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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국가주의는 파시즘으로 통하는 지름길?

조회 수 3213 추천 수 0 2009.01.27 12:02:16


(...) 국가주의란 곧 파시즘으로 통하는 지름길이다. 1월 20일자 <한겨레신문>은 이명박정부가 '파시즘 프렌들리'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기사는 학계에서도 이명박정부의 파시즘화를 지적하는 의견들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한국종합예술학교 전규찬 교수는 최근 간행된 계간지 <문화과학>에서 이명박정부의 성격을 '치안의 스테이트(state)'라고 규정하면서, "(이명박정부 들어)법치 확립을 명분으로 경찰기구가 통치 전면에 부상하고 건전한 여론 형성을 빌미로 미디어에 대한 장악과 통제가 시도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성공회대의 이광일 연구교수는 <시민과 세계>에 기고한 글에서, 이명박정부를 "치안기구의 감시 통제 기능을 극단화한 '신자유주의 경찰국가'"로 규정하면서 파시즘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경고한다.

 
파시즘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반공을 내세우며 개인을 불신하고 영웅을 숭배한다. 물질문명을 추구하는 근대화지상주의 역시 파시즘의 특징이다. 파시즘은 합리성을 중시하지 않으며 자기에게 불리한 사건을 음모로 보는 속성을 띤다.

 
이런 파시즘의 속성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 다수 보수인사들에게서 파시즘의 면모가 드러난다. 특히 최근 발생한 용산 참사에 보인 그들의 언표는 전형적인 파쇼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여지없이 개인보다는 국가를, 인간보다는 문명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반대자를 반역자로 모는 행태 역시 파시즘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약간 미안한 일이지만  이 글에서는 한국에서 다분히 파쇼 기질을 보이는 인사들을 실명으로 몇 거론해 보기로 한다.



이명박 까는 건 좋지만 이렇게 개나 소나 다 파시스트라고 부르면 뭐 어쩌란 얘긴지 모르겠다. 국가주의가 파시즘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국가주의하다가 파시즘으로 가는 수도 있긴 있을 게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처칠이나 드골이 파시즘의 입구였나? 나폴레옹 3세는 파시즘의 예비였던가? 소비에트도 파시즘인가? 말이 전혀 안 맞는다. 그런데도 국가주의는 파시즘을 불러오므로 국가주의자는 파시스트, 너희들 나쁜놈! 이렇게 말한다면 '비탈길 논증의 오류'가 된다. 말하자면 가스와 수도를 공기업으로 운영하는 것을 허용하면 곧 이 세상 모든 기업이 국유화되고 공산주의 체제가 도래할 것으로 믿는 어느 정신나간 자유지상주의자의 어법과 비슷한 것이 되는 것이다. 이 용어의 인플레 속에서 용산은 광주가 되고 이명박은 전두환이 된다. 아고라에서도 그런 조류가 있는 모양이고, 우석훈 박사는 국가가 마치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사람을 죽인 것처럼 쓰고 있다.


경제 위기의 클라이막스를 거치면서, 수십명 아니 수백명이 경찰 작전 중 이런저런 이유로 죽게 될텐데, 미리 몇 사람 본보기를 하는 것이 전체적인 사망을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정말 할 말 없다.

출처 :
"용산 살인, 망자에 대한 예의부터 갖추자" [우석훈 칼럼] '경찰국가' 한국, 이를 떠받치는 보수언론


국가가 의도적으로 죽였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면 용산 참사에 정부가 책임질 일이 없는가? 그렇지 않다. 이명박 정부를 파시즘이라 부르지 않으면 그들은 선량한 정부로 변신하는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왜 그렇게 부르는 걸까? 정치를 대하는 도식 자체가 과거의 것, 정확히 말하면 87년 이전의 것으로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재 파쇼 세력 vs 민주화 세력. 이렇게 돌아가면 문제가 해결 될 것인가?


