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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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지난 일이긴 한데 조선일보에서 한 여론조사를 근거로 대학생들의 보수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린 적이 있다. 물론 진보언론에서 얘기하는 보수화가 '우려'라면, 조선일보의 판단은 이런 상황을 '대세'로 몰아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들이 근거로 내세운 여론조사는 서울대생들의 지지정당 조사였다. 이 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이 20%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한편 진보신당은 19%의 지지율로 2위를 기록했다. 조선일보는 전자에 대해 막중한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진보신당의 전국 지지율이 2-4%를 오가는 현실을 생각해 볼 때,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이 여론조사 결과를 본다면 오히려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후자일 것이다.
서울대생들의 진보신당 지지율 19%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긴 운동권들의 시각으로 볼 때는 서울대는 NL이 기를 펴지 못하는 곳이었으니 진보신당의 지지율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오늘날 캠퍼스에서 운동권들의 영향력이 거의 상실되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이런 해석은 충분하지 않다. 막말로 민주노동당 뿐 아니라 민주당 등 보다도 진보신당의 지지율이 앞서는 현실, 그것도 몇몇 운동권 학생들을 넘어서 한나라당과 엇비슷한 수준의 광범위한 지지율을 얻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사태의 원인을 '서울대생들의 한나라당 지지율'과 다른 것에서 파악하려고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찌 생각해보면 양자의 원인은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만일 서울대생들의 한나라당 지지율이 다른 대학보다 높다면, (이건 긴가민가한데) 혹은 그것과 상관없이 이전 시대에 비해 높아진 서울대생들의 한나라당 지지율(이건 확실할텐데)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면, 아마도 '서울대의 강남화'라는 현상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전 시대에 비해 사회에서 중간 이상으로 사는 집안의 자제들이 서울대에 수월하게 입학하게 되었고, 서울대생들의 한나라당 지지율은 그 세태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원인을 통해 진보신당의 높은 지지율을 설명해 본다면 어떨까?
말하자면 진보신당이 시사in에서 발명해 낸 조어, '강남좌파'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가질만큼 가졌고 배울만큼 배웠다고 생각하는 이들, 하지만 한나라당은 택할 수 없는 이들에게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 혹은 민주당에 비해 손쉽게 택할 수 있는 대안이라면?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아침에 식사를 하며 '경제적으로 성공'한 부모님의 정치에 대한 훈시를 듣고 학교로 오는 대학생들에게 "저는 이 정당 지지하는데요."라고 말해도 "넌 아직 세상을 모르는구나." 정도의 소리는 들을지언정 '그런 이들도 필요는 하지.'라는 수준의 코멘트는 얻어낼 수 있는 '안전한' 대안이라면? 아마도 '강남좌파'들에게 다가오는 진보신당의 이런 이미지는 유권자들이 당장 한국 정치에 요구하는 정당이 어떠한 것인지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아마도 그들이 진보신당을 선택하는 판단에는 이명박은 싫지만 지난 십년 간의 민주당 집권 기간도 좋은 시절이었다고는 보지 않는다는 생각과 친북 시비가 일어나는 좌파는 싫다는 생각이 포함되어 있을 테니 말이다. 이를테면 그들은 일종의 얼리어답터들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판단이 진보신당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진보신당이 그들이 그리는 이미지 대로의 정당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강남좌파'에 포섭되지 않는 진보신당의 건전함 때문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고, 부르주아 정치 내에서 착근할 수 있는 타당한 전략을 짜지 못하는 진보신당의 무능함 때문이라 표현할 수도 있을 거다. 사실은 이 두 가지가 다 섞여 있다. 진보신당이 중간층 이상의 사람들이 희구하는 '대안정당'의 이미지에 정확하게 부합하지는 않는 정당이라는 사실은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하다. 얼마나 긍정적이고 얼마나 부정적인 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한편으로는 진보신당이 가지고 있는 '강남좌파'의 이미지 역시 이와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향후 이 이미지의 충돌이 어떻게 일어날지 주목해야 할 테다.
*강남좌파라는 용어는 본문에서도 언급했듯 시사in 기사에서 나온 말인데 이를 문화평론가 이택광이 차용하여 사용하고 있고 이 글 역시 이택광의 문맥에서 단어를 사용하였음
p.s
진지한 글 이후에 여흥으로 즐기는 각 정당의 텍스트 이미지. (괄호 안은 좀 더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포착되는 속내)
한나라당 : 세금 깎아드려요. 집값 올려드려요. (이 말에 반응할 자산이 없는 잉여들은 투표 안 해도 괜찮아여... 그게 민주주의져 ㅋ 대한민국을 긍정하라!)
