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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이글루스 좌파-노빠 전쟁에 대한 잡상

조회 수 2589 추천 수 0 2009.12.26 16:14:21
1.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의 진보대연합 발언을 계기로 이글루스의 (자칭) 좌파와 (타칭) 노빠 사이의 논쟁이 있었다. 물론 제대로 읽어보진 않았는데 이오쟁투 논쟁치고는 꽤 오래 가서 좀 의아하게 생각했다. 도대체 왜 싸우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긴 싸움이란 게 붙으면 생각과 다르게 가는 물건이긴 하지만, 참여자들은 싸움의 이유가 충분하다고 보는 것 같아서 또 한번 의아했다.


2.
노회찬의 진보대연합 발언이 진보신당 당원 입장에서 옹호해야 하는 발언인지는 모르겠다. 물론 상대방이 '민주대연합' 프레임으로 접근하니 거기에 반박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진보신당 당원 입장에서' 노회찬 대표의 발언이 환영할 만한 것이었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현재 상황에서 진보대연합이라는 화두를 왜 던졌는지가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노대표의 발언은 진보신당의 공식적인 의결기구의 결정, 구체적으로는 10월 31일 제4차 전국위원회 결정에 위배되는 것 같다. 전국위원회 결정은 쉽게 말하자면 지방선거에서 독자 후보 출마를 기본 전략으로 하되 선거연대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노회찬의 발언은 이 '추후 논의'를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


물론 전국위원회 결정보다 노회찬의 진보대연합 전략이 더 훌륭한 것일 수도 있고, 진보대연합론이 전국위원회 결정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대표단이 당원들에게 제대로 설명을 하고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나도 바빠서 쓴다 쓴다 하며 못 쓰고 있는데, 진보신당원들이라면 이런 문제들에 대해 발언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엇보다 진보신당은 2010년 새해에 존속할 수 있을지가 걱정되는 당이다. 진보신당 흘러가는 분위기를 보면 '활동가의 종언'이라는 말만 떠오른다. 민주노동당이 깨지면서, 좌파 활동가들은 당이 망할 수도 있다는 것, 당에 꼴아박은 것이 무의미한 것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세금 빼서 권영길 선거운동 자금에 때려박았다는 활동가의 자기희생의 서사가 흔들리기 시작한 거다. 그들을 누가 말릴 수 있겠나. 흔들리는 사람을 다잡으려면 지도부가 먼저 '이 당을 그만두는 일은 없다.'고 선언하고 자기희생을 해야 한다. 이게 운동권 방식일 거다. 장기적으로는 몇몇 활동가의 자기희생이 아니라, 다수 당원들의 자발적이고 소소한 관심과 참여를 조직화해서 조직을 굴리는 방법을 체계화해야 한다. 이게 당원민주주의 방식일 거다. 근데 전자는 붕괴하고 있고 후자는 뭐가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총체적 난국이다.


2010년에 안 망하려면 뭘 해야 하는가, 라는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몇명 튀어나와 가설정당 지어놓고 '우린 수권경험 있거등여'하는 친구들과 싸우고 있을 시간이 있을까 싶다.


3.
노빠들이 왜 이 논쟁을 하려는지도 이해 불능. 열린우리당 시절이라면 이해가 간다. 근데 국참당이란 게 민주당 바깥으로 나와서 암중모색하는 처지에 진보진영 독자노선론에 시비를 거는 건 뭘까. 비판적 지지론으로 따지면 국참당 역시 민주당에 대해서 그것을 실천하지 않는 찌끄래기 정당의 하나일 뿐이다.


오히려 가능한 건 노선투쟁이다. 즉 한나라당은 독재세력이라서 논쟁의 대상이 아니고, 진보정당들은 19세기 공산주의 이념 수준의 너무 후진 놈들이라서 존재 가치가 없고, 오직 대한민국에서 우리 커뮨만이 상식이고 합리이며 킹왕짱이라고 말하면 되는 거다. 이건 안티조선 운동의 유산을 똥구멍으로 섭취한 몇몇 노빠들이 만들어낸 흐름인데, 사실 이것도 지금은 좀 난감한게 열린우리당 시절에 더 잘 먹힐 수 있었다. 민주당이 애매한 대상으로 걸리잖아. 국참당 존재가치를 드높이기 위해서는 민주당도 존재가치가 없다고 말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민주당을 꿀꺽 잡아먹고는 싶고. (한나라당 의원들을 잡아먹고 싶다는 사람은 없지, 아마?)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더구나 먹고 싶은 놈이 덩치는 훨씬 크고.


예전에 개혁당의 구호가 '고래를 삼킨 새우'인가 그랬다. 국참당은 개혁당-열린우리당 실험의 조악한 반복인 셈인데, 해체하라는 게 아니라 과거엔 왜 잘 안 됐는지 자기평가는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고? 미안한데 사람들은 노무현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거지 유시민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다. 잔존하는 악질 극성노빠들은 그 점이 구별이 안 가겠지만, 분향소에서 운 평범한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명백하다.


