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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85757&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6

원본주소입니다.

사실 저는 '변명'을 의도했던 것이 아닙니다.

20대 개새끼론, 혹은 순화시켜 20대 보수화담론에는 몇 가지 잘못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하나는 한나라당을 제외한 다른 정치세력이 20대를 포함한 보통의 서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치적/정책적 대안을 주지 못하는 현실을 책임있게 통감하지 않는다는 것.

둘은 이명박 정부를 쉽사리 과거의 독재정권과 치환시켜 '민주화 투쟁'의 대의명분으로 이 정권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것.

이런 프레임에 갇혀서야 우리는 87년의 틀을 반복할 수밖에 없고, 소위 '개혁세력'이 재집권한다 하더라도 나중엔 '민주화 세력 무능론'이 돌아오게 되겠죠. 그리고 또다시 무한반복-.

20대 보수화 기획이라는 틀에 맞춰 그런 얘기들을 조금 담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효과는 잘 모르겠지만.

그나저나 오마이뉴스 시스템 아시죠? 이 기회에 원고료 한번 직접 주는 재미를 느껴보시는 것도...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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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20대는 사회 참여에 적극적이었다. 세상을 바꾸려 무던히 노력했다. 한국 현대사에 큰 획을 그은 4·19, 6·10은 '행동하는 학생들'의 힘으로 이뤄냈다. 현재 20대의 모습은 어떤가? 학창시절 IMF에 무너지는 부모님을 보고 자랐다. 사회에 나갈 때가 되자 지독한 경제침체가 발목을 잡는다. 20대는 점점 세상 밖으로 나오길 두려워하고 있다. '88만원 세대', '인턴 인생'이 되지 않기 위해 제 몸값 높이기에 몰두한다. 이를 두고 20대가 보수화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왜 그럴까? <오마이뉴스>는 '우향우 20대?' 기획을 통해 현재를 살고 있는 20대를 재조명 해보고자 한다. <편집자말>
  
20일 저녁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중인 정세균 대표를 지지방문한 민주당 대학생정책자문단 학생들이 국회 출입제한조치로 본청 건물내로 들어가지 못하고 대표실 창문 밖에서 "대표님 힘내세요"라고 외치고 있다.
ⓒ 남소연
정세균 대표 지지방문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에, 인터넷 커뮤니티 여기저기에서 30대와 10대들이 연합하여 '20대들은 투표권을 박탈해야 한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많은 이들이 문제삼은 김용민 교수의 칼럼은 그냥 인터넷 세계의 '세론'을 '담론'의 영역으로 편입시켰다는 느낌이 들 뿐이다. 

 

일단 난 일명 '20대 개새끼론'이 매우 부당하고 허황된 담론이라고 본다. 그 이유는 내가 20대 당사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치적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이명박 시대의 민주화 후퇴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다면 민주주의에 대한 더욱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이명박이 문제라면 도대체 왜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었는지에 대해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87년 체제와 그 이후의 민주정권들, 특히 참여정부가 해온 일이 어떤 면에서 어긋났는지를 성찰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지금의 우리에겐 그런 것은 없고 이명박 정부에 대비되는 노무현, 그에 대한 향수만이 그득하다.

 

참여정부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 합당하다면 바뀌어야 할 것은 개혁세력의 역량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판단이 필연적으로 도출된다. 한 마디로 말해 국민이 개새끼라서 이명박을 찍었다는 논리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가령 "국민이 죽였는데 무슨 국민장이냐"는 왕년의 노사모 대표, 배우 명계남의 논리가 그런 식이 아닌가.

 

10대에게 투표권 주고 20대는 박탈하라?

 

참여정부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이 글에서 다루기에 너무 거대한 주제이지만, 이 논변은 설령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큰 의미를 지니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 말이 옳다면 우리는 다시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다고 해도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그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은 많이 생긴 것 같다. 그러나 이 죄의식이 '민주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을 보장해 주진 않는다. 설령 유시민이 대선에 나올 수 있다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국민 개새끼론'은 이 상황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것을 말하는 사람들조차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굳이 세대론으로 사태를 보고 싶다면 차라리 2002년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지지자의 1/3 정도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을 지지했다는 통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노무현과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수도권 386들 중 상당수가 이명박을 지지했고, 지금은 박근혜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386세대는 펀드와 부동산에 눈이 멀어 이명박을 찍은 자기 자신을 비판할 수는 없다. 그 아랫세대인 30대들도 386들을 비판하는 것은 버거운 일인가 보다. 그리하여 그들은 구체적인 다른 희생양을 찾는다.