민주당 : 독재 타도 민주세력 대동단결 (20대 개객기들아 투표 안할래?)
자유선진당 : 니들이 법을 알어...? (이글루스 잉여들아...창옹 앞에서 법리 논쟁하지 마라...근데 꼰대 모시기 좀 괴롭다...)
창조한국당 : ...... (비례대표 후보 누구로 하지?)
민주노동당 : 반통일세력 타도 매판자본 척결 우리 민족끼리 쿵짜작 쿵짝 (민주노총 통해서 진보신당 정ㅋ벅ㅋ하고 민주당과 대등한 위치에서 쇼부쳐서 반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하여 천하삼분지계 호롤롤롤로!)
진보신당 : 저희는 새롭습니다. (뭐가?) 저희는 새로운데요... (아 배고프다...내 말도 말이야 좀 똑바로 들어 이것들아! 헉 오늘도 내가 한 말 민주당이 가져가서 기사화 ㅠㅠㅠㅠ 오늘도 말 한마디 하기 위해 벼락치기 공부...뭐? 오늘 한 말 잘못되었다고? 상근자 개객기들아 일 똑바로 안 할래??)
스테파노
잘 읽었습니다.
시사인의 고재열 기자가 처음 말했었나요? '강남 좌파' 라고? 저는 거기에 '좌파'가 붙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강남 리버럴 liberal'정도가 적절하지 않나하는 생각입니다. (뉴라이트 New Right 도 있으니 뭐...) 영어 표현을 일부러 사용하는 이유는 '그들(?)'이 바락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든 주역들인 미국의 도시에 사는-리버럴한-'백인'-민주당 지지층과 비슷한 감수성을 지닌다고 생각해서 입니다.
울나라 민주당은 좀 꾸리꾸리한 꼰대 냄새가 나고, 창조한국당은 일단 이름부터가 촌스럽고, 그러다 보니 진보'신'당으로 가는 측면도 있을 것 같구요. 그래서 제대로 된 '세련된' 자유주의 우파 정당이 탄생하면 꽤 인기를 끌지 않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보신당의 지분(그런데 지금 지분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나요......)이 많이 날아가지 않을까 하는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세련된' 자유주의 우파 정당의 중심이 될 법한 사람이 딱 한 사람 생각나는데 그게 유시민입니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이러한 이미지를 풍기는 분들로는 오세훈과 (노회찬을 이겨버린......) 홍정욱이 있지요.
아, 그리고 이건 좀 빗나간 이야기인데요. 예전 16대 대선때 단일화 이전에 정몽준을 지지하는 소위 '강남 여자애들'도 좀 있었습니다. 이제 울나라 대통령도 생긴 것이 좀 '뽀대'가 나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지요. 같은 맥락에서, 현 17대 대통령의 얼굴 생김새를 가지고 동물에 빗대어 욕을 하는 것 (물론 대단히 비슷하게 생기셨지만서도) 이 지나치게 많은 것도 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시민은 이제 좋아하지 않지만(당시 민노당 지지자, 였을 님에게는 속 뒤집어지는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16대 대선 때는 좋아했었습니다) 제 정치적 지향점이 여전히 자유주의 우파 (최장집이나 양신규류의 생각 http://skynet.tistory.com 들에 동의할 때가 있어요) 와 좌파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와중인지라 길게 적어 보았습니다.
덧. 근데, 왠지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저 19퍼센트가 죄다 이 블로그를 알고있고 들락날락 하고 있을 듯한 느낌이......
시사인의 고재열 기자가 처음 말했었나요? '강남 좌파' 라고? 저는 거기에 '좌파'가 붙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강남 리버럴 liberal'정도가 적절하지 않나하는 생각입니다. (뉴라이트 New Right 도 있으니 뭐...) 영어 표현을 일부러 사용하는 이유는 '그들(?)'이 바락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든 주역들인 미국의 도시에 사는-리버럴한-'백인'-민주당 지지층과 비슷한 감수성을 지닌다고 생각해서 입니다.
