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TV인터뷰도중 맨손으로 파리를 잡은 이른 바 ‘오바마 인간파리채 사건’이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다.
일단 백악관 위생 상태가 도마에 올랐다. 알고 보니 백악관 사람들이 진작부터 파리 때문에 적지 않은 고통을 당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 회의 도중이나 서류 검토작업 중에 파리가 업무를 방해하는 것이 이제는 일상이 돼버렸다는 후문이다.
올해 초 딕 체니 전 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인터뷰를 하던 중 파리의 ‘인사’를 받아야 했다. 조지 W 부시 정부시절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데이너 페리노는 “우리도 늘 파리채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달 초 오바마 대통령은 일일 경제브리핑을 받던 도중 파리 한 마리가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구두 근처를 맴돌자 이를 손으로 잡으려다가 놓쳤다.
당시 크리스티나 로머 경제자문위원장은 “좀더 위로 조준해서 (서머스를) 때릴 수 없나요”라고 말해 오바마 경제팀내 미묘한 갈등 관계를 풍자하는 사례로 회자됐다. 백악관에 파리떼가 들끓는 이유는 분명치 않다. 일각에서는 웨스트 윙 통풍구가 열려 있어 그 틈새로 들어온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직원들이 창문을 열고 근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파리를 맨손으로 때려잡으면서 평소 농구로 다져진 운동신경을 뽐냈지만, 그 대가는 동물보호단체들의 거센 항의로 돌아오고 있다. ‘동물의 윤리적 처우 모임’ 회원들은 “파리를 덫으로 잡은 뒤 밖에다 놓아 주는 인도적 장치를 백악관에 보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