 

유레카! 20대가 바로 그들이다. 20대가 투표율이 낮았다. 20대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 우리는 대학 다닐 때 그렇게나 열심히 운동을 했는데, 애들이 발랑 까져서 저 먹고 살 궁리만 한다. 친일파와 기득권세력이 쥐락펴락하고 있는 조국의 현실에 대한 성찰이 없다. 수구세력에 투항했다! 20대를 타도하라! 아니, 그들을 포기하자. 우리에겐 그들과 달리 긍정과 희망의 정치를 약속하는 귀여운 10대들이 있지 않은가? 촛불시위를 만들어낸 그 10대들이! 10대들에게 투표권을 주고 20대들의 투표권을 박탈하라!

 

굳이 정리하자면 대충 이런 논리적 흐름이다. 그래서 20대 개새끼론은 논박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을 만들어낸 심리적 욕망을 파헤치면 그것이 정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담론이라는 것이 명백해지니 말이다.

 

모든 사회문제의 원인이 되어버린 '20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사죄와 전면적인 국정쇄신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학계와 종교계, 문학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전국 23개 대학 총학생회장들이 'MB OUT 민주회복을 위한 대학생행동연대(가칭) 제안'기자회견을 열고 현 정부의 민주주의 훼손에 대해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시국선언

한편으로는 주로 386세대와 그 아래 세대 30대들이 말하는 '20대 개새끼론'과 구별되는 '20대 책임론'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말하자면 20대의 부모세대에 해당하는, 참여정부 시절 풋내기(?) 386세대의 아마추어리즘이 나라를 망쳤다고 믿는 50대 이상 어른들에게도 20대 책임론이 있다. 대충 "배가 쳐부른 젊은이들이 눈높이를 높여 취직을 안 해서 외국인 노동자는 늘어나고 그에 따라 범죄율도 상승하고 청년실업률이 늘어나 경제는 활력을 잃었다"로 요약되는 그런 20대 책임론이다.

 

한쪽은 한국 경제의 문제를 전가하고, 다른 한쪽은 한국 정치의 문제를 전가하니 담론의 세계에서 20대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이 말들이 올바르다면 20대들은 한국 사회문제의 유일한 원인이며, 20대들만 개조하면 한국 사회는 선진국 진입은 껌이거니와 세계를 정복할 수 있을 것 같다. 20대를 비판하던 사람들은 이쯤에서 정말로 그렇게 믿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질문해 주시기 바란다.

 

덧붙여 담론의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오면 20대들은 아버지 한나라당 지지자들과 삼촌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언제 취직하냐"는 압박마저 받고 있을 게다. 현실세계에서 20대의 부모님은 "눈높이 낮춰서 빨리 비정규직으로 공장이라도 취업해서 외국인 노동자를 몰아내고 한국 경제의 활력을 살려내라!"고 말하고 있을까? 그럴 리 없다. 아마 "첫 직장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격언(?)을 들이밀면서 오랫동안 취업준비 하더라도 무조건 대기업 정규직으로 가야 한다고 권하고 있을 거다. 그래서 세상을 대면하지 못하고 각자의 방에 꽁꽁 틀어박혀 취업준비를 하는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더구나 20대의 부모님 세대는 4년제 대학을 다닌 사람이 드물었다. 그분들은 머리는 나보다 나쁜데 집안 잘 만나 대학졸업해서 팔자 핀 자신들의 친구들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그것이 한이 되어 그분들은 피땀 흘려 얻어낸 당신들의 노동가치를 투여하여 자식들에게 대학교육을 시켰다. 그리하여 이 시대의 대학진학률은 86%에 달한다(OECD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하는데, 이거 자랑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고졸로 사회에 나오면 할 게 없다는 야만적인 현실을 폭로하는 데이터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분들은, 당신 시대의 고졸이나 지금 시대의 대학생들이나 별반 처지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까? 그럴 리 없다. 대학 못 나온 나도 이만큼 사는데 부모 쌩돈 들여 대학교육까지 시켜준 너는 훨훨 날라다녀야지 왜 빌빌 기어다니느냐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을 거다. 부모님 심정도 공감이 가지만, 그 말을 듣고 있는 20대들은 어디로 가겠는가. 쥐구멍도 없는데. 