울나라 민주당은 좀 꾸리꾸리한 꼰대 냄새가 나고, 창조한국당은 일단 이름부터가 촌스럽고, 그러다 보니 진보'신'당으로 가는 측면도 있을 것 같구요. 그래서 제대로 된 '세련된' 자유주의 우파 정당이 탄생하면 꽤 인기를 끌지 않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보신당의 지분(그런데 지금 지분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나요......)이 많이 날아가지 않을까 하는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세련된' 자유주의 우파 정당의 중심이 될 법한 사람이 딱 한 사람 생각나는데 그게 유시민입니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이러한 이미지를 풍기는 분들로는 오세훈과 (노회찬을 이겨버린......) 홍정욱이 있지요.
아, 그리고 이건 좀 빗나간 이야기인데요. 예전 16대 대선때 단일화 이전에 정몽준을 지지하는 소위 '강남 여자애들'도 좀 있었습니다. 이제 울나라 대통령도 생긴 것이 좀 '뽀대'가 나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지요. 같은 맥락에서, 현 17대 대통령의 얼굴 생김새를 가지고 동물에 빗대어 욕을 하는 것 (물론 대단히 비슷하게 생기셨지만서도) 이 지나치게 많은 것도 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시민은 이제 좋아하지 않지만(당시 민노당 지지자, 였을 님에게는 속 뒤집어지는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16대 대선 때는 좋아했었습니다) 제 정치적 지향점이 여전히 자유주의 우파 (최장집이나 양신규류의 생각 http://skynet.tistory.com 들에 동의할 때가 있어요) 와 좌파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와중인지라 길게 적어 보았습니다.
덧. 근데, 왠지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저 19퍼센트가 죄다 이 블로그를 알고있고 들락날락 하고 있을 듯한 느낌이......
뭐 좌파의 일반적인 개념으로 볼 때야 적절하지 않은 조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쓰는 건 적절의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쓰는 걸 '간지나게' 여기는 어떤 욕망의 구조를 분석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이겠지요.
이명박 대통령이 비호감이 되는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외모에 있다는 문제가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이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적어놓으신 부분은 저와 일치하는 생각입니다.
진보신당 지분 날라가는 걱정 별로 안 하는 것이, 언급하신대로 지분 자체가 없기도 하지만, 그 이미지를 직접 실현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간지 안 나고 배고픈 길이 되지요. 그래서 강남좌파의 이미지에 맞는 사람은 강남좌파의 이미지를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그게 개혁국민정당의 해체와 열린우리당 창당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결론이지요. 박노자는 한국에서는 '최소 수준의 자유주의' 개혁을 할래도 급진주의 정파가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코멘트하는데, 비슷한 문제의식일 겁니다. 그런 점에서 유시민은 불가능한 것을 체현하고 있는 기표입니다. 노회찬이 그를 '백미터 미인'이라 표한 것에 대해 유시민은 깊은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노회찬의 조어는 아마도 그 점을 지적한 것이겠지요. 정말로 유시민은 사적으로 친해질 수록 별로라는 차원에서 그 얘길 한 것이라면 노회찬이 무의미한 말을 한 것이겠습니다만, 그 말은 (설령 그가 표피적으로는 그런 것을 의도했더라도) 그렇게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제 블로그 들어오는 사람들은 언제나 소수라능 :)
이명박 대통령이 비호감이 되는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외모에 있다는 문제가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이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적어놓으신 부분은 저와 일치하는 생각입니다.
진보신당 지분 날라가는 걱정 별로 안 하는 것이, 언급하신대로 지분 자체가 없기도 하지만, 그 이미지를 직접 실현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간지 안 나고 배고픈 길이 되지요. 그래서 강남좌파의 이미지에 맞는 사람은 강남좌파의 이미지를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그게 개혁국민정당의 해체와 열린우리당 창당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결론이지요. 박노자는 한국에서는 '최소 수준의 자유주의' 개혁을 할래도 급진주의 정파가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코멘트하는데, 비슷한 문제의식일 겁니다. 그런 점에서 유시민은 불가능한 것을 체현하고 있는 기표입니다. 노회찬이 그를 '백미터 미인'이라 표한 것에 대해 유시민은 깊은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노회찬의 조어는 아마도 그 점을 지적한 것이겠지요. 정말로 유시민은 사적으로 친해질 수록 별로라는 차원에서 그 얘길 한 것이라면 노회찬이 무의미한 말을 한 것이겠습니다만, 그 말은 (설령 그가 표피적으로는 그런 것을 의도했더라도) 그렇게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제 블로그 들어오는 사람들은 언제나 소수라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