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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잘못된 서사

조회 수 11832 추천 수 0 2010.08.24 22:50:29

지나가다 : 전 한윤형 씨가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매우 편파적인 방식으로 글을 읽어주고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김규항의 '오류와 희망'이라는 글을 보면, 전체적 맥락은 진보신당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국참당 등과의 차별화에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에 대한 합동공격에 더 힘을 쓰는 프레임 오류를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오류를 저지르게 된 근본 원인은 진보신당 내에 민주당/국참당과의 친화성을 갖는 그룹(이를 그는 자유주의자들이라고 명명하고 있지요)이 좌파적 경향을 흔들 정도로 세력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하지요. 진중권은 이 경향을 대표하는데, 특히 전진에 대한 공격을 통해서 진보신당 내에서 이러한 갈등의 구도를 만들어 내고 이제껏 진보신당을 오른 쪽으로 움직이거나 노선혼란을 생성하는 데에 기여해 왔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진중권은 전진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일반에 대한 매우 강박적인 공격을 해왔습니다. 이번에 나온 그의 글도 결국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사회주의의 '사' 자도 꺼내지 말라는 거지요. 사회주의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생각은 해도 좋지만 그것을 드러내고 말하면 바바리맨이라는 식인데, 이런식으로 좌파적 스탠스를 취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 공격을 하는 것은 결국 이번 선거에서처럼 민주당과 국참당에 대해서 제대로 된 각을 세우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거죠. 이 관점에서 보면, 진중권이 심상정 연합론에 대해서 지금 정확히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아직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김규항은 논점을 잘못 잡았다는 것이 말이 안되는 거죠. 신자유주의와 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단지 민주당/국참당하고만 연대하지 않으면 된다는 말이 아니라, 이들과의 분명한 차별점을 갖는 좌파적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는 말이라면 말입니다. 모종의 개인적 이유로(예컨대 난 주사파 싫어)독자 진보신당 고수라는 입장을 취하고 그 안에 들어와서 개량/실용/타협주의를 하자고 하면서 사실상 민주당하고 다를 바 없는 실천에 진보당의 실천을 한정하자고 말한다면(무상급식), 그게 어떻게 반신자유주의라고 볼 수 있냐는 거죠.



지나가다 님의 덧글은 여러 가지 지점에서 흥미로운데, 진보신당의 지리멸렬함에 대한 책임을 ‘자유주의자’에게로 전가하고 뒤이어 그 그룹을 ‘진중권’이란 한 인물로 표상하는 서사를 만드는 방식을 보여준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이것은 한국 사회의 청년문제를 ‘386세대’의 책임으로 환원하고 그 ‘386세대 문화 평론가’의 대표로 ‘진중권’을 호출해내는 변희재의 전략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나는 김규항의 애초의 한겨레신문 칼럼의 전반적인 내용에 큰 무리가 없었다고 이미 지적했다. 다만 진중권을 언급한 것은 부적절했는데, 그것에 대해 진중권 본인이 직접 반론하면서 문제가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런데 김규항은 문제의 부분에 대해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그 결과 위와 같은 ‘서사’가 탄생했다. 김규항이 상황을 정확하게 저리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다. 그러나 김규항의 문제제기를 유의미한 것으로 받아들이려면 저런 서사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내가 왜 김규항의 글을 편파적으로 읽겠는가? 내가 김규항의 글을 편파적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김규항의 글 자체가 아무런 현실감각이 없다. 지나가다 님과 같은 사람들은 김규항이란 한 명의 글쟁이의 정교하지 않은 문제제기를 ‘유의미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진보신당의 구체적인 상황을 외면하는 중이다. 그 자기편의적인 행동들을 보면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진보신당이란 정당에 관심들은 있는 걸까?


진보신당의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건 진중권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자들의 숫자가 많아졌기 때문이 아니다. 촛불시위가 없었고, 진중권이 촛불당원들을 입당시키지 않았다면 진보신당의 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되었을까? 민주노동당 분당 과정에서부터 창당의 당위성에 대한 생각이 달랐고, 민주노동당과의 이별이 ‘필연’이라고 본 쪽과 ‘한시적이고 부적절한 상태’라고 본 쪽이 있었다. 이들의 생각이 달랐기 때문에 새로 들어온 촛불당원들을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부재했고, 그 결과 당은 아무런 정체성이 없는 동호회로 전락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것이 새로 들어온 촛불당원들의 탓, 혹은 진중권의 탓일까? 진중권이 전진을 비난하던 2008년과 2010년 지방선거의 갭은, 저런 서사를 정당화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걸까? 전진이란 정파의 정치적 실패(?)가 진중권으로 표상되는 촛불당원들의 사회주의 혐오 때문에 일어난 일인가?


촛불당원들이란 사람들이 국참당과 민노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세력인가? 경향적으로 이들이 민주노동당 출신 당원들보다 유시민이나 친노세력에 대한 반감이 덜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들은 민주노동당을 ‘언젠가 통합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선수’들의 생각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민주노동당 시절을 겪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진보정치인’이 이들 때문에 국참당과 연합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 문제가 되는 것은 촛불당원인가, 그 진보정치인인가? 민주노총까지 후보에게 사퇴하라 압력넣는 그 전방위적 압박의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고작 진보신당이란 한줌도 안 되는 정당에서 1/3쯤의 위치를 차지한 그 자유주의자들이란 말인가? 


