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타블로의 딜레마'에 빠진 조선일보

조회 수 3715 추천 수 0 2011.03.15 16:13:57


'장자연 의혹'과 관련해서 한겨레신문이 결정적인 기사를 썼다고 생각들을 하는 모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스트가 존재할 거라거나, 조선일보 사주가문이 크나큰 문제를 덮고 있다는 정황이 명백하다고 판단들을 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한겨레신문 기사를 보자.


한겨레 : ‘조선일보 사주일가, 장자연씨 만났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68080.html


핵심적인 부분은 이렇다.

탤런트 고 장자연씨의 ‘연예인 성접대’ 의혹에 대한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장씨가 <조선일보> 사주 일가인 ㅂ씨를 만났다’는 참고인 진술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ㅂ씨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서 전혀 등장하지 않아, 수사당국이 이런 진술을 무시하고 ㅂ씨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장씨가 2009년 3월 자살한 뒤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한 인사는 14일 “지난 2007년 10월 서울 강남의 한 중국집에서 있었던 모임에서 조선일보 사주 일가인 ㅂ씨, 장자연씨 등과 함께 만났다”며 “장씨가 생전에 작성한 문건에서 ‘조선일보 사장’이라고 밝힌 사람이 ㅂ씨인 것으로 안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ㅂ씨는 조선일보의 한 계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이 인사는 “ㅂ씨와 장씨는 평소에 알고 지낸 사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당시 모임에는 ㅂ씨와 장씨, 장씨의 소속사 사장 김성훈씨, 조선일보의 다른 계열사 사장,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 기업인 등 8명 정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모임은 ㅂ씨가 마련했으며, 비용도 ㅂ씨가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것이 이종걸 의원의 폭로의 소스인 것 같다. 이건 '리스트'처럼 존재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불투명한 사건이 아니다. 엄연히 경찰 수사의 일부였다고 하니 말이다. 결국에는 검찰 수사 당시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이 조사 대상이 되었던 것도 이 술자리와 관련된 정황인 것 같다. 이는 조선일보가 공개한 조선일보 사장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에도 부합한다.


조선일보 : 조선일보 사장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 전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3/11/2011031102124.html


о 참고인 김종승은,
-피의자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이고, 스케줄표에 2008.7.17.’조선일보 사장 오찬’이라고 기재된 것은 스포츠조선 사장 ○○을 지칭하는 것인데 그 며칠 전에 통화를 하다가 점심약속을 하였으나 실제로 만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주소록에 H텔레콤 P씨 부분에 ‘조선일보 사장 소개’라고 기재된 것도 ○○을 지칭하는데 비서가 잘못 기재한 것이다.

-○○에게는 2007.10.경 ‘○○’중국음식점에서 장자연을 소개한 적이 있으며, P는 직접 만난 적은 없으나 전화를 한 적은 있는 것 같다고 진술하여 피의자의 변명에 일응 부합한다.

(...)

о 참고인 ㅇㅇ(당시 스포츠조선 사장)은,
-2004년 불우이웃돕기 행사에 탤런트 ○○○가 참석하였고 그때 ○○○의 소속사 사장이라는 김종승을 알게 되었다.

-2007.10. 중순경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중국레스토랑 ‘○○’에 김종승을 오라고 하였더니, 소속 연기자를 데리고 왔는데 그 사람이 장자연인지는 알 수 없으며, 2008.7.17.에 점심을 같이 먹은 적은 없다고 진술한다

о 피의자와 김종승간에는 통화한 내역이 없으나, 김종승과 ○○은 2008.4.6., 6.4., 7,15., 9.6. 등 다수의 통화내역이 있는 점, 특히 2008.7.17. 오찬이라고 기재된 날짜보다 이틀 전인 2008.7.15.에 통화내역이 있는 점에 비추어 김종승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이 상황과 관련해서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양립하기 힘든 두 가지 얘기를 한다. 하나는 조선일보 사장이 검찰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분명하니 이에 대한 철저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단 해명은 대중이 아니라 검찰에게 하는 것이 법적으로는 맞는 일이고, 조선일보는 2009년에 검찰에게 그 해명을 했다고 여겨진다.(위 기사에서 보여지듯 2011년에는 대중에게도 해명하게 된다.) 물론 조선일보는 언론권력이고 사주 가문은 공인이므로 대중에게도 당장 해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조선일보 사장이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이나 지면을 통해 해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는 아무것도 도출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이 정황만을 두고 의혹의 불을 모락모락 지피는 것은 온당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바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검찰수사가 조선일보 사주 가문을 애초에 배제하고 이루어졌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런 분들은 조선일보 사장이 진짜로 별다른 혐의가 없었는지 검찰 수사가 미흡해서 혐의를 잡아내지 못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정황증거를 대략적으로라도 제시해야 할 입증책임을 진다. 그러나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다만 검찰 '조사'가 있었고 '해명'이 없었기 때문에 의혹이 있다고 말하는 것만 들었을 뿐이다. 본인들이 불을 지펴놓고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라고 묻는다.


