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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서 어떤 분이 '노동자들을 위하여' 파업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글을 올리자 씨니or요사 님이 간략한 답변을 올렸다. 쌍용은 너무 상황이 심각해서 코멘트할 엄두도 나지 않았었는데, 평택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 처지로 이 글만 퍼다놓는다.


이런 문제에 있어서 노사를 함께 비난하는 방식에는 이글루스의 김*호 소장님의 그것처럼 경제주의적(?) 버전도 있을 터이고, 아고라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인도주의적(?)인 버전도 있을 게다. 이 글은 인도주의적 노사 양비론에 대한 하나의 답변이라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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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하게 댓글이나 답글이 안달리네요. 별도의 글로 올립니다.


마음이 많이 갑갑하네요.


평택 공장에 한번 오세요.

공장 안에는 진보신당 당원인 파업 노동자도 많이 있습니다.
오셔서 그분들과 통화도 해보시고, 상황도 들어보시고, 그 분들의 생각도 들어보세요.
공장 안 상황이 어떤지 물어도 보시고, 왜 안나오고 있는지도 물어보세요.

민주노총, 금속노조, 진보신당이 "끝까지 투쟁하라"고 해서 투쟁하는 쌍용 노동자들이 아닙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진보신당이 "이제 그만 나와라"고 해서 다 접고 투항할 노동자들이 아닙니다.

쌍용 자동차 지부가... 쌍용 자동차 노동자들이... 이른바 외부 세력의 눈치나 보며 저러고 있을 것 같습니까?
노동자들이... 공장 밖 촛불이 마음쓰여 저러고 있을까요?
노동자들이... 바보일까요?

지난 일요일밤, 공장 안의 노동자들은 협상과 관련하여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 결과가 보신바와 같은 "사측 안을 거부하고, 투쟁한다" 이지요.

생명이라... 당연히 살려야지요. 그러나...

2008년 김소연 분회장이 단식 투쟁을 할때도 똑 같은 얘기들이 오고갔지요.
목숨을 담보로한 단식 투쟁을 중단시킬 생각은 않고, 부치키고 이용한다고...

그때도 했던 얘기네요.
기륭 농성장에 한번 와보라고...
와서 김소연 분회장과 직접 얘기를 해보라고...
그 자리에 연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무슨 심정, 무슨 생각으로 서있는지 한번 느껴보시라고...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사람들,
협상이 결렬될 경우 어떤 사태가 올지 번연히 알면서도 싸움을 선택한 사람들.

그들을 어찌해야할까요?
니들 답 없으니 백기 투항하고, 사측과 정부의 선처나 기대하라고 할까요?

애초부터 쌍용 자동차 투쟁이 여기까지 올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형식적인 대응이야 있겠으나 쌍용 노동자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 중평이었지요.
그런데 쌍용 노동자들은 옥쇄 파업에 들어갔고,
노동자들이 보기엔 얼토당토한 안에 불과한 사측의 협상안이라도 도출해내었지요.

다음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함부로 단정할 수도 없겠네요.

그러나... 투쟁의 주체들이, 스스로의 의지로, 스스로의 싸움을 선택한 이들,
그 투쟁의 주체들이 싸움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이상,
자신들의 정당한 싸움을 이어가겠다고 하는 이상,
지지하고, 지원하고, 연대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쌍용 자동차 투쟁에 대한 입장과 시각은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륭 투쟁을 포함한 다양한 노동자 투쟁, 목숨마저 담보한 극단적 투쟁에 대한 시각 역시 다를 수 있겠지요.

그러나 제발,

"목숨걸고 싸우라고 압박하고, 그걸 이용하는 외부세력"이라는 시각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싸우는 그들에 대한 모욕이고,
연대하는 이들에 대한 모욕이고,
단결하고 연대하는 것 이외에는 어떠한 무기도 갖지 못한 노동자 서민, 민중에 대한 모욕이 아닐까요?

