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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희망근로2009는 또 뭐라구 뭐

조회 수 981 추천 수 0 2009.06.03 01:32:30

가끔은 생산적인 글도 써야죠. 오늘부터 희망근로2009뭐시기가 시작된다고 떠들썩 하네요. 잠시 이게 무슨 내용인지를 들여다 보도록 하것습니다.

 

네이버에 쳐봤더니, "근로능력이 있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근로와 연계해 한시적으로 생계를 지원하는 사업" ...

 

더 자세히 파이낸셜 뉴스의 기사를 보면,

 

희망근로에 참여하려면 소득이 최저생계비 기준 120% 이하이고, 재산은 대도시 기준으로 1억3500만원 아래여야 한다. 기초 생활보장자와 실업 급여 수급자는 참여할 수 없다.

급여는 일당, 주급, 월급 등의 형태로 월 83만원 수준이며 현금 50%와 소비쿠폰 50%가 지급된다. 소비쿠폰은 재래시장과 동네슈퍼, 소규모 영세 상점 등에서 사용 가능하다. 희망근로 참가자들은 6월1일부터 현장에 투입된다.

정부는 또 희망근로를 잔디 뽑기와 같은 기존 공공근로로 대체하는 지자체에 대해서는 엄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공공근로의 급여 수준은 월 50만∼60만원 정도다. 정부 관계자는 “희망근로는 기존 공공근로와 같은 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전할 것”이라면서 “해당 인력들은 동네 등산로 정비, 재해예방사업, 노후교량 정비, 학교담장 허물기 등에만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라네요.

 

자세히 보면, 그니깐 나랏님이 시키는 일을 꼬박꼬박 열심히 하면 월 83만원만 주는데 그 중에 반은 소비쿠폰으로 준다고 합니다. 상품권으로 준다는거죠. 이 상품권은 재래시장과 동네슈퍼, 소규모 영세 상점 등에서 사용 가능하다고 써있지만 사실 그 중에서도 '가맹점'에서만 사용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건 '공공근로'와는 아주 다른 사업이고 반드시 '동네 등산로 정비', '재해예방사업', '노후교량 정비', '학교담장 허물기'만 시켜야 된다고 하네요.

 

문제는 근로기준법에 보면, 임금은 꼭 '통화(通貨)'로 지급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는 것입니다. 근데 이건 임금의 일부를 상품권으로 주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것이지요. 여기에 대한 정부의 대답이 걸작입니다.

 

"님이 뭘 몰라서 그렇구여. 이건 임금이 아니라 사회복지입니다. 사회복지예요. 착각하면 안되죠. 오해입니다. 그니까 근기법 적용 대상도 아님."

 

MB가 말합니다. 메롱.

......

아 어쩌라구.

 

사실 이런 괴상한 아이디어는 외국 뭐 어디 먼 나라의 '바우처(voucher)'라는 방식을 통한 사회복지서비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온 측면이 있는데요. 노무현 전 대통령님이 즐겨 보았던 드라마 웨스트윙에도 요거 가지고 논쟁하는 그림 나옵니다. 리오 맥게리 딸이랑 샘 시본이랑 요걸 갖고 반나절을 논쟁하죠. 구체적으로는 학교 바우처 제도인데요. 미국에 학교는 사립이 있고 공립이 있는데.. 에이, 그건 뭐 딴 거 찾아보시구여.

 

외국의 사례에서도 이것에 대한 여러 논쟁거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마는, 한국에서는 그런 심오한 논쟁으로 갈 것도 없이 이런 제도에 대한 아무런 사회적 인프라가 없는데 이걸 갑자기 하자고 하니 생길 여러 부작용을 떠올리는 것으로 족하겠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사회적 인프라가 있으면 그래도.. "아저씨, 이 상품권으로는 TV만 살 수 있으니깐 근처 대리점 아무데나 가서 TV 사다가 집에 놓으세요. 아저씨 집엔 TV도 없잖아요.", "흑흑, 고마워 아가씨.." .. 이런 그림이 가능하겠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걸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에이 씨 돈으루 주지 차라리, 이걸 어따 쓰라고.."

