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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김선일 씨 사건 관련해서 나의 '탄핵' 주장이 그르다고 본 이들에 대한 반론 성격의 글이다. 한쪽은 우파들의 현실론을 비판하고, 한쪽은 좌파들의 무조건 전민항쟁 좋아하는 취향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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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빠들이 오늘날 저꼴로 몰락하여 세인들의 조롱거리가 된 이유는, 자신들을 노무현과 동일시한 나머지 마치 스스로 대통령이나 되는 양 굴었기 때문이다. 시민의 입장에서 평론을 쓰지 않고 대통령의 입장에서 평론을 썼기 때문이다. 노무현 밑에는 자신이 제갈공명이라고 믿는 '자칭 참모'들이 적어도 2천명은 있었다. 나는 가끔 노무현이 그들중 몇명이나 알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지금의 진보누리를 보니, 민주노동당 당원이나 지지자들 중에서도 '당원'이나 '지지자'를 넘어 당대표와 의원단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 물론 걱정이 되겠지. 그러나 걱정하지 마시라. 당원은 당원의 입장에서 논지를 전개해야지, 당대표나 의원단의 입장까지 고려해서는 '변명 제조기'밖에 될 것이 없는 것이다.


1.
나보다 우파라고 스스로 생각하실, Sophist 님의 질의에 대해 먼저 반론을 하겠다.


'현실'이라는 말이 그토록 남용되기 때문에, 나는 일찌기 옥석논쟁 시절에 현실성을 세가지로 구별한 바 있다. 그 중 맨 앞의 것은 적용될 만한 맥락이 없어 그후 입에 담지 않았으나, 두 종류의 구별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두가지는 "잠재적 현실성"과 "확률적 현실성"이다.


잠재적 현실성은 쉽게 말하자면 물리법칙의 현실성이다. 그것은 세계 내에 잠재되어 있는 법칙성으로, 중력법칙을 거스를 수 없는 것처럼 그것을 거부할 도리가 없다. 따라서 그것이 실재라면, "차가운 실재"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확률적 현실성은 그보다는 세계에서 자유로운 사회법칙의 현실성이다. 그것은 세계 내에 잠재되어 있다기보다는, 인간들 간의 관계에서 확률적으로 구성된 규범성이다. 비록 어느 사회에서 어떤 법안이 확률적으로 지지를 받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다른 법안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구호는 바로 "확률적 현실성"이 마치 "잠재적 현실성"인양 행세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다. 따라서 그것이 실재라면, 우리의 노력에 의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뜨거운 실재"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인식능력은 한계가 있으므로, 차가운 실재와 뜨거운 실재의 경계선은 모호할 것이다. 그러나 특정한 사안에 있어 어떤 것이 좀더 뜨거운 실재인지, 혹은 차가운 실재인지는 충분히 판단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내가 이렇게 두 개의 현실성을 구별해야만 했던 동인은 앞서 말했던 것처럼 옥석논쟁 때문이었다.


강준만은 진중권이 좌파를 비판한 글을 가져와, 그가 말하는 '현실성'을 물고 늘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진중권의 비판은 일부 좌파들의 신학적 어법에 관한 것으로, 좌파들이 '차가운 실재'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준만은 이 두가지의 실재를 혼용하여, 선거에서 이문옥이 서울시장이 될 확률이 없다는 '뜨거운 실재'를 진중권이 인정하지 않는것은 일관성의 상실이라고 비판한다.


좌파들은 모든 실재를 '뜨거운 실재'로 치환시켜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상상력'이 없는 이를 천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반면 우파들은 모든 사회적 실재를 '차가운 실재'의 반영물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들이 좌파에게 "현실성이 없다."는 이념 공세를 취할 때, 그리고 좌파가 이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반론을 할 때, 이는 관념의 투쟁이요 관념의 문제인 것이다.


이제 이런 관점에서 Sophist의 질문에 답해보자. 한국군이 테러리스트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은 내가 보기엔 '차가운 실재'의 영역에 들어간다. 이에 반대하는 이들의 텍스트를 보라. 한국군의 대 게릴라 전략이 세계최고라는 둥, 한국인의 복수심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둥, 혼자 오줌을 싸고 자빠졌잖은가. 원래 '차가운 실재'를 부인하는 이들의 글은 상상력으로 가득차 있고, 낭만적이다.


(만약 이들이 관점을 바꾸어 "이런 억울한 일을 막기 위해 세계정부가 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면, 나는 그것이 지난한 일임은 알았겠지만 '차가운 실재'를 거스르고 있다고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 일 역시 이러한 개별사건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시간이 많이 잡아먹는 일이다. 그래서 속편하게 보복전쟁을 낭만적으로 '꿈꾸는' 이들이 생긴 것이다.)  


