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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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5일차, 1일차에 깝죽대다가 2일차에 더 심해지는 것을 겪고 난 후 나흘째 두문불출이다.
신종플루였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여하튼 타미플루 처방 안 받고도 몸이 괜찮아지는 중이다. 어제가 그제보다 나았고, 오늘은 어제보다 낫다.
먹고 약먹고 자고 하는 와중에 계간지 마감을 하나 처리했다. 70매 안팎 부탁했는데 쓰고 나니 85매가 되었다. 이 뒤로도 일이 주루룩 밀려 있다. 단행본 편집자들에겐 더 이상 독촉의 전화도 오지 않는다.
글을 쓰던 중 일부 내용이 필요하여 2008년 9월쯤 썼던 A4 35p 가량의 원고를 들춰보았다. 실패한 프로젝트 팀의 유산으로, 결코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았던 원고다. 그래도 이 시기에 고민했던 것들이 후에 여기저기서 얘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도 결코 발표할리 없는 원고겠지만, 내용들은 추려내어 쓸 수 있을 것 같아 메일함에서 노트북으로 파일을 옮겨 놓았다.
사실 원고 자체는 조야하다. 당시에도 여기저기 칼럼같은 건 쓰고 있었을 텐데, 지금 쓰는 글들이 현저하게 더 나아 보인다. (지금도 많이 모자라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비교다.) 하긴 그 동안 단행본을 두 권 썼으니까. 지금 쓰는 글들도 일년만 지나고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낸 책들도 다시 보면 부끄럽다. 근데 나는 그 부끄러움을 감내하는 것이 더 용기있는 일이라 생각하는 편이다.) 긴 글은 짧은 글과는 별도의 수련이 필요한 것 같다, 출판사가 필자 기근이라고 아우성을 치면서도 반짝반짝하는 글을 쓰는 블로거들을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 같다.
칼럼 분량의 글을 쓰다가 단행본 분량의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은 확실히 무리가 있는 것 같고, 그 중간에 계간지 원고 같은 것으로 수련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은데, 잡지가 다 죽어가는 이 시대에 그러한 수련의 장이 있을리 만무하다. 더구나 출판사는 매년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을 갱신하는 중이고, 블로거들로선 굳이 그런 수련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런 걸 한다고 뭐가 생기는 것도 아니니까. (여기 산 증인이 있소이다.) 거기에 쓸 노력을 다른데 투입하면 확실히 돈이 더 될 것이다. 이건 책을 쓰고 싶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글이 아니라 작가를 팔아먹는 시대에, 글을 수련한다는 것은 하등 쓸모가 없는 일이다. 책을 내고 싶다면, 글쓰는 연습을 할 것이 아니라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자기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쪽이 낫다. (물론 이건 아직도 글을 더럽게 못 쓰는 햇병아리 작가의 말이긴 한데, 나보다 잘쓰는 어른들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 대답을 하니까 믿어도 된다.)
어쩌다 보니 아무에게나 괄시받는 일을 하고 살게 되었지만, 그래도 주어진 일은 해야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