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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 노숙자들을 만났다.
그는 도시락을 들고 와서는 이건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줄 거고 그러자면 나는 먹을 것이 없고 속이 상해서 소주나 한 병 먹었으면 좋겠다면서 2천원만 달라는 얘길 하기 시작했다. 물론 난 한 푼도 주지 않았다.
곧이어 다른 노숙자가 와서 우리를 향해 격려와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장황한 말의 결론은 역시 돈을 달라는 것이었다. 매몰차게 거절하자 그는 우리가 사용한 물품들을 주섬 주섬 줍기 시작했다. 다음에 또 써야 하는 것이어서 도로 빼앗았다. 그러자 노동자, 서민의 희망이던 우리들은 순식간에 나쁜 개자식들이 되었다. '너들, 그러는거 아니야!' 노숙자가 남긴 말이다.
또 한 노숙자가 와서 굽신대며 컵라면을 먹기 위한 5백원을 요구했다. 이번엔 돈을 줘봤다. 굽신대던 그는 돈을 받자마자 '고맙습니다' 라는 드라이한 단어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