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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강릉 여행 20100227-20100301

조회 수 1926 추천 수 0 2010.03.09 16:51:13

선배 부부의 자녀의 돌을 축하하기 위해 강릉에 다녀왔다.


돌잔치는 아이의 이모부와 이모가 운영하는 키즈카페에서 열렸다. 기본음식이 이런 것으로 나왔고, 나머지 음식은 뷔페식으로 가져다 먹었다. 강릉에는 '강남 따라잡기' 자녀교육과 농촌 방식의 자녀교육이 같은 공간에서 공존한다. 꼬마아이들을 위한 키즈카페는 맞벌이를 하는 중간층 부모들을 위한 공간이며, 형제자매가 별로 없는 아이들이 또래를 만날 수 있는 교육적 공간이다. (아이들이 집에 잘 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한다.) 말하자면 이 공간은 민간자본으로 운영되는, 이윤을 내는 복지시설이다. 또한 운영자가 진보신당 당원인 탓에 '진보신당 강릉시협'의 회의실로 사용되는 곳이기도 하다. 좌파가 운영하는 지극히 중산층적 분위기의 시설이라는 점에서 '강남좌파'라는 단어가 떠오르기는 하지만, 역설적으로 서울에서는 부동산가격이 너무 비싸서 이런 기획이 실행되기가 몹시 힘들다.


초당동에 순두부찌개를 먹으러 온 김에 허난설헌 생가구경을 잠깐 했다. 아버지가 어제 돌잔치를 치룬 아이를 안고 문 앞에 서 있다.




초당동은 순두부찌개가 유명하다고 한다. 맛집이긴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이 와서 오래 기다려야만 했다. 그 정도 기다려서는 어지간한 음식도 모두 맛있게 여겨질 것이다. 한가한 평일 오후에 다시 한번 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바다로 나왔다. 마음이 시원해진다.




물론 아이의 사진을 많이 찍었지만, 그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이 정도만 올려두도록 하자.




커피숍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바다 풍광도 멋지다. 커피숍에 선배 부부와 앉아서 강릉의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키즈카페의 광경까지 포함해서, 나는 강릉이 그래도 서울에 대해 그럭저럭 독립되어 있는 지역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 궁금했다. 강릉에서는 돈을 벌어도 서울에 가려고 하지 않고 그냥 강릉에서 살려고 한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자연환경이 좋기 때문이기도 할 거다. 강릉에서는 2억 정도만 있으면 마당이 있는 100평이 넘는 자기 집을 지을 수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살 수 있는 평수의 아파트 가격이 1억을 넘지 않는다. 새로 개발되는 지구의 아파트도 1억을 조금 넘을 뿐이다. 물론 지방의 부동산가격이 싼 거야 어디든 마찬가지지만, 강릉에서는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자신들끼리 만족하고 산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적어도 아이 교육을 위해 서울로 이사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기본적으로는 원주나 춘천과는 달리 서울에서 적당히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강릉이 자녀의 신분상승을 꿈꾸는 중간층들에게도 살만한 동네가 된 것은 역설적으로 강릉고를 정점으로 형성되어 있는 지역사회의 학벌구조 때문이라고 한다. 강릉고를 가면 명문대를 갈 수 있는 현실에서, 굳이 자녀교육을 위해 서울행을 욕망할 필요는 없다. 한편 대학학벌과 상관없이 지역사회에서는 강릉지역의 층층이 서열화된 고교인맥을 통해 많은 것이 결정된다. 예전에는 많은 지역사회가 그랬다. 고교서열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역의 독립성이 있던 그 시절이 모든 지역이 서울의 식민지인 것 같은 지금보다는 다소 나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는) 체제라는 것이 분명하다. 이 체제가 무너진 것은 정말역설적이게도 '평준화 교육'으로 지역의 룰이 붕괴했고 서울대를 일극으로 하는 서울패권주의의 룰만 수용되었기 때문이다. 강원도 교육청은 2년 전인가 사실상 평준화 정책을 포기하고 고교입시를 부활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강원도의 많은 중학생들이 입시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현기증이 났다. 이 지역사회의 학벌구조의 정점에 서 있는, 일반적인 대학 크기의 부지를 가진 강릉고 정문에는 "사회에는 인재를, 모교에는 영광을"이라는 교훈이 적혀 있었다. '평준화 정책'을 교육개혁의 마지막 보루처럼 여겼던 민주화세력의 집권 십 년 동안, 가속화되었던 '서울 중심주의'에 저항했던 것은 이러한 '구습'이었다.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 분별할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세상일이 '적'과'아군'을 나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강원도에 늦은 눈이 내려 돌아오는 길은 굼벵이 걸음이었다. 차창 밖으로 비친 눈 내린 풍광이 조금 쓸쓸하다. 아이가 돌잔치를 한 다다음날인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seed

2010.03.09 19:10:22
*.160.59.142

'진보신당 강원도당'-> '진보신당 강릉시협'으로 수정요~ ㅎ

ㅋㅋ 사진에 화이트 발란스 뽀샵 좀 해줘봐봐요~

ssy

2010.03.09 19:51:02
*.254.83.18

까페 사진이 인상적이군요. 어항에 담긴 바다(와 계란)이라니.
거기에 카메라맨이 반사되고, 아래에 앉은 여인의 실루엣이라.. 묘하군요. ㅎㅎ

(그나저나 그 꼬마 무슨 생각을 하는지, 꽤나 진지하군)

행인A

2010.03.10 06:09:20
*.162.90.207

저는 아이 사진 뒤의 아우디 A5가 더 먼저 보였다는(...)
애가 좀 시크해 보이네요 ㄲㄲ

zeno

2010.03.10 12:47:15
*.46.14.69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ㅋㅋ

andante

2010.03.11 08:42:16
*.37.195.181

저도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립니다.

saterl

2011.01.21 16:51:46
*.234.33.225

강릉.. 그렇죠.. 서울에서 바라볼때와 강릉에서 살아갈때 참 많은 차이를 느끼곤 했는데.. 결국 강릉에 정착을 해야 하는데.. 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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