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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후라보노껌을 씹으며

기타 조회 수 2937 추천 수 0 2013.03.26 22:27:32

집에 왔다. 기분전환을 위해 엊그제 술자리에서 누군가 행상인에게 구입해 나에게 준 후라보노껌 하나를 꺼내 질겅질겅 씹는다. 설거지가 일주일치 밀렸고 삼주일째 청소를 못해 방은 개판 오분전이다. 집안일을 하고 싶지만 써야 할 원고가 있어 일단 내버려 둔다. 집안일을 하고 나면 힘이 다 빠져 누워 잠들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약간 심사가 뒤틀렸다. 똑같이 답 없는 운동권을 했는데 누구는 의원이 됐고 누구는 차관급 공무원이 됐으며 누구는 보좌관이 됐고 또 누구는 무슨 단체의 대장이 됐다. 운도 없고 눈치도 없는 운동권들은 나이 오십이 넘도록 갈 곳 없이 여기 저기 떠돌거나 한 쪽으로 밀려나거나 한다. 나도 머리 위에 놓인 식구(食口)가 많아 할 수 없이 잠시 운동권을 접은 상태다. 물론 아직도 반은 운동권이지만 그걸로 위안을 삼고 싶진 않다. 어쨌든 일단의 패배인 것이다.


운동권을 하시다가 무슨 실세(?)가 되셨다는 분의 혈기왕성한 좌충우돌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물론 그 분은 실세(그런데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진짜 실세는 아니다. 내가 알기론 그 직장에서도 천덕꾸러기다.)가 되기 전에도 그런 식으로 살아 오셨다고 한다. 하지만 유수의 대단하신 거물들이 줄줄이 그에게로 와 인사를 하는 광경을 보면서 비애감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물론 내가 무슨 걱정을 하더라도 될 일은 다 되고 안 될 일은 알아서 다 안 될 것이다.


나는 스스로의 능력을 과신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의 자리에서 열심히는 해왔다고 자부한다. 아무리 박하게 계산해도 2009년 부터는 그랬던 것 같다. 앞으로 살 날도 많이 남았으니 내 인생도 어떻게 될 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100 중의 99는 망할 운명일 것이다. 흥하기에는, 성격에 문제가 있어서 더더욱 어렵다. 이런 성격에 1.13%나마 득표하는 정당에 있었던 것도 참 기적 같은 일이다.


이번 주에 써야 할 원고가 3건이 있기 때문에 부수입에는 좀 도움이 될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쓰는 것이라 고료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들어올 것이다. 게다가 월급날이 남았다. 물론 그렇게 해서 버는 돈의 상당 액수는 식구들의 부양에 들어가겠지만 걱정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행운이다. 주위 사람들의 보살핌과 배려 덕에 어쨌거나 입에 풀칠은 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껌은 그만 씹고 진보신당에 줄 글이나 써야겠다.


댓글 '2'

Code_G

2013.03.29 05:27:14
*.106.235.33

스승님 현장 복귀하실 날만을 기다립니다.

조만간 모여서 이놈의 당을 어찌할 것인가 논의해 보는 그런 자리를 가졌으면 좋겠네요.

뭐 용쓰다보면 좋은날도 오지 않겠습니까!

이상한모자

2013.03.31 16:22:28
*.192.210.237

그래요. 좋은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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