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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안티조선 운동사>, 출간

조회 수 4289 추천 수 0 2011.01.03 11:55:05



2주 가려두었다 좀 고쳐서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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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엔 드디어 올라왔는데, 오프라인에서 구하려면 며칠 더 기다리셔야 할 듯합니다. 예스24는 배송에 4-5일 걸린다고 뜨고 알라딘은 수령예상일이 1월 6일이라고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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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관한 정보들

2010/12/06 - [문화/기록물] - <안티조선 운동사>, 목차

2010/12/09 - [문화/기록물] - <안티조선 운동사>, 추천사

그리고....드디어 공개하는 '여는글'


여는 글

잊혀진 전장으로의 초대


이 책은 ‘안티조선 운동사’란 제목을 달고 있다. 최근에 나온 책은 없지만, <조선일보> 문제나 안티조선 운동에 관한 책들은 이미 몇 종 나와 있다. 이런 책들은 우리가 <조선일보>를 어째서 반대해야 하는지를 말하기 위해, <조선일보>의 왜곡보도 사례를 나열하고 안티조선 운동 진영의 논리를 설명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책은 ‘운동사’를 표방하고 있느니만큼 그런 책들과는 접근 방식이 조금 다르다. 이 책은 ‘안티조선 운동’의 역사에 대한 서술과 그것에 대한 분석적 재평가를 목표로 한다. 그래서 나는 안티조선 운동이 탄생했던 때로 돌아가 <조선일보>의 어떤 행동에 대해 어떤 이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살피려 한다. 그리고 그런 행동들의 연쇄 작용이 어떻게 안티조선 운동의 논리를 탄생시켰는지를 얘기할 것이다.


운동의 논리는 처음부터 동일하지 않았고 <조선일보>의 대응도 그때그때 달랐다. 운동을 진행하면서 사람들은 <조선일보>의 과거를 새롭게 들춰내기도 했다. 운동이 시작될 때엔 ‘<조선일보> 친일 문제’ 같은 것은 결정적인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000년의 어느 시점에 그것은 이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또 2003년, 참여정부 시기부터 이 운동은 예전과 같은 논리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언론 환경의 변화 때문에 예전과는 다른 갈등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런 사연들을 모두 다루며 (<조선일보>의 문제를) 설명하거나 (안티조선 운동의 논리를) 주장하지 않고 ‘사연의 세계’를 주워 담으려 한다. 


한마디로 이 책은 안티조선 운동이란 프리즘으로 바라본 지난 15년간의 ‘역사’에 관한 기록이다. 안티조선 운동은 언론 운동 진영의 하나의 전략적 합의였으면서, 동시에 성공적으로 성장한 하나의 대중 운동이었다. 그래서 이 운동을 통해 지난 15년간을 살피는 것은 의미 있는 기록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기록이 지난 15년의 모든 문제를 담고 있고, 그 시대를 평가할 수 있는 모든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나는 다른 소재를 통해서도 이와 같은 작업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 책의 1부는 1920년부터 1998년까지를 다룬다. 2부는 1995년부터 1999년까지의 상황을 다룬다. 3부는 2000년부터 2001년까지의 사건들을 묘사하고 있으며, 4부는 안티조선 운동에 있어 특별히 중요한 해인 2002년의 모습을 스케치한다. 5부는 2003년에서 2007년까지의 참여정부 시기의 문제들을 다소 장황하게 서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6부는 이명박 정권 집권 이후부터 시작하여 지금의 우리에게로 온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 구분은 편의적인 것일 뿐이다. 하나의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나는 언제든지 과거로 돌아갈 것이다. 가령 안티조선 운동을 탄생시킨 ‘최장집 사건’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선 ‘해방 전후사’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 사건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을 제공할 것이다. 그렇게 15년을 충실히 따라간다면, 우리는 우리가 겪지 못한 과거의 역사가 어떻게 현재의 우리를 규정하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으리라. 이 책이 나와 마찬가지로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을 겪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그런 깨달음을 줄 수 있다면 그만한 기쁨이 없겠다. 


1부는 “맥락을 모르는 이들을 위한 예비 학습”이란 제목을 달고 있다. 한국 언론사나 언론 운동사에 대해 잘 모르거나 막연한 지식을 가진 이들을 위한 내용을 담았다. 요약으로 점철된 터라 읽는 재미가 조금 덜할 수도 있다. 그러니 그 내용을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은 건너뛰어도 무방하겠다. 내가 어렸을 때 본 《은하영웅전설》을 보면, 아득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 스페이스 오페라가 시작되기 전에 프롤로그에서 “은하계의 역사”를 설명해 준다. 1부는 말하자면 그런 부분이다.


