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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희망청 개소식 참석...

조회 수 746 추천 수 0 2008.02.22 22:13:35

어제 희망청 개소식에 다녀왔다.


사실 개소식이나 출범식 같은 건, 대외용이다. 그러니까 20대 당사자 조직 출범식이라는 건 사실 20대들 보라고 하는 게 아니라 '어른들'보라고 하는 거다. 나는 어차피 그렇게 생각하고 나갔는데,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 쪽에선 중간에 스피치가 좀 재미없었나 보다. 개소식을 재미있게 꾸며보려는 주최측의 노력이 좀 애매하게 작용한 면이 있어서, 내빈들을 확실하게 대우해 주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확 재미있지도 않았던 그런 개소식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마지막에 공연한 팀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공연 자체의 훌륭함보다도, (물론 매우 훌륭했지만)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살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져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이것은 그저 멀리서 바라다보는 이의 환상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못 살 인간들에게는 그런 위안도 필요하다. 세상엔 저런 사람들도 있다는.


진보신당의 경우에는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모일지 대충 예상이 되고,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 정당이 구성되다가 망해갈지에 대해서도 대략의 예측은 된다. (당연히 장기적으로 볼 때 망할 확률이 99%다.) 그러니까 너무 쉽게 망하지 않기 위한 몇가지 조건들을 고민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희망청의 활동의 경우는 어떤 사람들이 모여들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어떻게 되어갈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사실 내가 예측이 가능한 사람들만이 모여서는 아무런 가망도 없을 것이다.)


한가지 확실한 건 개소식은 '어른들'보라고 하는 것, 이런 게 있으니 도와달라는 사인을 보내기 위해 하는 것이지만, 앞으로의 활동은 20대들 자신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 그러니 윗세대의 조언에 지나치게 기대지 말고 스스로의 길을 헤쳐나갔으면 좋겠다.


예정된 뒤풀이 같은 건 없었지만 포럼에서 친해진 몇몇 사람들과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 지난번엔 2시 정도에 술자리가 끝났고 술이 부족해진 나는 노정태의 집에 쳐들어가서 한잔을 더 했는데, 그 점이 미안했던 것인지 끝없는 레이스가 이어졌고 결국 아침 8시까지 마셨다. 13시간 음주! 이런 술자리는 나도 간만이라 온몸에 힘이 다 빠졌다. 지하철 2호선을 몇바퀴 돌고 집에 도착했을 때가 오전 11시.


일단은 20대들의 단체가 하나하나씩 모이게 될 것인데, 나는 정말 아무 조직에도 소속되지 않은 일개인이다. 그래서 술먹으면서 그냥 당신들 조직원인 척 들러붙어 있어야 겠다고 했더니, 나보고 조직을 하나 만들란다. 그럴 시간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될 일이지. 글쓰는 사람은 힘 없는 말을 길바닥에 던져 놓은 후 힘 있는 사람들이 그것을 주워가서 요긴하게 쓰기를 바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고 글을 쓸 때에야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다. 당장엔 아무 일도 못하는 것처럼 보여도, 말들을 던져주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사람들이 신속하게 대책을 세우는 데엔 도움이 된다. 정치평론이 정치세력에 훈수두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제갈공명주의자들이야 말로 사실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다. 진보신당의 경우 기회가 별로 남지도 않아서 조바심이 좀 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어디까지나 나는 활동가가 아니라 논평가인 것이다.


오디

2008.02.22 22:35:50
*.53.89.101

네네 잘 알겠습니다! ^^;
그나저나 나랑 곰곰도 지하철에서 몇번 왕복하다가 들어갔는데ㅋㅋ(그래봐야 4정거장이 전부이긴 하지만)
뭐 암튼 지금 시간에 글이 올라오는 것을 보니~~~ 무사히 체력회복 했나보구나 +ㅁ+

하뉴녕

2008.02.22 22:40:20
*.176.49.134

링크 추가했다능 -

곰곰

2008.02.22 23:37:15
*.91.102.172

나는 이제 정신이 들어.ㅋ 근데 오늘 아침에 어떻게 집에 들어갔는지는 잘 모르겠어ㅋㅋ 아마도 진상을 부렸을터인데...부디 용서해주길~
글쓰는 사람의 역할에 대해서 끄덕이게 되네. 그래도 아쉬운게 있잖아. 뭐..씨즈가 공중공격도 가능하면 좋겠다는 생각 정도로 받아들여줘.^^

하뉴녕

2008.02.23 00:09:10
*.176.49.134

괜찮아. 필름이 끊길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엄청 취해있었으니 --;;

그나저나 자네 은근슬쩍 아부하는 재주가 있군...;;;

2008.02.23 02:43:39
*.150.47.91

희망청이 뭐죠? 뭔가의 준말인가요?
아. 궁금해요 ㅋ

똠방

2008.02.23 05:15:23
*.71.52.140

희망청 개소식 그러잖아도 가려고 했는데... 다른 일이 겹치는 바람에 못갔습니다. 갔으면 님들 얼굴 보며 술 한잔 했을텐데 말이죠.

이상한 모자

2008.02.23 09:06:55
*.77.132.224

저기 음.. 나도.. 20대인거 같은데.. 음..

정통고품격서비스

2008.02.24 09:31:37
*.47.175.197

누가 모여들다 어떻게 망할 지 논평부탁해염.

개탈기 창희

2008.02.24 14:36:33
*.109.186.77

오호., 아침까지 달렸다는게 사실이였군요ㅠㅠ
글쓰는 사람의 역할에 대해 처음 생각해보게되었네요..
음음 (비록 글은 쓰지 않지만..)

까막

2008.02.24 17:02:08
*.186.231.192

요즘 글을 안 읽어 버릇하더니;;; '개소식'을 '개 소식'으로 읽고 대체 뉘집 강아지 일에 참석을 하셨나 했습니다. 이건 뭐 정초부터 노망도 아니고;;;
글의 기능에 동의합니다. 글쓰는 이의 역할에도 마찬가지.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D

jiva

2008.02.24 19:53:40
*.10.214.234

윤형씨를 비롯해서, 그날 참여하여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했던 점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개소식이란 표현 때문에 꽤나 말장난에 시달리게 되는군요. ;; 어쨌든 희망청을 시작하게 되었고, 정통고품격서비스님은 꽤나 자주 뵈었던 분이네요. 앞으로도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유령질의 역사

2008.02.25 10:21:27
*.237.213.24

전 한참 연상의 독자인데 나이빨로 어찌 하겠단게 아니라 나름대로 사고의 한계가 있음을 감안해달라는..그래서 질문인데 활동가랑 평론가는 어떻게 구분되는 거구, 왜 구분이 되야하는 거구, 구분이 필연인지 그리고 그 둘은 일치 될수 없는건지..그럼 자칭 평론가들은 왜 활동가와의 거리를 유지 할려는 건지 궁금 하구려.

하뉴녕

2008.02.25 16:02:03
*.176.49.134

안녕하세요. 논평가이면서 활동가를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논평가 역할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크기 때문에, 논평가 역할을 하면서 활동가까지 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운동에 해가 되는 경우가 많을 거에요. 그래서 양자택일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고, 저의 경우는 그런 상황에서 논평가 역할을 택해 왔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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