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
저는 30대 중반 여성 직장인이고 결혼은 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두 가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혜를 빌려 주세요.
1. 전 여자들끼리 만나서 수다 떠는 것이 정말 재미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여자 친구들이 늘상 저에게 기대려고 하고, 징징거리고, 응석부리고, 꼭 패거리로 몰려 다니며 뒤에서 남 흉보고 이러는데 아주 학을..... 30대 중반에 '난 혼자서 밥 못먹잖아~' 이지랄 난 이래서 안되고 난 민감하고 난 맘이 여리고 난 몸이 약하고... 아 쓰다보니 또 짜증이 납니다. 왜 밥들은 안처먹고 춥다며 에어콘을 끄는 걸까요? 저는 우리 사회에 페미니즘이 아직 유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페미니스트가 되려고 노력을 정말 많이 하다가 때려친 사람입니다. 오한숙희 여사가 '그래 수다로 풀자' 이랬는데 전 왜 수다가 싫을까요? 이러다보니 여자 친구가 없습니다. 남자 친구는 더 없고요. 그것들은 좀만 친해졌다 싶으면... 제가 외로움은 잘 안 타는 성격인데 나중에 우리 아버지 초상 치를 때가 걱정이 됩니다. 돈 주고 문상객을 사야 되는지... 그런데 마음에 맞는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친구가 많이 없어도 사는 데 별 문제는 없겠지요?
2. 저의 유머 감각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어려서 개그맨 시험 원서도 내봤고 예전엔 제가 웃겨서 좋다는 남자도 많았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까요? 유머 감각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심각한 고민이라 아무한테나 상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럼 답변 기다릴께요.
질문
물론 저도 수다를 떨 때가 있습니다. 단 제가 수다에 끼지 않아도 욕하지 않는 가족이나 남자 친구들하고... -.- 그러나 사회에서 만난 대부분의 여자들이 제 비위에 안 맞아요. 왜 그리 감정적이고 앞뒤가 안 맞는 말을 잘 하는지... 최근의 예를 들어, 싫어하는 여자가 젓갈 먹는 모습을 빤히 보면서 '아유 난 젓갈 냄새가 너~~~무 싫어!!' 남 밥먹는 데다 대고 그런 말 할 필요가 없잖아요. 근데 그래놓고 또 쌀국수 집에 가서는 '난 피시소스가 제일 좋아' 너무 황당합니다. 피시소스도 젓갈인데. 미운 놈을 미워하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습니다. 미운 놈이 편의점에서 우유 판다고 하면 아니다 안 팔때도 있다고 우기는 식이예요. 패거리를 가름으로 해서 내가 어떤 소속감이나 안정감을 느낄 수만 있다면 논리고 사실이고 뭐 아무것도 필요없는 것 같아요. 물론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긴 합니다만 제 생각에 그래도 최소한의 선을 그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여자란 동물은 역시 안 되는 걸까요? 반면에 남자들은 너무 단순해서 그런지 여자처럼 교묘한 악의가 느껴지는 말이나 행동을 계산적으로 하는 광경은 별로 못 봤습니다. 주먹질 하는건 봤지만서도. 그게 차라리 낫지 정말 착한척 하면서 뒤에서 교활하게 남 욕하는거 짜증이 납니다. 아니 남을 흉보고 욕해도 된다 이겁니다. 인간이 누구나 원래 그런 면이 있으니까요. 근데 왜 착한척 순진한척 약한척 불쌍한 피해자인척 하냐 이겁니다. 울긴 또 왜그리 잘 쳐울어. 뭘 잘했다고. 전 진짜 페미니즘이 싫어졌어요. 자기가 욕먹지 않으려고 패거리 지어서 선제적으로 남 욕하는 것들 뭐하러 편들어 줍니까. 전 이렇게 늙어서 왜 이제야 여자의 실체를 알게 되었을까요??? 진작에 깨달았어야 하는 일인데 그놈의 페미니즘이 제 눈을 가린 것 같아요. 원망스럽습니다.
그리고 제가 대학생 때부터 왕따였다면 이 나이에 새삼 고민을 하겠나요? 그땐 왕따는 커녕 학교 앞 술집에 그냥 불쑥 들어가도 여기저기서 이리 오라는 손들이 버섯처럼 솟아나곤 했는데. 무리짓기 좋아하는 이 여자란 것들 때문에 인간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이 다 사라졌어요. 에휴.
끝으로 스승님마저도 유머 감각 때문에 고민하신다니 절망입니다. 전 게임도 안 하는데 어딜 가서 이걸 다시 찾아야 하는지. 건담은 몰라도 트랜스포머 2는 봤는데 별로 유머 감각이 살아나는 기분은 안 들었거든요. 이젠 그저 스승님 같은 분을 보거나 어린 조카들과 놀 때만 진심으로 웃을 수 있어요......
지나가다
실수하셨군요. 아무한테나 상담하시고.... 제가 당신의 고민을 학적으로 풀어드리겠습니다.
당신에게 결핍된 문제점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성공적인 인간관계의 전제조건
...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짤막하게나마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맺고 협력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의 실용적인 차원에서 꼭 필요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그 전제조건이란
①보는 것과 보이는 것,
②공통 관심사,
③감정적인 공감,
④공통된 행동,
⑤동기와 의도에 관한 상호이해이다.