 

'20대 문제'라고 적어놓으면 언제나 나는 그중에서 가장 큰 것이 '20대의 말이 사라졌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20대는 말이 없다. 김용민 교수의 글(너희에겐 희망이 없다)에 대한 20대들의 반발은 참으로 예외적인 (그래서 소중한) 케이스였다. 그전의 오랜 시간 동안, 20대는 산업화 세대가 더 이상 산업화가 되지 않는 이유로 자신들을 지목해도, 민주화 세대가 더 이상 민주화가 되지 않는 이유로 자신들을 지목해도, 군소리없이 듣기만 했다. 어쩔 때는 자기네들 스스로 그 말이 좋다고 여기저기 퍼다나르는 메저키즘적인 작태를 보이기도 했다.

 

부모로부터 많은 투자를 받았으나 그 투자를 회수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20대들은 부채감에 시달린다. 그 부채감이 그들로부터 말을 빼앗아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이나 현실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얘기하지 않고 자신들을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사회에서 겉돌게 된다. 

 

언론들이 지적하는 '20대 보수화'는 무엇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들이 지적하는 '20대 보수화'라는 레토릭에는 분명히 어떤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라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말은 옳다. 그런데 올바른 해법을 찾으려면 사태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요구된다.  

 

20대 보수화 담론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정치에 참여하는 20대들의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것, 다른 하나는 20대의 정치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들어 투표율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같은 얘기인 것 같지만 실은 다르다. 해법은 분명히 다르고, 아마 원인도 다를 것이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한 정당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내가 진보신당원이라 편의상 진보신당이다. 전자의 문제는 "진보신당은 20대 활동가들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만들어낸다. 반면 후자의 문제는 "진보신당은 20대의 지지를 어떻게 얻어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나아간다.

 

정당에서 피부로 느끼는 20대 보수화는 이런 것이다. 선거 때 연락을 돌려도 대학생들이 선거운동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 대학생들이 강연회를 열어도 많이 모이지 않는다는 것, 더 나아가 대학생 당원들의 활동이 거의 없다는 것 등이다. 이런 문제들은 20대들의 정치적 무관심에 대한 비판으로 해결할 수 없다. 20대가 마음을 다잡는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20대 정치 참여자, 20대 후반이거나 초반이거나

 

나는 2001년도에 대학을 입학했는데, 2007년도에 대학을 입학한 여동생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그 동안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를 절감하게 된다. 내가 지하철 타는 시간이 아까워 심심풀이 땅콩으로 즐길 만한 소설책을 붙들고 읽고 있으면, 여동생은 거기에 무한한 호기심을 보인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봤더니, 자기 주변에는 전공도서가 아닌 책을 손에 잡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요새 공대와 경영대의 분위기가 대략 그렇고, 인문사회대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참고로 내 여동생은 평균적인 대학생들에 비해 정치에 관심도 좀 있고, 궁금한 게 있으면 이것저것 물어보는 편이다. 그러나 심심풀이로 책 한권 읽을 시간이 없는 이들이 무슨 수로 정치적 행사에 참여하겠는가? 여동생은 이런저런 행사가 있으면 얘기하고 데려가 달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정작 무슨 일이 있을 때 물어보면 언제나 시간이 안 된다고 얘기한다. 정치에 관심을 가질 뿐 아니라 참여까지 하는 젊은이가 있다면 그는 정말이지 자신의 많은 것을 희생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형편이 다른 이들이 있기 마련이고, 한 세대의 몇 명은 정치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그런데 20대들의 정치참여가 매우 저조하다면, 이것은 뭔가 이상한 상황이 아닐까? 타당한 의문이지만, 이 의문에 대해 명쾌하게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진보신당의 경우를 보면 20대 당원들이 나와 같은 20대 후반이거나 아니면 막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새내기거나 그렇다. 그 아래는 청소년들이다. 청소년 모임 멤버들은 이전과는 달리 대학생 모임으로부터 어떤 노하우도 전승이 되지 않는 분위기에 실망하고 놀라워한다. 말하자면 중간이 비어있다. 왜 그런 것일까?