자본과 권력의 참으로 똘똘 뭉쳐 하나가 되어 노동자 서민들을 짓누르면서,
노동자 서민들이 조금이라도 연대하려 하면,
"빨갱이 좌팔", "외부세력", "사람의 목숨마저 이용하는 간악한 자들" 운운하는 것이 바로 가진 자들 아니던가요?
그것이 바로 조중동의 논조 아니던가요?

쌍용 노동자들의 생명을 걱정하시는 것도 알겠고,
세불리함을 현실을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알겠습니다.

그러나 투쟁하는 쌍용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종잇장으로 만들진 않으셨으면 합니다.


ps.
정말로 노조의 파업 때문에 쌍용 자동차가 파산하게 될거라고 생각하세요?
노조의 파업과 상관 없이 정부의 입장은 애시당초 "청산과 분리매각" 이었습니다.
올 2월에 지식경제부는 10대 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며, 제 1순위로 자동차 산업 합리화 방안을 이렇게 제시했죠.

"자동차 산업 선진화 핵심 전략 : 현행 완성차 5개사를 3개사로 통폐합한다."

전세계가 불황 속에서도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어떻게든 보호하려는 판국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물론, 사실상의 국유화까지 단행하는 마당에,
수십만의 생계가 걸린 회사를 조각내서 팔아먹을 궁리나 하는 정부.

차라리, 쌍용 자동차 회생의 가능성은 지금 공장안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있는 듯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플린

2009.08.03 19:04:27
*.146.125.59

좋은 글 퍼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블로그에도 올려놓겠습니다..

하뉴녕

2009.08.03 19:51:11
*.49.65.16

예...감사합니다...ㅠㅠ

socio

2009.08.03 20:03:21
*.229.96.155

그 황당한 글에 대한 답변치고는 너무 성실한 답변이군요. 예전에 한윤형님께서 쓰셨던 레토릭을 빌리자면,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노조와 정당에게 경배를.

하뉴녕

2009.08.03 20:05:51
*.49.65.16

우익들의 주장에 의하면, 언제나 좌파들은 전지전능한, 일종의 악마적인 존재가 되죠. ㅋ 그들의 선전선동 텍스트 속에 있는 겉멋에 취해 살 수 있다면 좌익질도 할 만 할지도. (하긴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런 허위의식에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운동세력을 이탈하고...훗날에도 당원이라면 박*혁 님 같은 소리를 하는 것인지도.)

하지만 생계해결이 안돼 OTL ㅠㅠㅠㅠㅠㅠ

뜬금없는소리라..

2009.08.03 20:20:56
*.154.102.220

욕들을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저는 이런 사태가 발생할 때 마다 (저포함한)평범한 인간들의 한계 같은 거를 느낌니다.

딱! 제 수준에 맞춰서 예를 들자면, 대입이 인생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거란 걸 초딩시절 전에도 알고 있었으면서도, 수능100일도 모자라 이틀 쯤 남겨두고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초조해 하던 제가 생각이 난다는 말이죠... 물론 먹고 사는 문제로 피말리고 계실 노사분들의 입장에 감히 저를 예로 드는 것이 분명 죄송스러운 마음 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제 수준에서는 이렇게 밖에는 생각이 들지가 않네요.

하루에 쬐금씩이라도(단 20분만이라도!) 공부를 했더라면, 서울대는 못가도 서울 근처 대학은 갔을텐데...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국민 다수가 투표권만 성실히 행사했더라도 사태가 이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텐데... 사실 평범한 다수의 국민들은 노사일이란 게 남의 일이죠... 근데, 잠시 생각해보면 언제든지 내가 (표현이 상스럽습니다만) 저 꼴 날수 있다는 거... 근데, 그 생각은 언제나 잠시 뿐이라는거... 그냥 넋두리였습니다. ㅜㅜ

하뉴녕

2009.08.03 20:25:15
*.49.65.16

슬프지만 수능비유랑은 상황이 다른 것이, 그분들이 투표를 열심히 했다 하더라도 사태가 이와 똑같았을 가능성이 99% 이상입니다. 혼자만 투표를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고 전체가 투표를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더구나 김대중 정부나 참여정부 정도 수준의 '개혁적' 정부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수준의 문제도 아니었을 테고... 냉정하게 말하자면 기본적으로 한국 사회가 지금까지 축적해온 문제해결(?) 방식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입니다...

