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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진보신당 당원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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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6479


얼마 전에 진중권이 블로그에 심상정의 지방선거 출마를 만류하고 보궐선거 은평구 출마를 권유하는 글을 올렸다. 진중권의 글은 한 명의 지지자의 자격으로 진보신당에 유리한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 거라고 볼 수 있겠다. 따라서 여기에는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런 찬반 이전에 심상정의 거취, 혹은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를 통합하는 당의 전략이 무엇인지 도통 알 수 없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 논의가 충분해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진보신당의 입장에서 전략을 얘기한다면 나는 진중권의 견해가 꽤 타당하다고 본다. 지방선거와 관련해서 1) 16개 시도당 모두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과 2) 수도권 집중론 그리고 3) 서울 시장 선거 집중론이 있는 것 같다. 이 각각의 주장을 평가하려면 먼저 군소정당으로서 진보신당의 선거참여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말해야 한다.

 

투박하게 구별해 보자면 진보신당의 선거참여는 1) 당선을 목표로 한 것이거나 2) 선전전을 목표로 한 것이다. 2008년 총선을 생각해 보자면 지역구에서 당선을 목표로 한 후보는 노원의 노회찬과 고양의 심상정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후보들은 왜 생고생을 해야 했단 말인가? 그들은 각자의 지역구에서 진보신당의 인지도를 높이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선전전을 위해 희생한 것이다. 총선에서 그러한 선전전은 단지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이해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출마해서 진보신당을 홍보했기 때문에 비례명부 정당투표에서 진보신당의 지지율이 높아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선거결과를 보자면 후보가 나온 지역구와 나오지 않은 지역구 간의 진보신당 지지율의 격차는 꽤 크다. 비록 정당 지지도 3% 달성에 실패하여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하지는 못 했지만 각자의 지역구에서 분투한 진보신당의 후보들은 진보신당을 위해 크나큰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지방선거에서 필요한 선전전의 범위는 어느 정도일까? 일단 지방선거에는 정당 명부 비례대표 같은 것이 없으므로 ‘무리한 출전’을 감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 하나 지방선거가 총선과 다른 것은 기초자치단체에 출마하는 ‘중량감이 떨어지는’ 후보들이 오히려 당선을 목표로 한 선거를 치르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거다. 역설적으로 말해 시장 도지사 선거에 나오는 후보들은 ‘총알받이’이고 그 혜택을 시의원 구의원 후보들이 얻어 가야 하는 구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런 지점들을 고려하고, 진보신당의 역량과 예상되는 홍보효과를 감안해서 적절한 판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이런 기준으로 판단해 본다면 앞서 말한 세 가지 전략 중에서 ‘서울 집중론’이 제일 설득력 있다. 16개 시도당 모두 출마한다는 주장이 무리한 것이라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사실 서울시장 선거와 경기도 지사 선거를 모두 대비한다는 것도 진보신당의 입장에서는 버겁다. 예상되는 반론은 그런 식의 접근이 ‘지나치게 서울중심적인 것이 아니냐.’는 것인데 외려 서울과 경기도에 올인하는 그 접근법이 서울중심적인 것일 수도 있다. 서울집중론의 핵심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서울과 경기도의 역량을 서울로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이지 다른 선거를 아예 포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서울중심주의가 우려된다면 가령 서울-경기도 쌍끌이 전략 대신에 서울시장-부산시장 선거 집중전략을 짜보면 어떨까? 부산에는 지금껏 지역선거에서 선전을 해온 인지도 높은 김석준이라는 훌륭한 후보가 있다. 수도권의 역량은 서울로 집중하고 남쪽의 역량은 부산으로 집중해서 선거를 치룬다면 서울-경기도 집중보다는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되지 않을까?

 

물론 이런 견해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나는 그 반론을 대략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지난 총선 고양에서 출마한 심상정이 지역구를 바꾸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기도 지사 선거출마는 총선의 ‘약속’을 어기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은평구 출마는 얘기가 다를 거라는 것이다. 나는 한나라당 민주당의 정치인들에 비해 진보신당 정치인들에게 시민들이 요구하는 도덕기준이 훨씬 엄격할 거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그것을 마땅히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가 꽤 공감이 간다. 그래서 진보신당 입장에서는 경기도 지사 선거가 버겁다고 생각하면서도, 심상정에게 경기도를 포기하고 은평으로 가라고 주장하기에는 주저함이 있다. 물론 정치인의 특성으로 본다면 심상정도 노회찬도 지방행정의 수장보다는 국회의원에 적합한 인물들이다. 전국적인 이슈와 정책을 상대하는데 더 능력을 보이고, 사실 그게 현재 진보신당의 역량으로도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렇지만 그런 그들에게 지역구의 상대 후보는 ‘저들은 지역의 일꾼이 아니라 중앙 정치꾼이다.’라는 식으로 공격을 해왔고 그런 공격을 막기 위해 노회찬과 심상정은 지역친화성을 강조해 왔다. 그 ‘약속’을 번복하는 것이 어떤 후과를 가져올지는 사실 판단하기가 어렵다.