설령 조선일보의 대중에 대한 해명이 없었더라도 검찰/경찰조사 과정에 의혹이 있었다면 다른 언론에서 취재해서 보도할 수 있었던 일이 아닌가. 그때 그걸 잡아내지 못했다면 이제 와서 말할 수 있는 정황증거는 어떤 종류의 것일까. 지금 신빙성 여부를 검토 중인 전씨의 편지를 제외하곤 정녕 아무것도 없단 말인가. 그렇다면 차라리 말을 아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맨 위에 인용한 한겨레신문 기사는 사실상 당시 검찰 조사의 미흡함에 대한 문제제기 기사이긴 하다. 그렇다면 위 상황에서부터 출발해 보면 될 것이다. 찬찬히 들여다보자. 만약 참고인 진술과 불기소 결정서가 모두 사실이라 생각하고 조합한다면, 문제의 술자리에는 조선일보 계열사 사장이 두 명이 나왔고, 적어도 그중 한 명은 방씨였다. 조선일보가 '전 스포츠조선 사장'이라고 말한 사람은 방씨가 아니므로, 참고인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 부분에서 조선일보 사주 가문에 대한 경찰의 '봐주기 수사'가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 방씨가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이었을 가능성은 또 희박한데 참고인이 확인한 ㅂ씨를 한겨레신문은 '조선일보의 한 계열사 사장'이라고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상훈은 조선일보의 대표이사 사장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 '조선일보 계열사 사장'을 기획사 사장이 '조선일보 사장'이라 불렀고 그 때문에 장자연이 그를 '조선일보 사장'이라고 인지했다는 조선일보측의 해명은 진실일 수가 있다.  


또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검찰측의 수사 자료에 장씨 편지 중의 '조선일보 사장'이란 말만 단서가 됐을 뿐 직접 작성한 '리스트'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전씨(당시에도 언론에 투고했었다.)의 편지는 당시의 경찰에게 조작된 것이라 판단되었다. 물론 그 판단은 잘못된 것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현재로서는 장자연이 직접 작성한 리스트가 존재한다거나 그 리스트 안에 방상훈의 이름이 있다고 믿어야 할 어떤 합리적인 근거도 없다. 따라서 검경의 엄경한 재수사를 촉구하는 입장과 '장자연 리스트 게시 혹은 공개 요구' 간엔 엄청난 거리가 있다. 그러므로  2009년 10월의 술자리 참석 멤버를 둘러싼 진실공방을 근거로 전씨의 편지나 '장자연 리스트'의 신뢰성을 논의한다는 건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변죽을 울리는 뷰스앤뉴스의 기사...


이같은 <한겨레> 보도는 방상훈 사장이 장자연과 일면식도 없으며 장자연 편지에 등장하는 <조선일보> 사장은 <스포츠조선> 전 사장을 일컫는다는 <조선일보>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향후 <조선일보>의 대응이 주목된다.

[출처] : 뷰스앤뉴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73221



뭥미... 정면으로 배치되긴 뭐가 배치된단 말인가??!!