세상에는 스스로 바꿀 수 있는 것들보다 바꿀 수 없는 것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꾸기를 욕망한다면 그건 윤리적인 것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 그리고 크고 작은 희생과 용감무쌍하고 비겁하고 간사한 여러가지 윤리들이 모여 변혁이란 게 이루어지거나, 혹은 말거나 하겠지요...

뜬금없는소리라..

2009.08.03 20:48:15
*.154.102.220

님 의견에 동감합니다. 그분들이 투표를 했더라도, 그분들만이라면 물론 소용이 없죠... 다만, 그 노사분들이나 저를 포함한 다수의 국민이나 사회문제에 큰 관심이 없는건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거죠.. 그래서 그분들께 죄송한 말씀이지만 자xxx이란 생각을 지울수가 없네요(물론 노사분들이 재수가 많이 없었던 케이스죠 저나 다른 국민들에게 폭탄이 떨어져도 하등 이상할게 없는 현실이니까요)... 물론, 그분들이 특별히 뭔가를 잘못했다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그저, (좀 심한 표현이긴 합니다만) 눈앞의 이익만을 쫓을 수 밖에 없는 게, 저를 포함한 다수 평범한 인간들의 한계가 아닌가라는...

더 적합한(?) 예를 들자면, 동물의 왕국에서 보면 물소인가요? 다수가 힘을 합지면 사자 정도 단번에 제압할 수 있겠던데... 항상 자기 종족 한 두마리씩 희생하는 걸로 생을 살아가는... 제가 그 수준을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p.s: 20대 후반이 되도록 부모 잘만나 백수 생활 편하게 하고 있는 저이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요즘 들어서 초조함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나만 살아남는 일에만 집중해야하는가, 아니면 사회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정말 나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이 큰 화를 부르는 것일까? 아니면 그건 그저 도덕적인 차원의 구호일 뿐인가?... 복잡하네요ㅜㅜ

하뉴녕

2009.08.03 20:41:19
*.49.65.16

저는 그것을 '윤리적인 행위'라고 칭합니다. 그분들이 특별하게 선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짐까지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은) 짊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뒤에서 함부로 얘기해서는 안 된다는 '예의'에 대한 감각도 그 판단에서 따라나오는 거죠.

뜬금없는소리라..

2009.08.03 20:52:47
*.154.102.220

역시 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제 발언역시 함부로 얘기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거 같기도 하구요.(그 분들에게 좀 죄송스러운 맘을 지울 순 없겠죠..)

어쨌거나, 님 말씀처럼 그분들이 우리 짐까지 짊어지고 있다는 것을 도덕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경제적인 차원에서 절실하게 느껴야만 저도 그리고 다수의 국민도 살아 남을 수 있을텐데...

p.s: 저같은 사람은 귀가 얇기도 하고 무척 두껍기도 해서 판단력이 마니 부족합니다. 그래서 한 사람만 잡아서, 졸졸 쫓아가는 타입인데... 그런 분중에 한분이 진중권씨고 어떤 면에서는 더 믿는 분이 님이십니다. 아무쪼록 지금과 같은 활동 지속적으로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하뉴녕

2009.08.03 20:56:51
*.49.65.16

감사합니다...

호반새

2009.08.03 21:59:45
*.90.51.196

"비밀글입니다."

:

하뉴녕

2009.08.04 10:34:03
*.49.65.16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번에 하신 논쟁은, 제가 배움이 얕아 끼어들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의미있는 논쟁이었다고 보구요. '지식 과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논의가 어떤 맥락을 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저는 문제의식이 생길 때에(만) 텍스트를 펼쳐 든 탓에 엉성하고 편협한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당연히 한번 정도는 진득하게 공부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는데, 그게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고, 지금 하는 작업들이 조금이라도 재 생계에 도움을 주게 된다면 (^^;; ) 가능해 지겠죠. 제가 의지적으로(?) 그런 길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ㅎㅎ

수고하시고, 건필하세요.