당원교육은커녕 제대로 된 당원 관리나 조직화도 없었던 정당에서, 위와 같은 편리한 서사는 참으로 자기편의적이며 자위적인 위안을 준다. 여하간 진중권과 자유주의자들만 없었다면 정당이 제대로 굴러 갔을 거라고 믿게 되는 것이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NL 욕만 하면 진보신당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처럼 믿는 시대가 있었는데, 이
제는 새로운 희생물을 찾아내려나 보다. 김규항이 지식인보다 더 똑똑하다고 예찬하는 한 진보신당원 고등학생의 편지를 보면 ‘자유주의자의 위선을 폭로하는 것이 진보정당의 의무’라고 되어 있다. 이 똑똑한 고등학생의 발화가 지난 2년간의 진보신당을 대변한다. 말하자면 남의 위선을 폭로할 줄은 알았지 자신이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못하는 그 무기력함과 뻔뻔함. “나는 다르다!!!”고 외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아는 자의식 과잉의 전형이다.


‘바바리맨’을 규탄하는 진중권의 주장이 타당한지 아닌지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진중권이 ‘빨간 자지를 숨겨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그의 정치적 실천이 국참당과 민노당과의 연합전선으로 귀결될 거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이다. 그건 말하는 사람이 입증의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다. 오직 “나는 좌파다!!!”라고 크게 외치는 사람들이 국참당과 민노당을 거부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한심하다. 민주노동당 사람들은 자신이 좌파라고 믿지 않는단 말인가? 민주당의 김진표도 스스로를 ‘좌파’라고 부르는 시대에, 소리 높여 좌파라고 선언하는 목소리의 데시벨의 크기가 대체 뭘 분간해줄 수 있단 말인가?


문제는 목소리의 데시벨의 크기가 아니라 그의 손이 무슨 일을 하며 그의 발이 어디를 향하냐이다. 내가 노회찬의 TV토론 전략에 대한 김규항의 비판은 의미가 있었다고 평한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김규항, 혹은 그들의 팬들은 그후 자신의 진중권 비평을 정당화하기 위해 진보신당의 문제를 외면하는 달콤한 서사를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내 기억 속에서 진보신당이 잘 돌아가던 순간은 2008년 분당 이후 총선 직전까지였다. 그때 당은 새로운 정책공약을 만들어냈고, 그 정책공약에 대한 해설집까지 만들어내 인터넷에 유포했다. 그런 정책들을 홍보하면 자연스레 "왜 진보신당이란 정당이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후 국고보조금을 받게 된 당은 더 이상 그런 활동을 하지 않았고 당은 민주노동당과 연합후보를 내야 하니 말아야 하니 야권연대에 들어가야 하니 말아야 하니 단일화 쇼부를 어떻게 쳐야 하니 마니라는 정치공학에만 매몰되었다. 그런 정치공학도 필요할 순 있지만 자신이 무엇인지도 설명하지 못하는 이들의 정치공학은 투자도 하지 않고 수익금을 내겠다는 조급한 심리의 발현일 뿐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묻는다. 직접 찾아서 보면 진보신당의 정책은 참신한 것들이 많은데, 진보신당에 관심이 있는 이들도 그것을 알기 힘들고 진보신당의 당원은 그런 것에 관심도 없어서 당혹스러웠노라고. 선거 이후 진보신당의 진로를 둘러싼 논쟁조차 민주노동당과의 연합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로 흡수되어 버리는 상황에서 나같은 지지자는 관망파로 돌아선다. 통합하면 안 따라간단 방어적인 생각만 하고 있는 거다. 이런 상황이 진중권과 자유주의자의 준동으로 생길 수 있는 일일까? 민주노총 벗어나겠다고 했으면서 민주노총이 아닌 다른 대중조직의 접점을 찾지 못했고, 당비와 함께 내는 '비정규직 연대기금'의 마땅한 집행사용처도 찾지 못한 진보신당의 현실이 자유주의자의 방해 때문에 구성된 것인가?  이런 잘못된 서사에서 위안을 얻는다면 진보정당에 희망은 없다.


이런 잘못된 서사를 믿는 사람들은 진보신당이 뭐하는 정당인지 평소에 관심도 없었던 분들일텐데, 왜 아득바득 김규항의 글을 옹호하며 진보신당의 정치에 자신이 개입하고 있다고 믿는 걸까? 내가 만나본 바, 김규항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들은 1990년대 학번의, 한때 운동을 했던, 지금은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사람들은 김규항이 진보정당의 현실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의 그들에게 김규항은 ‘나’와 ‘진보운동’을 이어주는 유일한 끈이기 때문에, 김규항의 오류를 인정하는 것은 진보운동에 대한 자신의 무지를 폭로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분들이 김규항의 글을 옹호하기 위해 진보정당의 현실을 뇌내망상으로 제멋대로 구성할 때마다 영화 <괴물>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이동통신회사에 다니는 박해일의 선배는 경찰에게 사례금을 약속받고 박해일을 함정에 빠뜨린다. 그러나 그 선배가 경찰에게 주의를 준 바 ‘도바리의 천재’였던 박해일은 그 함정 속에서 무사히 경찰을 따돌리고 이동통신회사를 뛰쳐나온다. 박해일이 도주에 성공할 때 선배는 유리창 너머에서 달려나가는 박해일을 발견하고 수줍게 주먹을 들어 올려 파이팅 포즈를 취한다. 나는 이렇게 살고 너를 팔아먹기까지 하지만 그래도 도망치는 너는 정말 대단한 녀석이고 그런 너를 나는 옹호하겠다는 그런 제스추어이다. 이 수줍은 ‘주먹 들어올림’은 김규항의 지지자들이 김규항에 대해 보내는 연대(?)의 표시이기도 하다.


선배들, 이제 그만 김규항을 놓아줍시다. 그래야 그가 이 뻘짓을 멈출 테지요. 당신들이 김규항이 무언가를 알고 있다고 계속해서 믿는다면, 그는 여전히 자신의 활동 이외의 것에 대해서도 저런 식으로 ‘발언’할 겁니다. 상황을 아는 사람들에겐 조소받을 수밖에 없는 그런 발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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