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기억은 '그래프'와 함께다. 아마 87년 대통령 선거였던거 같다. 나는 5살이나 6살이었다. TV에 빨갛고 파란 막대 그래프가 떴다. 그리고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어머니는 "야당에서 두 사람의 후보가 나와서 표가 나뉘었다." 라고 말씀하셨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기억은 '똑똑한 사람'에 관한 것이다. 9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어머니는 '똑똑한 김대중이 싫다'고 했다. 나는 우리 어머니가 똑똑한 사람을 왜 싫어하는지 끝내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김영삼 후보의 인상이 훨씬 좋다고 생각했다. 결국 김대중은 졌다. 그리고 정계 은퇴를 했다. 어머니는 "정말 은퇴하는 걸까? 믿을 수가 없어서." 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세 번째 기억은 '만화'와 함께다. 97년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는 공보물에 자신을 의사로 비유한 세련되어 보이는 (물론 지금의 눈높이로 보면 촌스러운) 만화를 넣었다. 나는 이것에 큰 호감을 가져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는 대통령이 되었다.
김대중 정권 시절에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IMF를 훌륭히 극복했다는(신자유주의를 한국에 이식했다는) 좋은 일도 있었지만 대우자동차 파업, 롯데호텔 파업, 발전 파업 등의 나쁜 일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6.15 남북 공동선언'이라는 일도 있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세간에는 모처럼 김대중을 필두로 한 3김 성대모사가 유행하였다.
퇴임 이후의 삶 중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눈물을 쏟는 한 장의 사진이 기억에 남는다. 그 후 그는 자신의 반쪽을 잃은 기분이라며 이명박 정권을 독재정권으로 규정했고 범여권의 결집을 촉구했다.
1924년생. 해방 이후부터 이어진 한국 정치사의 살아있는 증인. 훌륭한 정치인이었다.
주목 1) 대통령 당선증 든 사진에 주위 인물들이 참.. 상징적이죠.
주목 2) 마지막 사진, 김대중 전 대통령 옆에.. 정대철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