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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누더기 경전의 나라

조회 수 941 추천 수 0 2004.04.14 18:15:00
이 글 막바지에서 총선이 끝나면 '노빠론'을 연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노빠론'은 블로그에 올리게 되지만. 말하자면 이 글은 "왜 노빠론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되겠다. 진보누리의 아흐리만씨가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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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노무현 지지자는 홍세화의 '공화국론'을 예로 들어 탄핵에 대한 홍세화의 입장을 묻는다. 어떤 노무현 지지자는 프랑스의 르펜 반대 운동을 들먹인다.

나는 홍세화 선생처럼 나도 '공화주의자'라고 생각한다. 그 앞에 '진보적'이란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기껏해야 중도파 정도가 아닐까. 과거 개혁당엔 개별정책에 대한 선호도로 따져보면 나보다 진보적인 사람이 얼마든지 많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 열린우리당 지지자들 중에서도 그런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이분들 의외로, 무슨 얘기하면 "좋은건 좋은거지~" 하면서 찬성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이분들의 문제는 그 "좋은건 좋은거지~" 다음에 "하지만 한국에서는..."을 붙인다는 것이다. 그것이 나와 그들의 차이일 것이다. 나는 스스로 유럽에 가면 좌파 정당 지지와 우파 정당 지지를 넘나드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상당수의 노무현 지지자들은 자신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자신들이 유럽의 기준에서 중도 좌파라고 믿는다.

왜 그럴까? 이 얼마나 편리한 맥락 적용일까? 다시 공화국론으로 돌아가자. 열린우리당은 합리적 보수고 한나라-민주-자민련은 수구라는 구분법은 누가 세워줬을까? 처음에 홍세화 선생이 DJ 정권과 한나라당을 구분할 때엔, 그러한 구분이 의의가 있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는 대북정책에 한해서 구분한 것이 당론인듯 하지만, 경제정책의 지향에서도 일부 차이가 있었다. 말하자면 DJ 정권은 '유능한 신자유주의자'였고, 한나라당은 '무능한 신자유주의'였는데, DJ 정권이 신자유주의 체제의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복지제도를 입법하는 데에도 한나라당은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저항했던 것이다. 그런 싸움에 대해 좌파들이 심드렁하게 바라본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프랑스 좌파의 행동을 기준으로 민주노동당을 재단하는 그대여. 당신의 행동에 일관성이 있으려면 프랑스의 이념 평가 기준도 들여와야 하지 않겠는가? 르펜이 내세운 정책이 열린우리당보다 우익적일까? 별로 그렇지 않다. 물론 르펜에겐 인종주의자라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자랑스런 단일민족 국가 한국에선 어지간한 사람 누구나 다 인종주의자이고, 외국인 노동자 관련 입법에서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보다 특별히 진보적인 것 같지도 않다.

한동안은 탄핵관련 민주노동당의 행동을 '양비론'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유행이었다. 하지만 언젠가 내가 지적했던 것처럼, 그 양비론 논리를 처음 개발했던 사람은 강준만 교수이고, 그에 의하면 열린우리당 창당 자체가 양비론이다. 주창자가 말했다고 해서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양비론 논리로 적용해 봐도 그렇다. 영남 지역주의와 호남 지역주의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는데, 둘 다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뛰쳐나간 열린우리당이야말로 양비론을 통해 형성된 정당인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을 '양비론'으로 몰아붙이는 지지자들은 아무도 열린우리당의 양비론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아마 그들 대부분은 그런 맥락을 소상히 알지도 못할 것이다.

소위 '노빠'들의 문제는 그들이 만든 텍스트가 일관성없는 누더기라는 것이다. 여러 맥락에서 짜집기 해온 그 발언들은 모순이 되든 말든 상관없이 하나의 정치적 지향 속에 나란히 갇혀있다. 누더기의 꿰맨 자국을 감추기 위해 그들의 언어에선 감성이 물씬 넘쳐난다. 너덜너덜한 텍스트에 뿌려진 향수. 상식, 합리, 자존심... 이토록 숭고한 어휘를 이토록 싸구려로 팔아먹은 데에 대해, 그리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표상하는 저 어휘들이 더러운 이들에게 '이상주의자들의 실패'로 매도당하게 된 것에 대해, 진성노빠들은 역사적인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가 책임을 물으려 할까?

노빠의 문제는 한국의 문제다. 한국인들의 적나라한 습성이, 부정적인 방식으로, 정치영역에 투사된 것이다. 한국인들의 일상적인 의식이 정치영역에 들어왔다는 데엔 두 가지 의의가 있다. 하나는 드디어 정치가 진정한 의미에서 일반인들(의 감성)에게 개방되었다는 것. 이것은 평가할 만한 일이다. 둘은 드디어 정치라는 공론의 영역, 드러난 공간에서 우리 한국인의 무의식의 가장 적나라한 문제점들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엇다는 것. 이것 역시 평가할 만한 일이지만, 마땅히 비판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하나를 평가하면서 둘을 비판할 수 있다.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것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장기적인 과제로 돌아갈 것이다.

노빠의 문제가 한국의 문제라는 것은 민주노동당 역시 그 문제에 대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지지자가 늘어날수록 민주노동당의, 진보누리의 '노사모화'에 대한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고, 우려는 커질 것이다. 이것에 대한 대비는 소위 '노빠'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좋은 일 했는데 억울하게 욕먹는다고 생각하는 노무현 지지자들에겐, 개인적으로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상당 부분은 행태에서 연역되는 문제고, 나의 경우 그것이 아주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총선 이후에, 나의 글이 열우당 지지를 가로막기 위한 분열책동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시점에, 슬슬 '노빠론'을 연재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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