P.S 그리고 사실 저도 입만 산 이들 부류죠. ㅋ

이상

2009.08.04 04:30:39
*.237.23.94

이게 어떻게 좋은 답변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본문 내용중에

"그러나... 투쟁의 주체들이, 스스로의 의지로, 스스로의 싸움을 선택한 이들,
그 투쟁의 주체들이 싸움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이상,
자신들의 정당한 싸움을 이어가겠다고 하는 이상,
지지하고, 지원하고, 연대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말 이런 이유로 우리가 계속해서 파업을 지지해야하는 것입니까? 위 내용만 보면 이미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고 있는 거 같은데 정말 그것이 정당한 것인가요? 저는 바깥에서 선동한다는 이유로 그들이 계속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입니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의아하네요. 파업 연장은 회생이 아니라 공멸에 가깝다는 걸 '알면서도' 그들이 같은 행동을 한다면 이것 또한 의미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여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쌍용차 사태를 보면서 노동운동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리고 마지막 덧붙이는 글에 국유화 자동차 산업은 GM을 예로 든 거 같은데 쌍용차와 GM의 상황은 시장점유율이나 브랜드 위상 등 여러 가지면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는데 어느 한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분의 글 같네요.

봉구

2009.08.04 06:50:47
*.67.88.55

상황을 이 꼬라지로 만든 쪽(자본과 정부측)에서 대체 무슨 책임을 졌다는 건가요? 서울 변두리 재개발 지역에서 땅값 좀 더 받으려고 가짜 양계장 만들었다가 닭들 그냥 폐기처분 하는 것도 아니고, 노동자를 아니 인간을 닭 취급 하는 것도 정도가 있는 거 아니겠어요? 아무 대책없이 부시 정권때 잠깐 반짝했던 SUV 판매만 믿고 가다가 무슨 양계장 철거하듯이 '이제 장사 다 끝났으니까 똘마니들은 꺼져'라고 윽박지르면 네네 굽신굽신 시키는 대로 집에 가야 한다는 건가요? 나는 인간이고 너희는 닭? 뭐 종족이 다르다는 거? '경영'하겠다고 똥폼을 잡았으면 폼 잡은 쪽에서 자기 살을 깎고 피를 흘려서 지는 게 '책임'이라는 겁니다. '책임경영''윤리경영'이라는 것도 그게 기본이고 말이죠. 이거 뭔 FC 서울 홈 경기장에서 맨유 응원하는 하루살이 빠들도 아니고..

하뉴녕

2009.08.04 10:42:13
*.49.65.16

아마 현실인식이나 도덕적 판단 자체에 차이가 있는지도요.

1. 저의 경우 경영진과 국가의 '실수'에 대해 그들이 충분히 책임지지 않은 채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했다고 생각하고,

2. 노조에서 임금 삭감안을 내세우면서 나름대로 자기 몫을 양보했다고 믿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삭감이 아니라 해고를 감행해야 겠다면 그 이유는 이런 것들이 있겠죠.

1) 매각하기 좋게 만들어야 한다. (경제적 목적)

2) 이 기회에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비정규직 고용을 일반화시킨다. (정치적 목적)


'너희들은 죽어도 나는 안 죽으니까, 너희들만 죽도록 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그럼 공멸하자. 아니면 살려주든가"라고 대응하는 것을 보고, "공멸을 의도하다니, 개객기들!!"이라고 비난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쌍용차의 자산이 아깝다면 자본은 다른 판단을 내렸겠지요. 왜 아까워하지 않느냐고 그들에게 물어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들의 시각에선, 그건 온전히 '그들만의 것'인데. 사람 몇명 더 자르는 권리를 확보하는게 그 공장을 잘 돌리는 것보다 더 소중하다잖아요.


