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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메이데이는 닥쳐온다. 그리고 메이데이에서 위화감이나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 역시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에는 지금 일본 신사회운동의 기수라 일컬어지는 아마미야 카린이 체류중이다. 극우파 밴드 보컬에서 좌익 사회운동가로 극적으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그는 젊은이들의 빈곤과 불안정 노동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르포 작가다. 그는 기존의 시위 형식과 다른 ‘사운드 데모’라는 것을 조직하는 데 기여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메이데이와 구별되는 ‘인디스 메이데이’ 행사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중이다. 그는 한국의 비정규직 현실이 일본과 비슷하게, 혹은 그보다 더 심각하다는 얘기를 듣고 작년에 한국에 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후 그 경험을 <성난 서울>이라는 책으로 출판했는데, 올해의 방문은 한국에서도 ‘인디스 메이데이’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바람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한편 한국에서는 지금 비정규직 문제를 위한 미디어 생산자 네트워크 ‘미행’(美行)에서 추진하는 ‘질주’라는 행사가 진행중이다. 전국의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들을 방문하여 자전거로 질주하면서 시위를 하고, 4월30일에는 해단하여 다음날 메이데이에 합류하게 된다. 이것은 <88만원 세대>의 공저자 박권일이 제안한 ‘대한민국 불안지도’를 작성하는 것과 비슷한 작업인 것 같다.


‘질주’는 어떤 의미에선 한국의 ‘인디스 메이데이’다. 이 행사는 비정규직 문제를 별도로 주제화했고 그 참여자들은 자연스레 진보신당에서 메이데이에 주최하는 용산참사 현장으로부터 시청 앞 광장으로까지 이어지는 ‘자전거 대행진’에 참석하게 될 것 같다. 그러나 질주는 인디스 메이데이와 차이가 있다. 인디스 메이데이가 기존 노조의 메이데이와 완전히 갈라진다면, 비정규직을 위한 질주의 물결은 결국엔 정규직 노조 중심의 메이데이에 합류한다. 충남 서산에서 질주의 움직임에 잠깐 결합하면서 느꼈던 것도 비슷한 딜레마였다. ‘자전거’의 참신함의 이미지는 지역의 시위에 결합할 때엔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시위는 언제 어디서나 비슷하고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는 단순비교만으로 비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짧은 경험이지만 한국의 비정규직 운동 현장에서 느낀 것은 ‘민주노총의 딜레마’였다. 즉 모두가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에 열정적이지 않다고 비판하지만, 그 민주노총만큼 열심히 결합하는 단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가 발생하면 쟁의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산하 분회원이 되고 활동가는 간부가 된다. 가장 열정적인 시민의 참여보다도 민주노총의 형식적인(?) 참여가 더 힘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한국의 비정규직 운동의 현장은 너무나 처참하고 처절하다. 그들도 촛불문화제 형식을 빌려 나름대로 즐겁고 발랄하게 운동하려고 노력해 보지만, 결국에는 공권력의 집요한 방해와 탄압 앞에서 악이 받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함은 누구나 안다. 그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기존의 노동운동과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거라는 기대도 암묵적이다. 하지만 노동운동 진영이 비정규직을 위해 전력으로 투쟁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바깥에서 새로운 노동운동을 모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새로운 주체로 삼는 정치 행위의 방식에 대한 우리 실정에 맞는 고민이 절실하다. 내년에는 좀더 비정규직에게 열린 메이데이가 오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한윤형 <키보드워리어 전투일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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