 

둘째는 그래도 경쟁력 있는 후보인 심상정이 경기도지사 출마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을 때에야 ‘후보연합’의 압력이 높아지는 선거 국면에서 하나의 ‘협상 카드’로 기능할 수 있을 거라는 주장이다. 이는 진보신당과 심상정의 선택이 내려지더라도 특정한 시기 이전에 함부로 공표할 수 없도록 하는 조건이며, 당원들과의 토론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선거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처음에 지적했다시피 심상정의 거취만이 문제가 아니라 선거연합의 압력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포괄한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의 연계전략이 고민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조금 근본적인 것일 수도 있고 심정적인 것일 수도 있는데, 심상정이 ‘쉬운 길’만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심상정이 2008년에 나온 고양 덕양 갑은 유시민이 개혁당 후보로 나와 당선된 곳이다. 그리고 은평을은 문국현이 창조한국당 후보로 나와 당선된 것이다. 두 곳은 민주당이 아닌 군소정당 후보들이 당선된 적이 있는 지역구라는 공통점이 있다. 심상정이 이 두 곳에 순차적으로 도전해야 할 다른 이유가 없다면, 사람들은 그녀가 ‘안이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 여기게 되지는 않을까? 문제는 그 ‘쉬운 선택’이 쉬운 상황을 만들어주지 못할 때에 드러난다. 민주당은 결코 은평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은평을 선거가 경기도지사 선거만큼이나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논거는 첫 번째 논거와 결합할 수 있다. ‘명분’을 희생하고 ‘실리’를 추구했는데 ‘실리’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이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물음이 가능한 것이다.

 

이상의 논의에서 드러나듯 심상정의 선택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진보신당과 관련한 기사나 홈페이지를 살펴봐도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없다. 이렇게 중요한 선택을 심상정 개인의 결단에 전적으로 맡기려는 분위기는 아닐까라는 우려가 들 정도다. 오죽 답답하면 진중권이 기사화될 줄 뻔히 알면서 자기 블로그에 글을 올렸을까. 선택의 위험부담을 감안해 보건대 이 문제는 당에서 정리하고 심상정에게 요청하는 쪽이 훨씬 깔끔하다. 가령 은평을 선거를 나가더라도 진보신당에 재보궐선거 주자가 필요하니 심상정이 맡아달라고 당에서 요청하는 쪽이 심상정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어쨌든 진보신당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는 정치인이 노회찬과 심상정이라면 이들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텐데 많이 아쉽다. 심상정도 당이 자신을 좀 더 잘 ‘이용’해주기를 바랄텐데 말이다. 그리고 당원들도 당 지도부가 모든 것을 제멋대로 결정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설파하기에 앞서 이런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개진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불신으로 지도부를 쳐다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지도부가 ‘여론’을 수렴하려 해도 수렴할 여론이 없어진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이 문제에 대한 좀 더 활발한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


양웬리

2009.12.12 16:00:26
*.196.53.9

지방선거에도 기초, 광역 모두 정당명부 비례대표가 있습니다. 심상정 전 대표의 경기도지사 출마는 경기도의원과 경기도내 기초자치의원 비례대표 득표에 영향을 미칠테지요.

지역구의 경우에도 마찬가집니다. 서울에 출마하는 기초의원 후보들은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 출마로 인한 득표상승효과가 적지 않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도 비슷할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심상정 전 대표의 경기도지사 출마여부는 경기도 비례의원 1석, 경기도 내 시의원 몇 석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즉, 실질적인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거죠. 물론 그 효과가 은평에서 심상정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보단 훨씬 적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가능성 등등 따져봐야 할 문제는 많습니다만.

하뉴녕

2009.12.12 18:39:28
*.49.65.16

아 실수가 있었네요. 지적 감사합니다 ^^;

눈팅

2009.12.13 01:32:42
*.136.27.196

저는 한윤형님 그리고 진중권님의 의견에 명확히 반대 (심상정 경기지사 출마 찬성, 은평 출마 반대) 합니다. 경기지사 출마의 시너지 효과와 '신의를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우리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생각때문이지요. 그러나 관련 논의 혹은 논쟁이 활활 타올라야 하고 그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 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일이지요.

어찌보면 당게가 아니라, 한윤형님 혹은 다른 블로거들의 게시판이 당게 보다 훨씬 영양가 높은 논의가 오고 가게 되는 상황이 닥친 거 같습니다. 당게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건지...

하뉴녕

2009.12.13 02:29:57
*.49.65.16

비례대표 국회의원보다 비례대표 시의원이나 구의원이 중요성이 덜 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하간 위에서 나온 이유로 해서 16개 시도당 모두 출마한다는 전략이 어떤 맥락인지는 이해할 것 같습니다. 투박하게 말하면 광역 시/도의원 한 석과 기초 구/시의원 몇 석 확보를 위해 광역단체장 선거를 치르는 전략이라고 풀이할 수 있겠네요. 흠...

건더기

2009.12.14 10:28:06
*.23.212.30

양웬리께서 정확하게 지적해 주셨습니다. 좀더 첨언하자면. 지금 경기도 상황이 상당히 심각합니다. 심상정이라는 정치인의 생존 여부와 관계없이 당의 생존에 문제의식을 주고 이 문제를 다시 검토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고양이

2009.12.14 12:51:11
*.140.136.164

그게...정당지지도 5%가 넘어야 그나마 메이저리그에 턱이라도 걸칠 수 있고, 전국에서 정당지지도 5%가 넘으려면 서울과 경기도에서 엄청 많이 나와줘야 하기 때문에...(적어도 10%는 나와주지 않으면;; ) 정당지지도 5%를 넘지 못하면 당은 해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위기의식도 있습니다.

당의 전략이 정리되지 않았고 후보 개개인의 자발성에 너무 기대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에는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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