빠들의 외침은 광빠들에게도 등빠들에게도 승리를 주지 못했던 것.




박용욱에게 매우 미안하긴 하지만, 이대로라면 스타리그사는 프로토스를 투탑의 종족으로 기억하리라. 그리고 광등의 시대와 택뱅 시대 사이에도 걸출한 게이머들은 많았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박정석의 매력을 따라잡기는 어려웠다. (당대의 틀 안에서) 빌드를 째고 물량을 폭발시켜 상대방을 호쾌하게 짓밟던 박지호의 싸나이즘은 그 빌드가 훼손된 순간 급격하게 소심함으로 오그라든다. 우월한 교전능력을 비교우위로 삼아 전투에 힘을 싣는 윤용태의 운용은 그 비교우위가 사라지는 순간 방황하게 된다. sylent가 그랬던가. 프로토스 게이머는 종족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강하다는 최면을 걸어야 한다고. 그리고 그 최면이 풀리는 순간 급격하게 추락하게 된다고. 하지만 박정석은 애초에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고, 전투를 잘한다고 생각해서 건 것도 아니었다. 다만 두려움을 이겨내는 길이 전투 밖에 없었기 때문에 전투를 걸었고, 거기에서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여전히 수준급인 전투를 하면서 쉼없이 왼손으로 병력을 찍는 박정석식 테란전이 오늘날에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유는 그 절박함 때문이 아닐까 한다. 왜냐하면 택뱅 이후 그 절박함은 온전히 박정석 자신의 것이 되었지만, 한때 그 절박함은 플토빠 전부의 것이었기에. 그리고 오늘날에 와서도 그를 응원할 때 그의 절박함은 바로 나의 것인 것이다.

 


aleph

2009.07.08 23:00:22
*.203.34.28

명경기 중 하나인 홍진호-박정석 준결승전이었던가 3-4위 전이었던가, 빽빽하게 박혀 있는 연탄밭을 천지 스톰으로 뚫고 나오던 게 기억납니다. 전투에 자신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전투밖에 없어서"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 같은 유닛으로 싸우면 절대 안진다는 자신감이 넘치던 박용욱과는 달리, 박정석은 늘 그다지 자신감이 넘치는 플레이어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나저나, 공군 가서 오영종은 왜 그러나.

하뉴녕

2009.07.08 23:32:43
*.241.15.143

2004 에버배 3-4위전 5경기 머큐리였습니다. 뚫고 나오기 전 엄옹의 이렇게 해야만 나올 수 있다 식의 예고 해설(?) 때문에 더 유명해진 경기였죠.

그리고 오영종-박정석-한동욱이 동기인데, 승수 제일 많이 쌓은게 오영종입니다. 오영종이 21승 32패 정도, 박정석이 11승 20패 정도? 뭐 그 정도일 겁니다. 한동욱은 많이 뒤지고. 다만 최근 오영종이 계속 부진이었는데, 박정석도 5연패 하다가 겨우 한번 이긴 거니까요 뭐.

결국 공군 게이머들은 훈련소에서 나와 자대 들어온 후 두 세달 안에 한번 피치를 올리고 그 다음엔 그 만큼은 못 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ㄷㄷㄷ 그런 관점에서 보면 공군 에이스 역대 최고의 선수는 (임빠들은 다르게 말하고 싶겠지만) 전역 직전까지도 만만치 않은 이주영이죠. 아, 이렇게 말하고 보니 나도 훈련소 때랑 이등병 때 썼던 글이 더 좋은 것 같아...시망 -_-;;;

쿠르세

2009.07.09 13:32:40
*.97.150.192

명문이로세....그러나 현실은 스덕!!ㅎㅎㅎ

하뉴녕

2009.07.09 14:23:11
*.241.15.143

보통_스덕_하뉴녕.txt

tick

2009.07.09 18:23:47
*.10.224.242

박정석 최악의 경기도 기억남. 마재윤과의 결승 3경기 루나더파이널. 리버 섞어서 뚫으면 되는 상황에서 캐..캐리어... 우승이 눈앞에서 ㅂㅂ2ㅠㅠ

asianote

2009.07.09 23:37:48
*.196.43.51

"비밀글입니다."

:

하뉴녕

2009.07.10 09:38:54
*.131.202.54

왕년에 비하면 숫자가 매우 적지만 팀리퀴드라는 영어권 스덕 사이트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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