반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는, 그것은 정치공학적인 문제이며 확률적인 문제이다. 노무현에 대한 탄핵이 실제로 이루어졌을 때 '안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건 사유실험만으로도 충분히 추론 가능한 일인데, 심지어 얼마 전에 '실전'까지 한번 뛰어봤다. 탄핵의 비현실성은 확률적이고 규범적인 문제이지 잠재적이고 법칙적인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나는 당위에 의해 탄핵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며, 명백한 당위에 대해 진보정당은 그 확률적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지지율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먼저 나는 이번의 명분이 너무도 당위적인 것이라 일정 부분 민주노동당의 손해를 감수할 만한,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하는 식으로 순수하게 정치공학적으로 보더라도, 최근 민주노동당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요인은 '어정쩡함'에 있지 '과격함'에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은 당장 국민 40%를 바라보는 수권가능한 정당이 아니다. 지지자 10%에서 20%를 바라보며 정치하는 군소정당이다. 앞서 탄핵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몰락이 눈에 밟히는가? 그러나 역사는 반복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2.
이제 나보다 좌파라고 생각하실 RVD님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해 보자. 처음에 RVD님의 쪽글을 봤을 때, 나는 그가 느끼는 아이러니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RVD는 스스로를 아흐리만보다 더 과격한 좌파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노빠들이 자신에게보다 아흐리만에게 더 성질을 부리는 아이러니를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 후 자신을 추스린 그는 정리에 나선다. 그에게 '퇴진'운동은 전민항쟁을 포함한 대중투쟁의 요소가 포함된, 근본적인 투쟁이다. 그러나 '탄핵'운동은 구호는 의회주의에 이용당할 확률이 많은, 개량적인 투쟁이다. 여전히 아이러니는 남아 있다. 그는 더 과격하고 근본적인 것을 주장하는 주제에 '탄핵'운동이 정치공학적으로도 자살행위라고 말한다. 왜 덜 과격한 것이, 정치공학적으로 더 리스크가 클까.


"설령 지금이 전민항쟁이 가능한 시기라 하더라도 먼저 유도를 해야 할 것은 탄핵이다. 제도가 왜 있는가. 폭력적인 충돌 이전에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만약 지금이 전민항쟁이 가능한 시기라 하더라도, 정치인을 전민항쟁의 ‘가능성’으로 협박해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다."


나는 이렇게 말했었다. 그런데도 RVD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한다. 탄핵이라는 제도가 있는데도 굳이 퇴진을 언급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RVD의 말은 스트리트 파이터의 논리다. 짧게 요약하면 "좋은 주먹 놔두고 왜 말로 싸워~ 바보들~"이다. 유럽에는 자본주의를 전복하는 노동자들의 힘이 길들어지는 것을 두려워 노동조합 건설을 반대했던 좌파들이 있었다. RVD의 의식은 그들과 궤를 같이 한다. 이런 좌파들은 자본주의가 행여 성공할까 두려워 재를 뿌리며 방해해야 한다. 비록 자신들의 깽판질때문에 지금 민중의 삶이 고통스러울지라도, 미래의 승리를 위해 정당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종의 뒤틀린 '형이상학'이므로, 굳이 반론하지는 않기로 한다.


그러나 RVD가 모르고 있거나, 외면하는 사실이 있다.  현시기의 탄핵운동이 반드시 그가 바라는 '대중운동'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과, 그가 말하는 퇴진운동 역시 전민항쟁에까지 이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실제로 자신이 주먹을 쓸 일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말로만 스트리트파이터"인 것이다. 이게 그의 아이러니에 대한 해답이다. 나는 대중운동의 구호로도 탄핵이 훨씬 실재적이라고 생각한다. '퇴진'은 일부 좌파신학자들에게는 모르겠거니와, 대중들에게는 밋밋하고 느슨한 구호다. 시위하는 사람들에게서 매번 들어온 구호이기도 하거니와, 함의하는 바가 너무 크다.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제스처나 읍소에서, 전민항쟁까지를 포함하는 지나치게 넓은 개념인 것이다.


그러나 '탄핵'은 훨씬 구체적인 절차의 이름이며, 사람들이 이미 현실적으로 맛을 본 상황의 이름이기도 하다. RVD가 말했듯, 탄핵운동이 정치적으로 리스크가 더 큰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퇴진'운동을 말하는 이들은 결과적으로 민주노동당이 이 정국을 '대충' 지나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삼국지의 참모들이 군주에게 권하는 지혜다. 노빠들이 노무현에게 권하면서, 우리에게 이해하라고 윽박지르는 그 지혜다. 명분을 잃지 않으면서 적당히 실리의 손실이 큰 상황을 견뎌내라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핵심 당직자와 의원단도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지지자까지 그렇게 타락해서야 어찌 진보정당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3.
나는 파병반대 문제와 김선일씨 사건 문제는 별개로 분리될 수 있는 문제라고 거듭 강조해 왔다. 그런데 노빠는 물론이거니와 좌파들도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있다.


김선일씨의 사건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의지적으로 타자에게 양도해 버린 사건으로, 그 결과 국가의 존립근거를 무너뜨린 사건이다. 무너진 존립근거를 도로 세우는 것이 올바르다면 정권이 책임을 져야하며, 그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궁극적으로 대통령 노무현이다. 따라서 그에게 책임을 지우는 입장에서 탄핵을 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면 내가 주장하는 대통령 탄핵은 "파병강행에 대한 탄핵"이 아니라 "김선일씨 사건에 대한 탄핵"이다.


파병찬반에 대한 문제는 이보다는 훨씬 더 정치적인 문제에 속한다. 물론 우리의 헌법이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도 위헌-합헌의 문제이긴 하나, 16대 국회는 이라크 전쟁을 침략전쟁으로 규정하지 않은 채로 파병에 승인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정치적 쟁점으로 남아 있다. 이를 근거로 민주노동당이 탄핵까지 나서는 것이 조금은 오버액션이라고 보는 이유다.


그런데 진보누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차 파병때 탄핵결의안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는 원칙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나는 이도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앞서 말했듯 민주노동당의 입장과 지지자의 입장 (가령 진보누리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때 탄핵운동에 나섰던 진보누리가 그보다 훨씬 더 명백한 사안에 대해서 침묵한다면, 이것이 어찌 공정한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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