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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와병 중 마감

조회 수 804 추천 수 0 2009.11.05 15:30:09

감기 5일차, 1일차에 깝죽대다가 2일차에 더 심해지는 것을 겪고 난 후 나흘째 두문불출이다.


신종플루였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여하튼 타미플루 처방 안 받고도 몸이 괜찮아지는 중이다. 어제가 그제보다 나았고, 오늘은 어제보다 낫다.


먹고 약먹고 자고 하는 와중에 계간지 마감을 하나 처리했다. 70매 안팎 부탁했는데 쓰고 나니 85매가 되었다. 이 뒤로도 일이 주루룩 밀려 있다. 단행본 편집자들에겐 더 이상 독촉의 전화도 오지 않는다.


글을 쓰던 중 일부 내용이 필요하여 2008년 9월쯤 썼던 A4 35p 가량의 원고를 들춰보았다. 실패한 프로젝트 팀의 유산으로, 결코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았던 원고다. 그래도 이 시기에 고민했던 것들이 후에 여기저기서 얘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도 결코 발표할리 없는 원고겠지만, 내용들은 추려내어 쓸 수 있을 것 같아 메일함에서 노트북으로 파일을 옮겨 놓았다.


사실 원고 자체는 조야하다. 당시에도 여기저기 칼럼같은 건 쓰고 있었을 텐데, 지금 쓰는 글들이 현저하게 더 나아 보인다. (지금도 많이 모자라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비교다.) 하긴 그 동안 단행본을 두 권 썼으니까. 지금 쓰는 글들도 일년만 지나고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낸 책들도 다시 보면 부끄럽다. 근데 나는 그 부끄러움을 감내하는 것이 더 용기있는 일이라 생각하는 편이다.) 긴 글은 짧은 글과는 별도의 수련이 필요한 것 같다, 출판사가 필자 기근이라고 아우성을 치면서도 반짝반짝하는 글을 쓰는 블로거들을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 같다.


칼럼 분량의 글을 쓰다가 단행본 분량의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은 확실히 무리가 있는 것 같고, 그 중간에 계간지 원고 같은 것으로 수련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은데, 잡지가 다 죽어가는 이 시대에 그러한 수련의 장이 있을리 만무하다. 더구나 출판사는 매년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을 갱신하는 중이고, 블로거들로선 굳이 그런 수련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런 걸 한다고 뭐가 생기는 것도 아니니까. (여기 산 증인이 있소이다.) 거기에 쓸 노력을 다른데 투입하면 확실히 돈이 더 될 것이다. 이건 책을 쓰고 싶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글이 아니라 작가를 팔아먹는 시대에, 글을 수련한다는 것은 하등 쓸모가 없는 일이다. 책을 내고 싶다면, 글쓰는 연습을 할 것이 아니라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자기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쪽이 낫다.  (물론 이건 아직도 글을 더럽게 못 쓰는 햇병아리 작가의 말이긴 한데, 나보다 잘쓰는 어른들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 대답을 하니까 믿어도 된다.)


어쩌다 보니 아무에게나 괄시받는 일을 하고 살게 되었지만, 그래도 주어진 일은 해야지 뭐.

ㅡㅡ;

2009.11.05 17:26:35
*.237.213.77

건강 회복하고 힘내세요~~

뚱딴지

2009.11.05 19:18:09
*.162.232.227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 님은 대한민국에게 있어서 중요한 분이라고,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좀 낯간지러운 소리같긴 합니다만... 쩝) 앞으로 20년이상은 님 글이 이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분명, 이쪽도 저쪽도 아닌, 그러나 아직까지 꽉 막힌 정도는 아닌 저같은 인간들의 계몽(이런표현싫어하실거라생각들지만..딱히)에는 님 글이 분명 효험이 있답니다.

그러니 아무쪼록 몸아프시면 파딱파딱 병원가십시오.(이번 신종은 젊은 분이라면 방콕이 더 좋을 거 같긴합니다만)

p.s: 별 생각없이 오늘 굽시니스트님의 2권을 구매했네요.... 생색내는 건 아니고... 님의 저에대한 파워가 그렇다는.. 흠.

최라라

2009.11.06 04:17:30
*.36.58.22

글을 '수련'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분명히 알면서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아요.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글 자체에서 한계와 매력을 느끼고 (최근 김훈씨가 그런 것 같아요. 언어라는 용기와 거기에 표현하려고 하는 내용물이 잘 조화되고 짝을 만나게 애쓰는 것이 작가들이니까요.), 하고 싶은 말 voice up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생각을 단련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생각하는 것도 훈련이고, 집중력의 끈을 놓지 않고 씨름을 하는 것도 해본 사람들이 더 잘 해내죠. 전 생각이 시들시들해지고 뻗지 못할 때는 고전들을 읽습니다. 주로 독일 철학자들의 저서를 읽으면서 개별 문장과 단락들이 어떻게 책으로 완성되는지를 따라가며 감탄하죠. (공부가 부족해 감탄이나 영감을 얻는 것 외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기도 하고요. 끙;;)
모쪼록 별 탈 없이 건강이 회복되길 바랍니다.

andante

2009.11.06 06:08:11
*.37.195.181

편찮으셨군요.
윤형님은, 위의 뚱님 말씀처럼, 중요하고 귀한 존재십니다(저도 다른 표현을 몰라서...)
잘 드시고 푹 쉬셔야 할텐데....며칠 괜찮아진다고 과로하지 마세요.
얼른 건강회복 되시길.......

sinabadon

2009.11.06 10:02:23
*.216.101.205

전번에 친구랑 얘기하다가 나온 내용입니다, 짧은 글을 잘쓰고 그를 인정받아 단행본을 내는 사람들은 꽤 있는데, 일정한 주제로 단행본을 낼만한 역량이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것 같다는 거죠. 서점가보면 새로운저자들의 책은 블로그글을 모아 편집한 형태인 것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한윤형님 지적(칼럼분량에서 단행본분량으로 바로 넘어가는 건 무리가 있으며, 수련의 장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없고, 사회에서 글을 수련하는 사람들에게 대가를 지불하지 못한다)에 대해 공감합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그래서 '뉴라이트 사용후기'는 참 의미있는 책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윤형님은 지식을 가지고 한 글쓰기가 아니고 날로 먹은거다, 라고 하셨지만 상당히 의미있는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날씨 추워지는데 건강관리 잘 하시고, 앞으로도 좋은 글 멋진 생각 부탁드립니다^^

윤옥

2009.11.06 21:49:39
*.237.199.228

저도 위의 분들 말에 동감! 오늘부터 <뉴라이트 사용후기>를 읽기 시작했는데
2장 초반을 읽다가 저도 모르게 속으로 '아 이분 참 기특하시다!!'라고 생각했다니까요....; (크크)
여러모로 많은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키보드 워리어 전투일지>도 좋았고 나름의 의미에서 감동도 받았어요. 책을 읽다보니 저 역시 2000년대 초반의 기억을 재구성하게 되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또래들에게 많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엿튼. 바쁜일들 잘 마무리 하시고 건강해지셔서 곧 뵐수있길. (반이다도 요새 많이 바쁘네요 ㅜㅜ)
그럼 수고하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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