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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고 집에 오는 길에
웬 얼룩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마음을 붙잡다
놈은 배가 꽤 고팠는지
닭 냄새 풍겨오는 내 몸에 제 몸을 비비고는
애처로운 소리를 내며 내 뒤를 졸졸
기어코 쫓아오는 것이었다
밥이라도 줄까 하여
집으로 올라와 사료를 한움큼 쥐었는데
그 순간이 참으로 뿌듯하였더랬다
그러면서 피붙이들 얼굴 하나 하나가
불평하는 그 얼굴이 스쳐 지나가는 찰나
이 놈이 늘 그렇듯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허탈한 마음으로 집에 누운 희끄므레 고양이를 찾아가서
네놈이 색시가 생길뻔 하였느니라 얘길 걸어 보지만
이미 고자가 된 놈의 처지가 부러워
빙긋이 웃고 나는 입을 다물어 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