어쨌든 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 그룹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다고 생각된다. 국참당이 그 사람이 마지막에 한 고민의 맥락을 이어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사라지라는 건 아닌데, 남 욕하기 전에 고민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하긴 남욕이라도 안 하면 생존할 수가 없구나. (그건 뭐 좌파들도 마찬가지)


4.
'비판적 지지' 논쟁이란 건 원래 운동권 내부의 논쟁이다. 진보이념을 추구하기 위해서 독자노선을 추구하는게 낫냐 아니면 '일단은' 자유주의 개혁세력에 힘을 보태는 게 낫냐는 논쟁이다. 이건 한국 사회의 발달단계가 어느 정도이며 현 단계에 필요한 전략은 어떤 것이냐 어쩌구 저쩌구 하는 한국 운동권들의 노선에 따른 교리논쟁의 틀을 가지고 있다. 조선 선비들의 도학 논쟁이랑 비슷한 거다. 당장의 실존하는 권력과 상관이 있는 도학 논쟁. 그런데 왕년의 운동권 커리가 다 깨졌다. (아직도 북한이 미제의 항복을 받아낼거라고 믿는 주사파를 제외하고) 그렇다면 더 이상 엄밀한 의미의 '비판적 지지' 논쟁이란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2000년대의 비판적 지지 논쟁은 노무현 이후 노무현 지지세력이 좌파들의 합류를 '강요'하면서 생겨났다. 김대중 때는 이게 운동권 내부 논쟁이었고, 사실 김대중 역시 재야와 연합했다가 표는 못 얻고 빨갱이 소리만 더 들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굳이 좌파들의 코흘린 표를 주워먹으려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매진'을 틀어대며 집권한 (어떻게보면 이거야말로 운동권들보다도 훨씬 더 시대착오적인 노래겠다.) 참여정부는 진실로 자신들에게 힘을 보태는 것이 진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참여정부 시절 사회경제적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가 그 믿음을 반증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참여정부의 지지자들은 그 믿음을 철회하지 않았겠지. 그런데 굳이 논쟁하고 싶지는 않다. 문제가 뭐냐면 그런 사람들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다. 왕따끼리 서로 설득하겠다고 싸울래. 그런 짓은 사양하고 피차 서로 피해다니는게 '예의'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한때 다수였다고 영원히 자신들의 감성이 부도덕한 부자와 무능력한 좌빨과 구별되는, 대한민국을 통치할 수 있는 유일한 계급(!)인 '시민' 일반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향소에서 전국민과 함께 울었다고 전국민의 뇌구조가 자신과 비슷한 줄 안다. 그런 거 아니다. 하기야 그쪽 숫자가 좌파들보다야 한 열배는 많겠지. 근데 왕따보다 친구가 열배 더 많다고 그 녀석이 메이저일까. 우리 시대 상식의 소유자일까.


5.
기존의 '비판적 지지' 논쟁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어쨌든 민주당이 불만족스럽고 좌파들이 가끔은 필요한 것 같기는 하지만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밉고 투표장에선 그들에 대한 징벌적 투표를 하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들에겐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일단 한나라당을 먼저 박멸하고 그 다음에 좌파를 키워주겠다는 '약속'은 실현될 수 없는 것임을 말해야 한다. 사실 이런 식의 단계론적 세계관은 아까 잠깐 얘기했던 운동권들의 교리논쟁의 유산이다. 지금 한국의 정당정치는 양당제이고, 이게 붕괴하기 전에는 좌파들에겐 답이 없을 거다. 그런데 양당제에서 한쪽 정당을 죽어라 찍는다고 다른 쪽이 망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또 아니다. 사람들의 균형감각이란 게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당장 2004년 탄핵 사태 때의 '견제론'을 생각해 보라. 당신이 한나라당을 징벌하기 위해 죽어라 민주당만 찍을수록 비슷한 이유로 죽어라 한나라당을 찍기 위해 투표장에 나오는 누군가가 생겨날 거다. 물론 좌파정당이 양당제의 한축으로 떠오를 가능성은, 일종의 '기적'에 해당하는 확률밖에 되지 않는다. 근데 민주당을 열심히 찍어 한나라당을 박멸시키겠단 발상도 굳이 수치로 따진다면 그보다 확률이 높지도 않다. 그렇게 해서 열린 공간이 좌파들에게 갈 가능성까지 계산하면 거의 제로에 가깝다. 하긴 자기 밥은 자기가 떠먹어야지 남들더러 달라는 것도 웃기지만.


꽤 많은 사람들은 민주당에게는 만족하지 못하는 한편으로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 같은 정당의 강령은 또 너무 극단적이고 고루하다고 느낀다. 오늘날 '비판적 지지' 비슷한 것이라도 문제가 되는 층은 바로 이 점이지대일 거다. 이 사람들에 대해선 "당신들의 성향보다 더 왼쪽에 있는 정당들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한국 사회의 평균이 좌측으로 이동해서 당신들의 성향에 맞는 정치가 실현되는 것에 도움이 될 거다. 민주당을 개혁하는데에도 도움이 될 거다."라고 말해야 한다. 일단 정당투표를 유도한 후, 대선이 아닌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서 정말 마음에 안 드는 후보를 내보냈을 때 턴하여 다른 당에 한번 지지를 밀어주는 전략이 민주당을 견인하기 위한 훌륭한 '복수 전략'이 된다는 식으로 말해야 한다. (진보야3당 모두 임종인 밀었지만 대세에 지장을 못 준 지금의 상황은 존나 비관적이지만)


서글프지만 좌파-노빠 전쟁의 유물론적 배경이란 건 고작 이 점이지대 유권자들의 정당투표를 어떻게 나눠먹느냐는 문제에 대한 것일 거다. 진보신당은 여기를 못 먹으면 망하고, 국참당은 여기를 못 먹으면 민주당과 협상이 전혀 안 된다. 그러니까 굳이 '왕따 더비'를 넘어 관전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싶다면, "정당투표를 ****당에 해서는 안 되는 이유!!!" 뭐 이런 제목으로 글을 쓰는 게 훨씬 솔직한 일이겠다.





P.S 민주대연합 비판에 대해서는 이대근 본좌님의 글을 링크함다...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6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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