확실한 것은 한겨레신문의 기사에서도 '리스트'의 존재나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의 관련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겨레신문이 접촉한 참고인이 이종걸 의원 폭로의 소스일 확률이 높다고 본다면, 결국 이종걸 의원의 폭로에서도 새로운 사실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것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종걸 의원의 보도, 한겨레신문의 보도, 그리고 이를 받아서 '방상훈'을 소환해내는 뷰스앤뉴스의 보도 속에서, '리스트'의 존재와 그 안에 '방상훈'이란 이름이 적혀져 있음을 굳게 신앙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근거 없는 믿음을 보충해 주는 '정보'를 얻는다. 실은 그 '정보'가 그들의 믿음과는 아무 상관없는 방향의 정보임에도 말이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연예인 성상납'의 의혹을 남기고 자살한 장자연씨 사망 이후 검찰이 장자연씨와 기획사 사장이 참석했던 2007년 10월의 술자리 멤버들을 조사했다는 것이고, 이 멤버들의 면면에 대한 진술이 엇갈린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리스트'도 없고 '방상훈'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대체 왜 모든 보도에서 리스트와 조선일보 사장이 소환되는 것일까? "조선일보 사장은 관련없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이 웃음거리로 둔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겨레신문 보도가 오보야 아니겠지만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사람들을 위해 교묘하게 서술된 '근거'(사실은 근거가 아니지만 그렇게 받아들여지게 되는)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여기서 조선일보가 '타블로의 딜레마'라 이름붙이면 적당할 곤경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선일보는 침묵하면 대중을 위한 해명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고 비난을 받고, 해명을 하고 나면 뭔가 뒤가 구리니 해명에 나선 것일 거란 추측에 의해 더 큰 비난을 받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물론 조선일보가 타블로에 비해 훨씬 더 거대한 권력이며, 공적인 영역을 담당하는 기관이니 이런 몫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타블로와 조선일보의 차이보다 더 핵심적인 부분은 누구든지 이 딜레마에 빠질 경우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그저 경찰의 철저하고 공정한 재수사를 촉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전 글에서 썼듯이 설령 진실이 조선일보 편이라도 이 딜레마는 끝나지 않는다. 경찰이 재수사해서 다른 '몸통'을 적발해 줄 가능성도 희박하고, 적발한다 하더라도 조선일보 사주 가문이 저놈들보다도 존나 더 짱쌘가 보다라고 입방아 찍을 사람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의혹에는 사실상 아무런 근거도 없다.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될 만한 근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호 X파일이나 김용철의 증언처럼 우리가 정황적으로 진실을 담을 수 있다고 믿을 수 있을 법한 수준의 어떠한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 지점에서 조선일보의 운명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일개인이 그런 것까지 걱정해야 할 이유는 없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두 가지 정도인데, 하나는 근거없는 의혹제기를 통한 상대방 흠집내기에 골몰하던 '우리'가 기득권세력에게 같은 일을 당할 때 무슨 전례를 '근거'로 그게 오류라고 항변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다. 또 그것도 이전에 근본적으로 대체 우리가 텍스트를 읽고 사태를 파악하는 능력이 이 정도 밖에 안 된다면 정치개혁이니 언론개혁이니 하는 것들이 어찌 가능할까라는 문제다. 그냥 내 마음 속의 호오의 정서가 누적되고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정당하다면, '정치공학'과 구별되는 의미에서의 '정치평론'의 영역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 게다. 공허하고, 또 공허하다.


물론 나는 그 사실을 이미 체념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타블로의 딜레마'에 빠진 조선일보 [26] 하뉴녕 2011-03-15 3715
1300 안티조선 운동사 2쇄 수정 사안 [7] 하뉴녕 2011-03-15 18184
1299 이전 글에 대한 변명 [32] 하뉴녕 2011-03-14 7930
1298 '음모론 시대'의 이면 [32] 하뉴녕 2011-03-09 4015
1297 안티조선 운동사 해설강의 1강 (11. 3. 7 두리반) [8] 하뉴녕 2011-03-07 3335
1296 동아일보의 문제 [9] 하뉴녕 2011-02-28 5560
1295 진보신당의 쩌는 위엄 [29] 하뉴녕 2011-02-23 6270
1294 [경향신문] 인도 축구대표팀의 로망 [2] 하뉴녕 2011-02-19 3006
1293 의미 부여 [25] 하뉴녕 2011-02-16 3265
1292 박가분에게 다시 답함 [19] 하뉴녕 2011-02-15 7951
1291 박가분에게 답함 [15] [1] 하뉴녕 2011-02-15 6096
1290 진보신당, 생존의 방법은 없는가? [113] [1] 하뉴녕 2011-02-13 9433
1289 박가분의 최장집주의 비판과 진보정당 운동론에 대한 논평 [15] [1] 하뉴녕 2011-02-11 14950
1288 이영훈은 종군위안부가 '자발적 성매매'라고 주장했던가? [88] [1] 하뉴녕 2011-02-07 11090
1287 키워질의 진화심리학적 기원 [2] 하뉴녕 2011-02-05 3373
1286 평양성 : 다시 돌아온 코미디 현실풍자 사극 file [17] 하뉴녕 2011-01-31 3879
1285 한국 보수와 진보의 판타지 [28] [2] 하뉴녕 2011-01-26 5079
1284 <안티조선 운동사>, 닫는글 : 다시 언론 운동을 꿈꾸며 [1] 하뉴녕 2011-01-20 8304
1283 그 과학자의 독백에 대해 [9] 하뉴녕 2011-01-19 5794
1282 정치평론에서의 초월적 논증 [40] [1] 하뉴녕 2011-01-15 6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