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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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으로 이사온 후 자전거를 열심히 타서 몸무게는 큰 변동이 없어도 체지방률은 3% 가량 줄었었는데 (우리집 체중계가 체지방도 측정하는 물건이다. 오차는 있지만, 매일 재보면 추세적으로 볼 때 참고는 할 만하다.) 장마와 폭염더위가 시작되면서 어영부영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어제 체지방률이 '도루묵'이 된 걸 보고서야 어떻게든 다시 자전거를 타야겠단 생각을 했다.
문득 잠이 깬 새벽에 빗소리가 들리지 않아 자전거를 타고 나섰다. 아마 40km가 조금 안 될 코스를, 설렁설렁 두 시간 정도 타고 들어왔다. 이런 날씨에 자전거를 타고 나가니 '지렁이 대량살상범'이 된 듯하다. 빗물 맛을 보기 위해 아스팔트 도로 위로 늘어선 지렁이들을 뎅강뎅강 절단하고 지나가는 느낌이 무척 찝찝했다.
라이딩 복장 챙겨입고 달리는 아저씨들에 비하면 아직 택도 없는 라이딩 실력이다. 헨들을 돌릴 수 없을 만큼 속력을 내어 달리는 것은 아닌지라 라이트를 켜고 지렁이를 최대한 피해다니려고 했다. 그렇게 해서 피한 것도 있기는 꽤 있다. 하지만 급히 피한 것은 앞바퀴는 확신을 해도 뒷바퀴는 확신을 하지 못한다. 가로등이 없는 곳에서는 강변공기를 들이키며 생각없이 달리다가 생각없이 절단해 버린 놈들이 꽤 있을 것 같다. 먹고 살겠다고 아둥바둥 하는 친구들을 먹은 걸 토해내겠다고 아작내버린 꼴이다.
비온 날 아침엔 발 아래를 주의깊게 보며 걸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