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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이따위 정치운동

조회 수 818 추천 수 0 2009.08.05 10:34:06

오마이뉴스에 보낸 아랫 글에 대한 네트의 반응을 좀 검색해 보고 왔는데...

가장 웃겼던 건 "어떻게 20대란 놈들은 잘못하고 반성했다는 놈들이 하나도 없고 이렇게 변명질이냐..." 나 이거 참 얼마나 왕년의 투사셨는지는 몰라도 지난 10년 뚝 잘라놓고 말할 땐 이분이 나보다 정치에 더 관심을 기울이거나 활동을 했을 것 같진 않은데... (그렇게 했다면 그건 변태다.) 그건 됐고 도대체 뭘 반성하라는 건지...;;;;

더 큰 문제는,


젊은이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증대된 이유를 한 마디로 분석해 보자면, 한나라당은 집값 올려주고 세금 깎아주겠다는 걸 알겠는데 소위 진보·개혁 세력들은 나에게 뭘 해주겠다는 것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을 굳이 따진다면 정치세력의 잘못이 되는 것 아닐까?

20대 문제를 넘어 한국 정치 전반의 문제로 봐도 이 문제는 심각하다. 한나라당이 아닌 다른 정치세력들은 서민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 것인지, 정치라는 것이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권을 '독재'로 규정하고 '민주화'를 소리높여 외치는 거대담론을 벗어나 구체적인 언어를 획득해야 하지 않을까?

이  구절을 두고, "사회정의라는 가치에 투신하지 못하고 내 입맛에 맞는 미끼나 던져달라고 하고 있다니!! 이 저급한 것들!!!" 이라고 하기도 하고, "밥 떠먹여줘야 먹냐?" 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나도 앞으로 진보신당 지지부탁하다가 너희들은 왜 그렇게 어렵고 마음에 안 와닿냐는 얘기 들으면 "밥 떠먹여줘야 먹냐? 개객기야? 너때문에 한국 정치가 망한다!"라고 하면 되는 걸까. 물론 그럴 리 없다. 대개 그런 싸가지없는 권리는 공평하게 배분되지 못한다. 자기들이 그런 걸 가졌다고 착각하는 이들만 있다.

더구나 내 말은 미끼를 던져 낚시를 해달라는 그런 마케팅적-전략적 측면을 지적한 것이 아니라... "정치라는 게 도대체 뭐냐?"라는 측면을 물은 거다. 정치는 공동체의 삶을 조직하면서 내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 건데, 그렇다면 공동체 안에서의 내 삶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어 가야 좋은지에 대한 욕망이 정치적 선택으로 투영되는 것이 가능하다. 그 기제를 복원시켜 주지 않으면 답이 없다는 얘기를 한 건데,

"이명박은 파시즘, 전두환, 수구꼴통!! 이놈을 누가 만들었지? 어익후 20대!! 야 이 개객기들아 투표 안할래? 어느 당이든 안 찍을래?? 뭐? 뭐라고? 누가 지금 변명을 하니??"

이렇게 편하게 정치운동하는 사람들이 좌파들에게 "너희들 좀 더 매력을 갖춰보아요~ 그 다음에 내게 개겨보아요~"라고 하는 것도 어이없지만, 그 전에 저딴 식으로는 권력을 잡아도 나중에 자기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 왜냐하면 뭘 하고 싶은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없거든. 이따위 정치운동이 나라를 망쳐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뭘 할 건지에 대한 생각은 없고 그저 '복수'의 감정만이 넘쳐흐른다. 그러니까 정권 바뀌면 이전 정권 사람 내쫓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인줄 알겠지.

하여간 이명박 시대는 그 정권의 저질스러움으로 인해 그 반대자들을 난쟁이로 만드는 시대다. 난쟁이들은 자신들의 왜소함을 감추기 위해 정부를 더 무시무시한 악마로 치장할 수밖에 없다. 양쪽의 환상을 종합해 보자면, '전지전능한 정부'와 '전지전능한 빨갱이'들의 대립이다. 스크린 펼쳐놓고 서로의 머리 위에 있는 스크린에 영상을 쏘면서 자기들이 싸움을 하고 있다고 믿는 난쟁이 두 마리가 머리 속에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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