쌍용차 사태가 노동자들이 바라는 대로 매듭이 지어지긴 힘들겠죠. 거의 불가능에 가깝겠죠. 그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주판알을 튕겨보면, 쌍용차에서 농성을 하는 이들은 '개인적으로는 손해'입니다. 반면 싸게 부려먹다가 마음껏 해고할 수 있는 식의 비정규직 고용이 일반화되는 세상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투쟁이 '이득'이 될 수 있지요. 왜냐하면, 그들의 저항은 적어도 자본이나 정부에게 그 정책을 추진할 경우 치르게 될 '비용'을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 저는 앉아서 남의 희생을 통해 덕을 보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의 행동을 '윤리적'인 것이라 칭했던 것이죠. 그들이 실제로 인간적으로 착한 사람일 거라고 기대해서 하는 말이 아니죠. 아마 이 사건을 계기로 노동운동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셨다는 님은 저와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계신 듯 하니, 이 정도에서 줄이겠습니다.

이상

2009.08.04 10:36:38
*.237.23.94

정부와 경영진의 책임이 없다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봉구씨가 말하는 책임이란 과연 무엇입니까? 그리고 책임을 어떤 식으로 져야할까요? 공적자금 투입해서 전원 재고용합니까? 이게 정말 답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시장 경쟁에서 밀리는 기업들 하나 둘씩 전부 공적자금 투입하는 방법으로 살려줄까요? 그럼 모두 다 살 수 있을까요? 저도 쌍용차가 이렇게까지 간 건 무척이나 안타깝습니다만 피해가 더 커지기전에 누군가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피해는 또다시 힘없는 노동자에게로 고스란히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일단 공장을 돌리고 회사 경영이 정상화 된 이후에 퇴직자 우선 재고용이 최선 아닐까요? 이보다 더 좋은 대안이 있으시면 말씀, 아니 기자회견 자청해서 얘기해주세요.

개인적으론 윤형씨도 이 문제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태도로 남의 글을 빌어 살짝 피해간다는 느낌을 받네요. 노사 양비론이나 인도주의적 관점으로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답변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보기엔 전적으로 파업 노동자 입장에서 써진 글 같습니다.

하뉴녕

2009.08.04 10:47:47
*.49.65.16

문제의식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만,

살려달라는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 살려달라는 건지 말해봐."라고 묻는 것을 합리적인 거라고 생각하시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살려줄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를 의심스러워하고, 혹은 없다고 확신하니 저러고 있는 것일 텐데.

어떤 식으로든,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을 품고 가야 한다고 애초에 생각했다면, 그 출발선으로부터 같이 방법을 고민할 수 있었을 것이구요. 지금 시점에서 방법을 파업노동자들더러, 혹은 거기에 대해 연대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내놓으라는 것은 지나친 것 같습니다.

파업을 했기 때문에 알량한 사측안이라도 나왔다고 그러더군요. 파업하는 사람들에겐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문제는 자신이 '국가 경영자'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자동차 시장을 재조정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파업하는 이들에게 파업하지 말라고 권고할 권리를 우리가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었지요. 자동차 시장에 대한 제언 같은 것들은 평소에도 우리가 여러가지 의견들을 찾아 볼 수 있는 일이겠구요.

이상

2009.08.04 11:11:42
*.237.23.94

전원 재고용 합의에 이르는 것이 이론적으론 최선의 방책이겠죠. 그리고 이것이 바로 가장 모범적인 연대일 것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고당한 노동자의 몫을 대신해 더욱 열심히 일해 경영이 정상화되고, 그로 인해 해고당한 노동자가 다시 돌아와 일자리를 되찾는다면 이 또한 노동자들의 연대라할 수 있지 않을런지요.

더 사태가 악화되어 회사가 파산에 이르고, 해고를 면했던 노동자들마저도 일자리를 떠나게 된다면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현재 파업을 벌이는 노동자들과 새로이 일자리를 잃게된 노동자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연대 파업 투쟁을 해야하는 건가요?

저 역시 너무나 슬픕니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것이 결국 또 다른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된다는 현실이...

하뉴녕

2009.08.04 11:33:50
*.49.65.16

슬픈 일입니다. 지금 아프리카 영상 틀어놨는데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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