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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6분, 그리고 천안함 음모론

조회 수 3748 추천 수 0 2010.11.20 10:56:58

0. 일단 <추적 6분>이라는 아래 짤방. 유용원의 군사세계 게시판에서 나왔고 블로거들 사이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다.




1. 천안함 사태와 음모론에 대해선 한번 기고한 적이 있다.

2010/04/17 - [정치/성토] - [경향신문] 음모론 권하는 사회


2. 일단 나는 해당사안을 자료만 보고 순전히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다. 사태 초기엔 판단이 잘 서지 않았고 정부가 사건을 덮었다는 일종의 '음모론' 가설을 블로그에 퍼온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양쪽 주장을 들어보면 "천안함은 북한이 침몰시켰다."는 쪽이 더 설득력있다. 아래 내용은 그것을 전제로 이어진다.


3. 정부에 대한 언론과 누리꾼의 문제제기는 정당할 수 있다. 보고서가 정밀하지 않거나 오류가 있다면 지적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지적은 필연적으로 정부가 보고서를 너무 일찍 완성했다는 비판으로 나아갈 것이다.  보고서가 정밀하지 않거나 오류가 있다는 건 필요 이상으로 사건을 급박하게 정리하려고 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마도 지금 지적할 수 있는 최대치는 그것일 것 같다.그리고 그 와중에 '투명함'과 '소통'(요즘 어디서나 화두가 되는 그놈의 빌어먹을 소통)이 없었고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의혹을 가진다는 비판도 성립할 수 있다.


4. 정부가 부랴부랴 보고서를 완성한 이유로, 미국측의 정치적 이해(일본과 오키나와 미군 문제 협상 및 대중국 포석 어쩌구 저쩌구)와 한국측의 정치적 이해(6.2지방선거 북풍 어쩌구 저쩌구)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비평도 성립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노선을 천안함 사태 대응을 통해 해석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이 세상을 사는데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하다.


5. 그런데 그런 차원의 비판 및 비평과 1) "천안함은 북의 소행이 아니다." 혹은 더 나아가 2)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의 진실을 조작/은폐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일이다. 개인적으로 1)이라고 믿는 거야 그럴 수 있다. 정확한 진실이야 먼 훗날 북한의 문서가 공개될 때 밝혀지겠지. 하지만 2)라고 믿고 그 믿음을 끊임없이 언표하는 것이 문제다. 오늘날의 인터넷 여론에선 타당한 문제제기(3에서 4)와 악성 루머에 불과한 것(위에 언급한 1)과 2), 특히 후자)가 항시 같이 나타난다. (광우병 정국에서도 그랬다는 걸 부인해선 안 된다.) 반MB 진영에선 이런 것을 구분하지 않고 MB에 대한 혐오감을 확산시키려고 한다. 반대편에선 이것을 근거로 진보개혁을 말하는 이들이 왜곡과 조작을 일삼는 선동꾼이라 말한다.


6. 진보매체들도 참여하고 있는 이 '음모론' 공방의 승자는 누굴까. 음모론을 믿지 않는다고 주장할 이들조차, "하지만 저쪽도 존나 치사하고 더러운데 우리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MB를 까야 하는거 아닌가요??"라고 말하겠지만 일이 이렇게 진행되면 극우 블록이 유리하다. 소위 진보개혁 세력은 지난 세월 동안 많은 사안들을 침소봉대하며 '재미'를 보다가 사람들이 사태의 다른 일면을 알게 되면 "저 선동꾼들, 지겨워."라며 분위기가 짜게 식는 경험을 해왔다. 사람들이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을 믿지 않는 이유는 조중동의 선동때문만은 아니다. 민주당이나 진보정당 쪽 정치세력들도 우리를 선동하려고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도찐개찐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자본력도 권력도 쪽수도 딸리는 쪽에서 '신뢰'까지 잃어버리면 중도파에게 무엇을 요청할 수 있으랴. 더구나 한겨레신문이나 미디어오늘이 부릴 수 있는 정보량이 조선일보만큼 많지가 않아서, 같이 '선동'하면 조선일보 쪽 게 훨씬 그럴듯해 보인다는 것도 큰 문제다.  


7. 정부가 내세운 가설에 의문점들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현존하는 사건을 설명하는 모든 가설이 그러니까. 그런데 이 사건을 설명할 다른 가설들이 비슷한 검증을 받으면 그 정도의 의문점이 없을까? 아마도 훨씬 심할 것이다. '주도적 가설'에 대해 다른 가설들이 누릴 수 있는 이점은, '주도적 가설'은 모든 가설들로부터 공격받지만 다른 가설은 서로는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정부 보고서에 제기되는 의문들은 제각기 다른 가설을 지지할 수 있지만, 그 가설들은 자기들끼리도 상충되는 것일 수가 있다. 시뮬레이션과 현실의 사건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연구를 한다면 확률이 높은 결과를 사용해야 하지만, 현실세계에선 확률이 낮은 사건도 이따금 일어난다. 동전을 던졌는데 스무번 연속 앞면이 나온다면 이게 사기일까 의심이 들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가 진실일 수도 있다.


8. 여러모로 음모론은 창조과학과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주도적 가설이 설명해내지 못하는 문제들의 이면에 '의지를 가지고 이 사태를 주관하는 어떤 주체'를 상정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음모론은 창조과학만도 못하다. 창조과학이 주체로 내세우는 '신'이야 검증될 수도 반증될 수도 없는 것이고 정의상 전지전능하지만, 음모론이 주체로 내세우는 것들은 비록 실체는 있으되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능력이 있음과 실제로 그런 일을 했음을 입증해야할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9. 일단은 여기까지. 오류 지적 및 반박 댓글 중 쓸만한 것이 있으면 본문에 반영하도록 하겠다.




P.S 쓰고나니 미네르바 음모론과도 이어지는 것 같아서, 그 문제에 대해 예전에 쓴 글을 추가. 미네르바에 대한 환상을 분석할 때 '음모론'의 환상이 무엇인지도 좀 나오는 것 같다.

2009/01/20 - [정치/분석] - 미네르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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