 

90년 이후 모든 운동권들은 선배들로부터 "너희들이 후배를 안 키웠다"는 질책을 들어왔다. 재생산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운동권의 몰락을 대사로 웅변하는 그 내리갈굼의 피라미드가 90년대 후반에 정점을 찍었고, 그리하여 21세기 초의 대학생들은 정치에 참여하는 길이 막혀버렸다는 식의 해석이 가능하다. 정치에 관심을 가진 이들도 어디를 가야 자기와 비슷한 선배들을 만날 수 있는지를 알지 못해 혼자서 우울증에 시달리는 시대였다는 거다. 다행히 이 시대는 이명박 정부의 탄생이 되돌려준 새로운 정치의 시대로 인해 종결된 것 같다. 이 사태에 대한 서술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2007년 대선 때 20대들의 진정한 경향성은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 5월2일 보라매 공원에서 '등록금 인하와 청년실업 해결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 남소연
한대련

그러나 20대 활동가가 정당에 없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1980년에서 1990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 중에 정치인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그 자체가 개탄할 만한 일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렇기 때문에 정치세력들이 젊은이들의 문제에 다가갈 수 있는 정책대안이나 감수성을 배우지 못하는 경우에 생긴다. 이 경우 '20대 활동가의 부재' 문제는 곧바로 '20대 지지율 확보' 문제로 이어진다.

 

이것을 염려하여 20대 활동가를 뽑고 싶다면, 정치세력 스스로가 구체적인 노력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더 핵심적인 문제는 젊은이들의 생활세계와 감수성에 접근하는 정치세력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대 활동가는 그것을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 본질은 아니다.

 

2007년 대선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20대들의 투표율을 분석하면서 20대들의 보수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①투표율이 낮다는 점 ②이명박이나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는 점이 흔히 비판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2007년 대선에서 20대들의 표심의 진정한 경향성은 '한나라당 지지'가 아니라 '열린우리당의 몰락'이었다. 2007년 대선의 20대들은 문국현 후보에게 가장 많은 표를 준 세대이기도 했다. 다만 그들은 한나라당과 기타 정당 사이에 있는 열린우리당을 정치적 대안으로 보기를 거부했던 것이다.

 

지금 발표되고 있는 통계들도 비슷한 것 같다. 가령 <조선일보>에서 대학생 보수화의 논거로 가져온 서울대 여론조사는, 한나라당에 대한 20% 지지율과 함께 진보신당에 대한 19%의 지지율도 전한다. 서울대에 강남 학생들이 많이 입학하는 추세라는 점을 생각하면 한나라당에 대한 20%의 지지율은 별로 놀랍지 않다. 오히려 더 놀라운 것은 진보신당에 대한 19%의 지지율이다.

 

젊은이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증대된 이유를 한 마디로 분석해 보자면, 한나라당은 집값 올려주고 세금 깎아주겠다는 걸 알겠는데 소위 진보·개혁 세력들은 나에게 뭘 해주겠다는 것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을 굳이 따진다면 정치세력의 잘못이 되는 것 아닐까?

 

20대 문제를 넘어 한국 정치 전반의 문제로 봐도 이 문제는 심각하다. 한나라당이 아닌 다른 정치세력들은 서민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 것인지, 정치라는 것이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권을 '독재'로 규정하고 '민주화'를 소리높여 외치는 거대담론을 벗어나 구체적인 언어를 획득해야 하지 않을까?

 

발상을 전환하여 20대들에게 다가서야

 

그래서 나는 민주당과 진보정당들, 그리고 이미 정치에 관심을 지니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20대들에 대한 적극적인 만남을 강조하고 싶다. "투표를 하지 않으면 너희 손해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20대들이 투표를 하지 않으면 한나라당만 이득이다"도 성립한다. 말을 잃은 20대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진솔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만들어주고, 정치인들이나 지식인들이 대학을 더 자주 찾고 그들의 말을 들어가면서 그들의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언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요즘 진보신당의 학생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친구 말을 들으니, 당에서 '88만원 세대의 문제'를 소리높여 외치지만, 정작 학생들은 돈 들여 행사해도 잘 오지도 않고 선거 때 별로 도와주지도 않는다는 이유로 학생사업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눈앞의 비즈니스(?)만 생각한다면 맞는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젊은이들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하면서 어떻게 지지율을 쌓아 가려고 하는가?

 

이는 20대 뿐만 아니라 10대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다행히 10대들은 자기 세대의 정치참여자, 활동가를 배출하는 지점에서는 20대들과 구별이 될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맞닥뜨릴 사회적 현실은 바로 오늘날의 20대가 처한 그 현실이다. 정치세력들이 그 현실을 직시하고 다가서려고 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10대들 역시 미래에는 그 정치세력들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정치적으로 무능한 오늘날 20대의 현실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비평'의 대상이다. 그리고 비평을 넘어 상황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정치적 행동이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 한윤형 기자는 <키보드워리어 전투일지>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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