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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빌딩 생태계

조회 수 798 추천 수 0 2008.11.05 12:16:51


지금 내가 일하는 이 건물에도 빌딩 생태계 비슷한 것이 있다.

1. 건물주 : 무지하게 두려운 존재이기는 하지만 돈만 받아 먹고 얼굴 한 번 안 비춘다는 점에서 '신'이라는 것과 비슷함.

2. 관리사무소장 : 생태계의 정점에 위치하는 자로서 얼굴 보기 힘들고 빌딩의 이모저모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왕'이랑 비슷함.

3. 경비 : 관리소장으로부터 '경비실' 또는 '로비'라는 영지를 하사받은 충성심 높은 기사 계급. 2, 3인이 하루씩 돌아가며 근무 한다. 잡상인 등 부적절한 손님을 통제하고 누가 뭘 물어보면 친절히 대답해주는 것이 주 임무이나 관리사무소장으로부터 암묵적인 권력 위임을 받고 있는 존재.

4. 주차장 경비 : 기사 계급이라는 점에서 '경비'와 비슷하나 근무환경이 열악한 '지하 주차장'을 영지로 하사받은 불행한 존재. 자동차에 주차 스티커가 붙어있는지 확인하는 것과 어딜 찾아왔는지 캐묻는 것이 주된 임무이다.

5. 상급 시설 관리, 설비 담당 직원 : 유일하게 경비와 맞짱을 뜰 수 있는 존재로 건물 내의 전화, 전기, 인터넷, 수도 등의 유지 보수를 담당하고 있다. 영지를 하사받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자기 아래에 사람을 부린다는 점에서 성직자와 비슷함.

6. 하급 시설 관리, 설비 담당 직원 : 상급 시설 관리, 설비 담당 직원의 지시를 받고 개미처럼 일하는 하층민. 건물 내에서는 굽신대거나 일을 하거나 둘 중 하나를 한다. 애처로운 존재...

7. 청소 아줌마 : 건물 내 청소를 담당. 건물에 서식하고 있는 자들에게 먹을 것을 받아 먹기도 하고 즐겁게 인사를 나누기도 하지만 큰 소리 한 번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경비'와 다소 부적절한 관계가 될 수도 있을것 같다.

8. 쓰레기장 할아버지 : 건물 외부에 있는 쓰레기장에서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매립용 쓰레기를 커다란 통에 담는 역할을 담당. 종종 건물 안으로 들어와 각 사무실에 있는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기도 하는데, 나이가 많아서인지 자주 깜빡깜빡 하는 모양. 일희일비하는 청소 아줌마와는 달리 늘 쾌활한 얼굴로 세상을 초월한 표정을 짓고 있다.

9. 관리사무소 직원 :  20세기 후반에 등장했을 법한 컴퓨터를 이용해 온갖 사무 업무를 담당. 지하주차장에 위치한 골방같은 관리사무소에서 도통 나오지 않으며 주로 젊은 여성임.

- 상인들

1. 부동산 아저씨 : 건물 1층에 위치한 부동산 주인. 건물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고급 정보를 쥐고 있으며 입주자들에게 정보를 적절히 제공해서 많은 respect를 획득하는 것이 삶의 목적임. 부업으로 부동산 중개업을 한다. 여기를 자주 찌르면 이 건물에서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됨.

2. 컴퓨터 가게 아저씨 : 1층에서 컴퓨터 관련 물품 등을 판매하고 있으나 사실은 관리사무소장과 공모하여 이 건물의 인터넷 계약과 공사를 독점하고 있는 존재.

3. 인쇄, 기획사 아가씨 : 1층에서 여러 인쇄물 등을 판매하고 있으나 사실은 관리사무소장과 공모하여 이 건물에 입주한 업체들의 명함 제작을 독점하고 있는 존재.

목땅

2008.11.06 06:46:12
*.139.11.120

이건 쓸만한 포스트구만..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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