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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어버이를 어버이라 부르지 못하나니 [2010.03.19 제802호]
[특집]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명의 보정
조·중·동의 이데올로기를 순수하게 구현하는 ‘대한민국의 인간 정화조’
   
조소할 수 없다. 매일 오후 공원에 모여 ‘시국강연’을 듣다가 ‘문제’가 생기면
바로 현장으로 출동한다. 삼성특검팀 앞에서 삼성을 옹호하는 시위를 벌이고
(그럴 필요는 없었다), 법원 판결이 불만이라며 대법원장에게 계란을 던지고
(사실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국민의례를 행하지 않았다며 ‘희망과대안’ 행사
를 저지한다(이건 좀 의미가 있다). 그뿐인가. 노인들에게 도시락 나눠주고,
이발 봉사하고, 심지어 쓰레기 주워담으며 회원을 포섭한다. 진지전과 기동전,
그람시가 울고 갈 조직력이다.

» 지난해 5월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서울대 교수 시국선언 현장에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들이 들어와 단상을 막아섰다.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노인 공경 정신이 부족한 이들은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뒤에 국정원이 있다거
나, 돈을 받고 움직일 거라는 식의 중상모략을 일삼았다. 나는 그 말을 안 믿는
다. 이건 누군가의 사주나 회유로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의 일이 아니다. 설령
누가 뒤에 있다 한들 이들의 신념이 굳건하지 않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것인가. 보수단체에서 돈을 준다 한들 얼마나 줄 것인가. 당신은 얼마를
받으면 컵라면 하나 먹고 하루 종일 팔뚝질을 하며 뛰어다닐 수 있는가.
그렇게 따지면 저 ‘잃어버린 10년’ 동안의 시민단체들도 모두 ‘홍위병’이며,
돈을 위해 움직인 이들일 거다. 그런 추론은 삼국지를 1천만 부 팔아치운
대문호의 문학적 상상력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인간 세상의 일은 아니다.
따라서 나 같은 범인은 이분들이 1천 명 내외 회원의 회비만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역시 문제가 되는 것은 명칭. 이분들은 왜 스스로를 대한민국의 어버이라고
칭하는 걸까? 사실 생물학적으로 아버지인 건 전후 1세대도 마찬가지고,
한국전쟁을 겪은 노인들과 전후 1세대 장년층들이 쥐뿔도 모르는 ‘베이비’
라고 믿는 이른바 386세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생물학적인 정의는 의미가
없다. 대개 60살 이상의 회원을 가진 이 단체가 대한민국 세대의 가장 위에
위치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게 그들에게 중요한 문제였다면 이
단체의 이름은 ‘노인’ 연합이 되었을 게 아닌가. 게다가 이분들이 하시는
말씀도 ‘노인 공경’의 테두리에 갇혀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분들이 스스로를 ‘어버이’라고 부를 때 그 의미는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것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대한민국’을 온전한 모습으로
낳았다는 의미에서 스스로를 ‘어버이’로 칭하는 것이며, 오늘날의 세상이
그 온전한 대한민국을 기형아로 만들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이다.
서글픔은 여기서 발생한다. 이분들이 말하는 ‘대한민국’은 ‘공화국’이 아니다.
그 나라는 박정희와 전두환의 나라이며, 정부 시책에 반대하는 것은 우리의
국가를 전복하고 저 북쪽에 있는 변형된 공산주의 왕조국가를 지지하기
위함이라고 믿는 나라다. 이분들은 아직도 민주주의자로 ‘전향’하지 못했다.
양심을 위해 투쟁하는 미전향 장기수인 거다. 감옥에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영화 <올드보이>에 나오는 유지태의 대사. “더 큰 감옥에서의
삶은 어떤가?” 이분들에겐 지금의 대한민국이 감옥인 거다!


보수언론에서도 이분들의 ‘폭력성’을 비판하는 경우가 있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문제가 되는 건 시위의 폭력성이 아니라 시위를 하게 만드는
사고방식의 폭력성이다. 가령 판사들의 개인사를 까발리는 보도행태는
어떠한가. 자유민주주의를 체제의 재생산 구조를 통해 민주적인 권력을
산출하는 체계로 보지 않고, ‘좌파’라는 불순물들을 끊임없이 솎아내야
유지되는 일종의 정수처리장으로 보는 시각인 거다. 그런 면에서, 이분들은
조·중·동의 이데올로기를 순수하게 구현하는 ‘대한민국의 인간 정화조’로
불리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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