2부부터는 사건을 따라 이야기가 흘러가니 소설을 읽듯이 읽으면 된다. 이야기를 엮는 내게는 고역이었지만 읽는 이들에게 어려운 여행은 아닐 것이다. 이 여행이 소설이라면 난 그 소설의 결말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걸음이 느려질 때마다 조바심이 났다. 비유하자면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가 모르도르의 ‘운명의 산’에 가야 절대반지(one ring)를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아직도 샤이어에서 미적이고 있다는 사실을 지각했을 때의 그 조바심 말이다.


원고지 400장을 썼는데도 진중권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구토감이 들었다. 그가 등장하고 나니 한동안은 일이 쉬워졌다. 1천 장을 썼는데도 노무현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노무현이 등장하자 일은 쉬워지기는커녕 더 어려워졌다. 읽어 보면 이해할 것이다. 더구나 그 악전고투는 현재진행형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결말은 해피엔딩이 아니기 때문에……. 반지는 파괴되지 않고 오히려 숫자가 더 늘어난 듯하다. 그래도 걸어가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 결말이 어둡더라도 깡충깡충 뛰고 춤추고 싶을 정도로 즐거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을 충분히 즐기기 바란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또 한 번 느꼈지만, 정말로 책 쓰기 쉬운 세상이다. 가물가물한 기억은 간단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보충 받을 수 있다. 모든 사실에 관한 기사와 그 사실에 대한 평가들, 그리고 사건에 참여했던 개인들의 회고담이 모조리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우리의 접근을 기다린다. 인터넷상의 수많은 정보들은 그런 손쉬운 검색을 생략하고 굳이 오류를 범하는 사람들을 비웃는 듯하다. 한 권의 책에 쓰인 어떤 구절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 서가에서 책을 뽑아 들어 뒤적일 필요조차도 없다. 포털사이트의 본문 검색을 활용하는 쪽이 더 빠르니 말이다.


하지만 검색할 때마다 나는 단순한 사실에도 근접하지 못하는 수많은 허황된 진술을 발견했다. 위키피디아의 책 요약은 작성자에게 거짓말할 의사가 없을지라도 책에 대한 작성자의 불충분한 이해를 반영하곤 한다. 한 번 정보가 단순화되면 예전에 그 정보가 위치했던 풍부한 맥락을 복원하는 일은 힘들다. 단순화된 정보는 그저 단순화된 상태로 방대한 망을 떠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렇게 단순화된 인터넷의 정보를 그대로 신뢰하고 책 같은 것은 필요 없다고 말한다. 나는 그런 말을 믿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을 썼다.


나는 이 이야기에 대해 몇 가지 의무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내가 1990년대에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강준만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데에서 유래한다. 안티조선 운동을 탄생시킨 강준만이란 사람은 ‘기록과 평가의 사나이’였다. 그런 그에게 합당한 경의를 표하는 방법은 오직 그를 기록하고 평가하는 것뿐이다. 그조차도 자기 자신에 대해 그렇게 하는 것은 쑥스러울 테니까. 이 책은 그에 대한 헌사의 한 방식이기도 하다. 다른 의무감은 내가 바로 그 운동의 참여자였다는 것이다. 나 자신은 이 책에 등장할 만큼 중요한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 책을 시작하기에 앞서 내가 그 운동의 참여자였음을 밝히는 것이 공정한 일이라 여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키지 않아하며 그 사실을 기록한다.  


한없이 늘어지는 원고를 참고 기다려 주신 도서출판 텍스트 김용필 대표, 박선화 편집장, 김경미 편집자에게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이 책을 특별히 언소주(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와 진알시(진실을 알리는 시민) 등 새로운 시대의 언론운동을 하는 시민들에게 바치고 싶은 소망을 밝힌다. 아마도 미래의 희망은 그들 속에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타임머신에 올라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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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 받아보기 전엔 저도 몰랐는데 본문 자료사진 중에 2001년의 제 모습이 찍힌 사진이 있더군요. 어디있는지 한번 여흥으로 찾아보세요. 이 책 본문에는 제 얘기가 전혀 안 나옵니다만, 아마 <키보드워리어 전투일지>에 기록된 활동으로 유추하면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거에요. 꼭 그렇지 않더라도 때려맞출 수도 있겠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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