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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엄기호

조회 수 1253 추천 수 0 2009.10.30 08:34:16

어제 저녁 문화사회연구소에서 열린 엄기호의 <아무도 돌보지 마라> 오프세미나에 패널로 다녀왔다. 몇 명 모이지 않은 소박한 세미나였는데, 내용이 너무 좋아서 아쉬었다.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있지 않았더라면 나라도 행사 홍보 포스터를 블로그에 광고했을 것이다. 뭐 그런다고 몇 명 더 오게 되지는 않았겠지만.


책도 나름 내 취향이었는데, 대중적인 취향은 아닌 것 같았고, 사실 책보다는 강연에서 더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론적 논의의 내용 이전에 전거로 삼고 있는 사례들이 탄탄했다. 문화인류학을 베이스로 삼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진보적 지식인'을 많이 보았지만 엄기호처럼 실제로 학생들의 삶을 언어로 이끌어내는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그렇게 이끌어낸 삶의 내용 속에서 한국의 현실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도 드물다. 대개는 자기 얘기만 하다가 애들이 안 듣는다고, 요새 애들은 진보적이지 않다고 혀를 끌끌차며 끝날 뿐이다. 그런 면에서 우석훈이나 엄기호와 같은 사례는 참으로 소중한 것이라고 하겠는데, 우석훈에 비해 엄기호가 만나는 대학생들이 계층적으로 더 아래다. 그래서 더 신선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았고, 소위 88만원 세대 담론 혹은 20대 담론의 내용을 훨씬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멋있었다. 이 자리에서 대개의 좌파들은 게으름뱅이로 매도당했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강연 내용을 나름 필기하면서 들었기 때문에 올리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그가 당비의 생각에 싣게 될 원고와 현재 작업하고 있는 책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것 같아 그냥 혼자 간직하고 있어야 겠다. 그의 신간이 나오면 이 작업을 하고 있을 때 그는 이런저런 얘기도 했었다는 식의 얘기를 섞어 리뷰를 쓸 수도 있을 거다. 그의 신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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