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이론을 적용한다는 것

조회 수 819 추천 수 0 2008.03.05 18:49:16
나는 어떤 이론도 '그대로' 적용해서 현상을 분석하지 않는다. 일단 내 안으로 들어오면, 이론은 나의 방식대로 재배치 당한다. 이게 나의 철칙이다. 그래서 나는 지젝, 라캉, 바디우를 닮았으면서도 전혀 지젝, 라캉, 바디우가 아니다. - 이택광, "나의 이론"


"나는 어떤 이론도 '그대로' 적용해서 현상을 분석하지 않는다." 이 말은, "나는 어떤 레서피도 그대로 '적용해서' 저녁식사를 준비하지 않는다."는 말과 마찬가지로 범상하다. 범상해야 한다. 어쩌면 그보다 더 당연한 말이어야 할 것이다. 요리학원에서 요리를 배울 때에는 레서피 그대로 요리를 할 수 있을 것이며, 저녁식사 준비를 할 때라도 레서피에 나오는 재료를 그대로 구입하여 레서피 그대로를 실현하는 것이 가능하겠으나, 우리 앞에 놓여진 현상이 저 이론이 탄생하던 그 장소의 현상과 동일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일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그것을 '현상'이라 부를 수도 없을 것이다.)


요리책에 나오는 것과 다른 식재료를 가지고 있는 가정주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료를 활용해서 요령껏 요리를 한다. 하지만 이론을 접한 어떤 이들은, 마치 어설픈 시청자가 TV의 요리프로그램을 틀어놓고 시선을 거기에만 꽂은 채 칼질을 하는 것처럼 (자신 앞에 놓여진 재료가 무엇인지, 그것의 상태는 어떤지, 심지어는 그것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원저자의 활동을 그대로 모방하려 든다. 그런 사람들이 "너는 **를 잘 모르는구나."라고 노상 말하는 동네에선, 저 평범해야 할 말이 일종의 성찰적인 고백으로 변신하게 된다. 레서피의 신봉자들과, 아마도 그들로 인해 생겨난 레서피에 냉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갈 곳을 찾기 힘든 사람의 고백. 이쯤되면 가히 마술적인 현상이다.


이상한 모자

2008.03.05 19:47:12
*.221.144.156

님은 지젝을 잘 모르는군요. (패러디)

극단혹은중용

2008.03.05 20:29:21
*.4.221.79

이상한 모자 님 // 완전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뒤집어 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zure

2008.03.05 21:02:25
*.5.156.227

김택용의 코닥을 본 많은 듣보잡 토스가 유연하지 못하게 코닥을 흉내내다 땡히드라에 망하는 장면이 연상되는군요.

아흐리만팬

2008.03.05 22:40:15
*.41.226.112

님은 라캉 들뢰즈 지젝도 모른단 말입니까 ㅋㅋㅋ

Jocelyn

2008.03.06 09:22:24
*.246.187.134

오타입니다. '지젤'이겠지요!
님은 지젤 번천도 모른단 말입니까 ㅎㅎㅎ (썰렁개그 -_-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361 본격 은영전 비평 : 양 웬리와 탈정치성 [22] [1] 하뉴녕 2010-07-29 384868
1360 드라마 사조영웅전, 황용의 계보 file [2] 하뉴녕 2007-07-09 46728
1359 이거시 황장군 님의 위력이죠!!!!!!! [6] 하뉴녕 2009-06-23 42868
1358 [딴지일보] 스타리그의 진정한 본좌는 누구인가? (4) - 잊지 마라, 0대 본좌 기욤 패트리를! [8] 하뉴녕 2009-07-13 42462
1357 한화의 가르시아 헌정 짤방 file [5] 하뉴녕 2011-06-30 38312
1356 [기획회의]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기를 - 키워드로 살펴보는 저자 "20대 멘토" 편 [126] [1] 하뉴녕 2011-08-19 30860
1355 현실론과 정치공학 -Sophist와 RVD에 대한 반론 포함 하뉴녕 2004-06-30 28986
1354 어떤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 윤리적 판단을 위한 역지사지 [118] 하뉴녕 2011-08-03 27444
1353 [작가세계] 이건희는 생각하지마. [5] 하뉴녕 2011-07-13 26815
1352 우리편 전문가, 비평의 방법론, 그리고 현실의 재구성 [13] 하뉴녕 2011-09-13 26529
1351 [작가세계] 장하준의 ‘더 나은 자본주의’, 그리고 한국 사회 [14] 하뉴녕 2011-07-23 25965
1350 어떤 민주당 지지자들 [85] 하뉴녕 2011-07-28 25244
1349 [고황] 야권연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24] 하뉴녕 2011-06-21 25003
1348 피해자중심주의와 냉소주의 [7] 하뉴녕 2011-08-18 24498
1347 죄책감의 정치의 두 부류, 그리고 도덕성의 강박 [9] 하뉴녕 2011-09-15 24310
1346 [황해문화] 루저는 ‘세상 속의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22] 하뉴녕 2011-07-15 23979
1345 SNS의 진보성? [14] 하뉴녕 2011-07-10 23764
1344 안운사 해설강의 2,3강 업로드 [2] 하뉴녕 2011-04-04 23543
1343 왜 좌익은 희망버스를 곤혹스러워 하지 않는가? [21] [1] 하뉴녕 2011-07-14 23523
1342 슬럿워크와 잠재적 성범죄자의 문제 [10] [1] 하뉴녕 2011-07-26 23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