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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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희망청 개소식에 다녀왔다.
사실 개소식이나 출범식 같은 건, 대외용이다. 그러니까 20대 당사자 조직 출범식이라는 건 사실 20대들 보라고 하는 게 아니라 '어른들'보라고 하는 거다. 나는 어차피 그렇게 생각하고 나갔는데,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 쪽에선 중간에 스피치가 좀 재미없었나 보다. 개소식을 재미있게 꾸며보려는 주최측의 노력이 좀 애매하게 작용한 면이 있어서, 내빈들을 확실하게 대우해 주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확 재미있지도 않았던 그런 개소식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마지막에 공연한 팀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공연 자체의 훌륭함보다도, (물론 매우 훌륭했지만)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살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져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이것은 그저 멀리서 바라다보는 이의 환상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못 살 인간들에게는 그런 위안도 필요하다. 세상엔 저런 사람들도 있다는.
진보신당의 경우에는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모일지 대충 예상이 되고,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 정당이 구성되다가 망해갈지에 대해서도 대략의 예측은 된다. (당연히 장기적으로 볼 때 망할 확률이 99%다.) 그러니까 너무 쉽게 망하지 않기 위한 몇가지 조건들을 고민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희망청의 활동의 경우는 어떤 사람들이 모여들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어떻게 되어갈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사실 내가 예측이 가능한 사람들만이 모여서는 아무런 가망도 없을 것이다.)
한가지 확실한 건 개소식은 '어른들'보라고 하는 것, 이런 게 있으니 도와달라는 사인을 보내기 위해 하는 것이지만, 앞으로의 활동은 20대들 자신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 그러니 윗세대의 조언에 지나치게 기대지 말고 스스로의 길을 헤쳐나갔으면 좋겠다.
예정된 뒤풀이 같은 건 없었지만 포럼에서 친해진 몇몇 사람들과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 지난번엔 2시 정도에 술자리가 끝났고 술이 부족해진 나는 노정태의 집에 쳐들어가서 한잔을 더 했는데, 그 점이 미안했던 것인지 끝없는 레이스가 이어졌고 결국 아침 8시까지 마셨다. 13시간 음주! 이런 술자리는 나도 간만이라 온몸에 힘이 다 빠졌다. 지하철 2호선을 몇바퀴 돌고 집에 도착했을 때가 오전 11시.
일단은 20대들의 단체가 하나하나씩 모이게 될 것인데, 나는 정말 아무 조직에도 소속되지 않은 일개인이다. 그래서 술먹으면서 그냥 당신들 조직원인 척 들러붙어 있어야 겠다고 했더니, 나보고 조직을 하나 만들란다. 그럴 시간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될 일이지. 글쓰는 사람은 힘 없는 말을 길바닥에 던져 놓은 후 힘 있는 사람들이 그것을 주워가서 요긴하게 쓰기를 바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고 글을 쓸 때에야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다. 당장엔 아무 일도 못하는 것처럼 보여도, 말들을 던져주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사람들이 신속하게 대책을 세우는 데엔 도움이 된다. 정치평론이 정치세력에 훈수두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제갈공명주의자들이야 말로 사실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다. 진보신당의 경우 기회가 별로 남지도 않아서 조바심이 좀 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어디까지나 나는 활동가가 아니라 논평가인 것이다.
그나저나 나랑 곰곰도 지하철에서 몇번 왕복하다가 들어갔는데ㅋㅋ(그래봐야 4정거장이 전부이긴 하지만)
뭐 암튼 지금 시간에 글이 올라오는 것을 보니~~~ 무사히 체력회복 했나보구나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