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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과거에 쓴 1권 리뷰 : 2008/10/13 - [문화/기록물] - 굽시니스트

본격 제2차 세계대전 만화 2권 - 8점
굽시니스트 지음/애니북스

1권과 비교해서 갑론을박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는 대략 들었다. 하지만 나는 1권에 비해서도 더 감탄하면서 보았다. 사실 1권에서는 그 온갖 서브컬쳐(...말이 서브컬쳐지 사실상 거의 모든 대중문화)를 섭렵하고 그것을 적재적소에 패러디로 사용한 굽시니스트라는 인물에 대해서 놀란 것이었다. 몇 군데에서 보기 드문 센스가 엿보이긴 했지만 (특히 내가 좋아하는 부분은 2장 폴란드 기병대의 영광의 엔딩 부분이었다.) 작화나 구성 같은 부분에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다만 공식적인 웹툰 체제에 편입되는 일 없이 개인적 연재물이 곧바로 출판물로 이어진 이 인상적인 작가를 팍팍 지원해 주는 것이 '정치적인' 의미가 있다고 믿고 널리 홍보했을 뿐이다. (1권의 경우 나는 세 번이나 구입했는데, 어쩌다 보니 집에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재쇄가 나오면 또 사야겠다 -0-;; )


2권의 경우는 일단 2차세계대전 후반부에 대한 정보전달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출판사의 소개대로 역사학도이기도 한(...그게 문제가 아니라 밀덕후이기도 한) 저자의 야망(?)이 엿보인다. 그렇기에 학습문화처럼 지나치게 촘촘한 포멧이 되었다는 항변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그런 포멧 속에서 일정한 정보를 특정한 시각적 이미지로 압축하여 전달하려는 저자의 노력과 센스가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이럴 거면 3권까지 가야 하는게 아니었냐라는 말도 있던데, 느슨한 부분은 느슨하게 지면을 쓰고 압축적인 부분은 압축적으로 가는 것도 나름 하나의 재미가 아니었나 싶다.


사실 제대로 된 오덕이 못 되어, 2권이 1권에 비해 오덕 문화를 얼마나 반영했는지를 평가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그래도 그 '압축적'인 시각적 이미지에 절묘한 패러디가 어우러진 장면들이 있었다. 스탈린그라드 시가전(2장 스탈린그라드 개략)을 에셔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하나의 구조물에 밀어넣어 한 페이지 안에 표현한 걸 보고는, 시쳇말로 식겁했다. 쿠르스크 전투(5장 쿠르스크 개략)의 전략을 설명하기 위한 겹겹이 쌓아올린 종이와 물의 비유는 아마도 은하영웅전설 5권 버밀리어 전투 직전에 라인하르트 대본영에서 라인하르트가 보인 시범에 연유하는 것 같다. (근데 그걸 그대로 패러디하려면 포도주를 들이부어야 했다.) 그외에도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한 여러 가지 형식의 접근들은 이 만화를 결코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모에 포인트들이다.


덧붙여 한 챕터를 만화 자체에 대한 패러디로 끌고 가는 것도 놀라웠다. 한국 순정만화의 전성기인 90년대에 바치는 헌사인 7장 모텔 아프리카는 그렇다 치더라도, 고우영의 그림체와 정서, 유머까지 그대로 재연한 11장 히틀러를 폭살하라! 를 볼 때는 그의 작화능력에 대한 평가를 달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뭐 어디까지나 만화를 잘 모르는 내 시각에서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구입한 듯 하지만 역시 구입해야 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그가 본문에서 언급한 "덕후문화의 여명기"가 한국 사회의 많은 문화적 트렌드가 그렇듯 한낮을 보지 못하고 그 정도 레벨에서 사라질 지라도, 굽시니스트라는 만화가가 우리 옆에 당도한 건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황건적

2009.11.04 17:15:52
*.64.96.100

모텔 아프리카라니 그는 정말 훌륭하군. 그러나 박희정의 그림체를 따라하는건 쉬운일이 아닐텐데!?

asianote

2009.11.04 20:59:35
*.170.212.186

그는 굽시니스트일 뿐입니다라고 항변하고 픈 1인.

애니북스

2009.11.09 14:52:59
*.121.224.232

"비밀글입니다."

:

한민형

2009.11.16 20:07:16
*.64.217.3

재밌겠다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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