가령 우리 시대의 문제를 '민주주의'라고 말해보자. 그렇다면 그것은 어째서 문제인가? 그 민주주의란 것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인 것일 게다. 지금 우리가 '민주주의의 훼손'이라고 말할 수 있는 문제도 그런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훼손이라고 얘기할 때 일종의 강탈을 생각한다. 말하자면 자동차가 잘 움직이지 않으니 고쳐써야 한다고 말했더니, 누군가 자동차를 훔쳐갔으니 모두 일어나 다시 찾아오자고 외치는 셈이다.
 

그런데 문제의 본질은 우리가 그렇게 찾아온 자동차를 지난 20년 동안 부적절한 방식으로 험하게 굴렸다는 것이 아니던가? 이 문제를 '자동차 강탈범'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선량하게 해석하자면 순진한 것이고 냉소적으로 해석하자면 정략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날 자동차 강탈범을 비난하는 이들 중에는, 지난 20년 간 주도적으로 자동차를 이상하게 굴린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누가 잘났니 못났니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이 문제에 있어 우리는 이명박보다 크게 나을 바가 없다는 것 정도는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테니 말이다.



어차피 경찰 진압봉과 물대포가 아니라면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하는 정권이 되었으므로, 경찰국가 체계로 한국은 운영될 것이다.

출처 : "용산 살인, 망자에 대한 예의부터 갖추자" [우석훈 칼럼] '경찰국가' 한국, 이를 떠받치는 보수언론


이런 식의 어법도 마찬가지로 문제다. 나는 경찰국가라는 개념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그러니까 이명박 정부를 경찰국가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선 그렇다고 치자. 우석훈 혼자 한 말도 아니고 여러 지식인들이 한 말이니 아마도 맞는 말(이 아니라면 적어도 맥락은 있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경찰 진압봉과 물대포가 아니라면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하는 정권"이라는 것은 명백하게 사실이 아니다. 어떤 이들은 그렇게 믿고 있거나 믿고 싶어하는 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 국가라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이런 말을 하는 이들의 정신은 아직도 2008년 5월 말에서 6월 초 무렵의 광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제발 정신차려라. 그 군중은 옛날 옛적에 모두 해산당했다. 그리고 지금의 시위대는 그 시기의 시위대만큼의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한다. 이명박 정부가 용산 참사에 대해 참으로 안이한 대응을 하여 꺼져가던 촛불을 조금 되살려 놓았다는 것이 현 시기의 객관적인 정세다. 지금 시위하는 사람들이 나쁘거나 모자라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다는 거다. '반정부 투쟁' 하려면 상황파악은 해야 하잖은가?


아마도 이명박 정부는 임기를 모두 채울 것이다. 설령 경제위기로 흥분한 군중들이 엄청난 소요를 일으켜 한국 정치인들이 이명박이라는 정치인을 도마뱀 꼬리처럼 잘라내는 결정을 한다 하더라도, 그 수혜자는 박근혜가 될 것이다. 이건 그냥 사실판단이다. 그러니까 박사모로서 이명박을 비판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이명박이 아닌 대한민국'이 뭐 어떤 꼬라지여야 되는지에 대해 최소한의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대안은 노무현이다. 그런데 조중동에 속아 노짱을 못 알아본 너희 우민들, 국개들, 답이 업ㅂ다."고 말할 거라면 나도 더 할 말은 없고.


여하튼 이렇게든 저렇게든 '길'을 만드려면 사태에 대한 지적인 파악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태를 파악하기엔 부적절한 개념어에 감정을 담아 경멸어로 사용하고, 멀쩡한 개념어를 수사로 바꾸어 이상한 소리를 하며, 심지어 그 이상한 소리를 스스로 믿고 있다면 이건 뭐 어쩌자는 얘기인지 모르겠다. 





P.S 시국이 수상해도 저는 먹고 살아야 하므로..... 이벤트는 주욱 계속됩니다.

2009/01/23 - [공지] - [찌질한 이벤트] 책 제목을 공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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