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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원래 제가 보낸 제목은 <지식소매상 유시민 SSM을 꿈꾸다?>였습니다. 분량에 불평하는 편은 아닌데, 이번 글은 진짜 좀 할 말에 비해 분량이 아쉬웠습니다. 글이 윤기가 없어져서 닭가슴살이 되었달까(후추는 좀 뿌렸지만...) 그나저나 네티즌 반응이 잘 없는 경향신문 홈피에서 벌써 덧글이 다섯개이고 트위터에서 불평하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3252016005&code=9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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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당 대표, 유시민. 정치평론가이던 그가 직접 링 위에 올라온 지도 어언 9년. 그는 10년차 정치인이 되는 내년 대선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하기를, 그리고 당선되기를 바라고 있을 거다. 또 그는 개인의 소망을 넘어 야권연대를 조율하는 키플레이어로 활동해야 한다. 재·보선을 둘러싼 민주당과의 갈등에서 드러나듯, 이 역시 쉽지 않다.


야권주자들 중 그를 먼저 검증해야 하는 이유는 그가 고만고만한 이들 중 1위이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참여당이 민주당 밖에 나와 있고, 그렇기에 이 당의 존립 의의와 유시민의 정체성이 함께 논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창당선언문과 강령 등을 볼 때 참여당의 핵심가치는 ‘노무현 정신 계승’ ‘참여민주주의 확립’ ‘지역주의 타파’로 요약된다. 그런데 ‘노무현 정신 계승’이 민주당과의 변별점을 줄 수 있을까. 사람과의 친분은 정당의 존립근거가 될 수 없고, 참여정부 정책 계승 문제에 대해 참여당이 민주당과의 차별점을 말하기는 어렵다. 최근 ‘노무현의 부채’를 승계한다며 진보정당들에 스킨십을 시도하지만, 과거 그들과의 주된 갈등사안이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나 비정규직 보호법 문제에 대해 참여당이 민주당보다 더 전향적이지도 않다.


결국 두 번째와 세 번째 근거가 첫 번째 것마저 설명한다. 참여민주주의와 탈지역주의가 노무현의 가치인데, 그게 민주당에서는 실현이 잘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각론에서 좀 무디다. 참여당은 자신들이 진성당원제를 채택하기 때문에 민주당보다 우월하다고 한다.


그런데 민주당 바깥에서 꼬마정당으로 진성당원제를 선택한 개혁당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함께 거대정당에 진성당원제를 결합하려 한 열린우리당의 선례 중 참여당이 가려는 길은 대체 무엇인가. 전자라면 왜 이전에 그 실험을 폐기했는지, 후자라면 그 실패에 대해 어떤 반성적 평가를 했는지, 해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게다가 국가 차원의 참여민주주의와 정당 내 민주주의를 동일시하고, 그 유일한 길로 진성당원제를 내세우는 건 두 번의 논리적 비약이다.


또한 민주당을 ‘호남당’이라 비판하려면 그들이 호남당이기 때문에 어떤 개혁의제를 채택하지 못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가령 민주당이 호남 건설토호의 이권을 비호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는데, 그렇다면 과거 새만금에 골프장 100개를 짓자고 주장했던 유시민은 그들과 어떻게 구별되는가. 한편 지역주의가 개혁의 장애물이라면 지역주의를 벗어났다고 선전한 열린우리당은 어째서 개혁에 실패했단 말인가. 무슨 지향을 내걸든 단지 영남에서 당선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지역주의 극복이며, 개혁을 위한 길이란 말인가. 이 문제들은 ‘대통령 유시민’을 꿈꾸는 사람들이 더 심각하게 받아 안아야 한다. 강력한 대선후보를 위한 검증의 담금질은 ‘재승박덕’류의 인상비평으론 되지 않는다. 왕년에 지식소매상을 자처하던 겸허한 지식인은 오늘날 더 많은 사람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 정치인 역시 주로 남들이 만든 정책으로 많은 사람의 복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선 소매상과 다를 바 없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향한 그의 의지는 존중하되, 현실정치 공간에서 그가 하는 역할에 대한 평가는 엄정히 하도록 하자. 아직 유시민을 향한 욕망의 근원은 ‘사태가 불리할 땐 난전을 유도한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 희망을 존중하더라도, 단지 ‘바람’에 대한 기대만으로 그에게 진보정당들의 자산을 모두 맡기고 민주당과 경쟁해 야권 단일후보를 쟁취하도록 해야 한다는 ‘바람’은 지나치게 순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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