이 다섯 가지 조건은 모두 평범하지 않은데, 어느 한 가지라도 지속적으로 빠지면 관계(직장 동료이든 친구이든 배우자이든)가 깨질 수 있으므로 하나같이 중요하다.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위한 첫 번째 전제조건은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인간으로 인지해주기를 바란다.
타인에게 인지되는 상황 자체만으로도 동기는 유발된다.
존중받지 못하는 것은 인간관계는 물론 동기를 죽이는 원인이자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계기가 된다.
누군가를 단지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취급하면 관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사람, 숨으려고 애쓰는 사람은 (대개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는데) 실제로 눈에 잘 띄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보인다는 것은 스스로를 인간으로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고, 스스로를 당당하게 바라볼 준비가 된 상태이다.
그러면 타인에게 더 잘 인지될 뿐 아니라 타인을 더 잘 인지할 수 있다.
두 번째 조건은 공통 관심사이다.
다른 사람의 관심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가장 쉽게 상대와 공감할 수 있는 길이자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적합한 예들을 아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이를테면 동료 여직원이 중요한 서류를 보여주려는데 남자 직원이 본 척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상대를 무시하는 태도로 비칠 것이다.
회의 시간에 부하 직원의 발표를 집중해 듣지 않는 상사는 부하에게서 충성심을 얻어내지 못할 것이다.
부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뭔가 흥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가리켰는데도 남편이 쳐다보지도 않는 경우가 그렇다.
(아내와 남편의 처지가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세 번째 조건은 감정적인 공감인데, 이것은 어느 정도 다른 사람의 기분에 전염되거나 다른 사람을 내 기분에 전염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공감은 강요할 수는 없지만, 인간관계를 (어떤 종류든 상관없이) 맺고 다져나가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이다.
천성적으로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무심하게 굴다가 인간관계를 망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기르던 애완동물이 죽어 슬퍼하는 여직원 앞에서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어”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공감을 얻기에 부족한 표현이다.
네 번째 조건인 공통된 행동도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해준다.
대개 사람들은 함께 구체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을 과소평가하지만, 실제로 이것은 관계를 탄탄하게 해주는 측면이 있다.
동료, 배우자, 아이들과 함께한 자발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태함은 기본적으로 좋은 인간관계 형성에 해가 된다. 관계를 맺고 유지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동기부여가 부족하다는 표시로 받아들인다.
다섯 뻔째 조건은 (인간관계의 최상급 기술이라 할 수 있는데) 동기와 의도를 상호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은 대개 앞의 네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된 연후에만 성공할 수 있다. 이해란 늘 새롭게 생각하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새롭게 이해하기보다는 절약적인 차원에서 과거의 경험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의 틀을 마련해 그것으로 타인의 동기와 의도를 이해한다.
이것은 우리 뇌의 단점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특징이다.
현재 맺고 있는 관계를 고려하면, 어쨌든 기존의 판단 틀에 따라 이해하려는 시도는 때때로 끔찍한 결과를 불러온다.
동기, 의도, 선호, 경향을 올바르게 인지하고 이에 반응하는 것은 다른 잠재력을 꽃피울 때 결정적으로 중요한 전제가 된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관찰력과 직관력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대화가 필요하다.
요하임 바우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원칙] 중에서...
질문
' 아무한테나' 라니요! 이 시대의 큰 스승님으로 제가 믿고 존경하는 분입니다. 이러지 마십시요.
제 인생에서 결핍된 것은 뭘까... 돈도 있고 부자 아버지도 있고 결혼은 안했지만 같이 늙어갈 오래된 애인도 있고. 말씀드렸듯이 친구가 없습니다. 유머 감각도 거의 없어졌구. 타인에게 인지되라구요? 그랬다가 그년들한테 무슨 꼬투리를 잡히려고. 게다가 전 년들의 '감정적인 공감 능력'과 '공통된 행동'에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니까요. 여기에 하나 더하겠습니다 '무식'이요. 까나리 액젓과 피시소스가 전혀 다른 물건이라고 철썩같이 믿는 건 물론이고 본인도 탈세하는 주제에 신문 보면서 정의로운척은 니미... 전 대체 어딜 가서 좋은 친구와 유머 감각을 찾아야 합니까.
제 주위 여자애들은 하나같이 수다 떠는 것이 재미 없다고 하면서 꼭 본능에 이끌리듯 수다를 떨더군요.
저는 어제 비가 와서 막걸리 한 통을 떠올렸는데 같이 먹을 사람이 없더라구요. 후배한테 전화를 해서 같이 먹을 사람 좀 모아봐라 이랬더니 아무리 해도 답이 안 나오는것이죠. 결국 후배랑 둘이 먹고 같이 자살을 하자고 하였습니다.
제가 대딩 1학년때는 왕따를 조직하여 '혼자 노는 사람들 협회'에 가입도 하고 그랬는데.. 온라인 게임 같은걸 하면 어떨까요?
유머 감각은.. 저도 자꾸 유머 감각이 사라져서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전 옛날에 했던 게임 같은걸 하면 조금 살아나기도 하고 그렇던데요. 혁명가로 산다는건 정말 진지한 일이죠. 진지한 혁명가가 된 스스로를 한탄하면서 건담을 본다던지 동급생2를 한다던지 그랬더니 다시 오덕스피릿이 타오르면서 유머가 살아나기도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