 

상품권을.. 이거를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도 모르겠고.. 차라리 그걸로 엿 바꿔 먹겠죠. 엿 바꿔 주는 놈들 꼭 요런 상황에 등장합니다. 수수료 받고 상품권 현물화 시켜주는 사업이 블루오션 될 지도 모르죠. 정부에서 규제를 하겠지만 그게 뭐 되겠어요?

 

그럼 왜 울나라 정부는 요따위 웃기는 짓거리를 하는 걸까요? 사실 논리는 간단합니다. 사회서비스 정책을 확대 하긴 해야 되는데.. 거 그냥 확대 하자니 빨갱이나 하는 소리 같구.. 요걸 갖구 좀 사회적 일자리 이런 얘기랑 짬뽕을 시켜볼까? 하는 김에, 요 돈 벌어서 술이나 먹구 그러지 못하게 바우처인지 뭔지도 같이 도입해야것다! 또- 또- 하는 김에, 요걸로 재래시장이나 소매점도 좀 살리고. 내수도 진작시키고! 경제도 살리고! 그러다 보니 완전 짬뽕이 되어서 죽도 밥도 안되게 되었던 것입니다. 전문 용어로는 '사회복지가 시장화 되었다'라고 하지요.

 

사실 복지제도란 게 별거 아닙니다. 옛날에 19세기에 보면 이제 자본주의로 사회가 막 넘어가야 되는데, 그럴려면 공장에 가야 되잖아요, 사람들이. 근데 맨날 농사나 짓고 허구헌날 잠이나 자고 이런 사람들이다 보니까 아침 7시에 제대로 출근을 안 합니다. 왜 안 왔냐고 그러면 '아 해 아직 안 떴잖여~' 이러잖아요. 그런 놈들은 이제 쥐어 팹니다. 데려다가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 일을 시킵니다. 그리고 졸립다고 늦게오면 또 쥐어 팹니다. "너네는 5시간만 자도 돼!" 패고 패고 또 패고 한 대 더 패서는 급기야 귀를 자르고 코를 잘라서 인간을 거의 폐인을 만듭니다. 그러다보니 공장에 일 할 사람이 점점 없어지잖아요. 이러다 공장이 전부 다 망할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나랏님은 '공장법'이란걸 만들어서 "아그들아, 하루에 12시간만 일 시켜라." 라고 얘기하게 됩니다. 물론 자본가들은 매우 반발을 했습니다. "시장의 자유를 침해하지 마라!"

 

즉, 어떻게 하면 인간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7시까지 출근을 시켜서리 마구 일을 시키고 착취를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게 19세기 복지제도의 스타일 되겠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복지제도 역시 이 패러다임에서 한 치도 벗어나 있지를 않습니다. 공장에 9시까지 출근할 수 있는 사람이랑 못 하는 사람을 구분해서 못 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면서 갈궈서 출근을 하게 만드는 스타일인 것이져. 그게 무슨 출근이든지... 하여간 출근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런 건 좀 이제 집어 치우고 우리는 21세기의 보편적 복지를 요구해야 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근본적인 요구를 하지 않을거면, 희망근로2009니 청년인턴이니 이런 것을 욕할 때에도 조금 자제를 해야 하겠습니다. 왜냐면~ 요거 기본 골격은 노무현 전 대통령님 시대에 나온 거거든요...

 

물론 우리의 큐트한 MB쨩도 여기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몇 가지 집어넣긴 했습니다. 다시 위를 보시면 이 희망근로2009란걸 지자체가 사람들에게 시킬려면 꼭 '동네 등산로 정비', '재해예방사업', '노후교량 정비', '학교담장 허물기'만 시키라 했습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이게 다 뭘까요?

 

넵. 건설 되겠습니다.

 

 

* 전 사회복지 뭐시기를 일생 통틀어 해본 적도 없고 전공도 안 했으니 이 엿 같은 글을 보고 뭐가 잘못된거 같다, 이럴 리가 없다, 얘가 뭘 모르고 하는 얘기 같다 하시는 분은 진보신당에 전화를 걸어서 아무나 붙들고 물어보시거나 아니면 좌혜경 연구원을 찾으시면 되겠습니다. 아, 다들 바쁠테니 전화를 하는 것보다는 이메일을 보낸 다음 전화는 짧게만 하는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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