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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이경훈 지부장이 다른 단위의 활동가를 폭행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참세상 기사 :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59489

이와 관련하여 이경훈 지부장의 취임 당시 레디앙 기사를 참고하면 이 양반이 정치적으로 어떤 입장을 고수해왔는지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레디앙 기사 1 :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5680
레디앙 기사 2 :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5657

이 문제는 정확하게 '경제주의적 투쟁관'의 문제이다. 이는 어느 노동조합을 가도 흔히 나타나는 문제인데, 단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어떤 이념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우리의 처지 때문에 투쟁하고 있다' 라는 소박한 관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어느 사업장에 노조를 조직하러 가더라도 최초의 투쟁은 이렇게 시작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시작된 투쟁을 통해 이념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의 처지'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조합원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소위 '민주파 활동가'들, 다시 말하자면 '생디칼리스트'들의 거룩한 사명이었다.

87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전노협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 소박한 조합원들에게 정치의식을 불어넣으려는 다양한 시도가 계속 되어왔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슬픈 오늘은 이러한 시도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드러내준다. 사실 이경훈 지부장의 당선 자체가 생디칼리스트들의 패배였다고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경훈으로 상징되는 경제주의자들은 위에서 언급한 그 '다양한 시도'에 동의하지 않은, '정치적인 것'에서 '자신들의 처지'를 분리시키려는 집요한 노력의 잔여물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노동조합의 권력이 경제주의적 투쟁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내가 이전의 글에서 현대자동차 정규직, 비정규직 갈등이 산별노조의 지도력 문제라고 말했던 것이 바로 이 문제를 이야기한 것이다. 소위 경제주의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정당한 파업에 외부 세력이 개입하여 투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보통 이 외부 세력은 사회주의니 노동계급이니를 떠드는 정치적으로 불순한 분자들이다. 경제주의자들은 물리적 투쟁 그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순수한 투쟁이 빨갛게 물드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것을 공식적인 체계로 눌러버릴 수 있느냐가 바로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산별노조 지도력 문제의 핵심이다.

슬프게도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으로 보면 금속노조가 현대차지부의 행동을 제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어렵게 만들어낸 우리가 꿈꿔온 산별노조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먼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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