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요즘 지지율 1~2%에서 헤매는 컬트정당에 관심을 기울여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물론 그게 진보신당 사람들이 잘나서는 아닐 것이다.
1) 야권연대를 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2) 야권연대를 하려면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딜을 해야 한다.
3)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딜이 성립하려면 무조건 진보정당은 통합해 있어야 한다.
는 논리구조, 혹은 현실인식에 의해 이 당을 언능 우리 밥상 위에 대령하지 못할까, 호통을 치고 계시는 중이다. 최근 조국 교수의 프레시안 인터뷰도 그런 인식을 명확하게 드러내 주었는데, 뭐 할 수는 있는 생각이라 생각한다. 조국 교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당비 납부 거부 운동을 벌여서라도 통합을 강제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소개했고, 민주노총에서 진보신당 서울시당 선거에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참 황송한 얘기다.
재미있는 것은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내에 산재해 있는 통합파들의 논리구조, 혹은 현실인식이 정확히 저 위의 1), 2) , 3)을 역순으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진보정당들의 상황을 설명하는 4) 정도가 추가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4) 진보정당이 2012년 이후에도 생존하려면 무조건 통합이 필요하다.
3) 진보정당이 통합을 하면 민주당과의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2) 진보정당이 이명박 심판에 책임을 지는 길은, 민주당과 함께 야권연대를 하여 한나라당 정부를 심판하고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1) 연립정부를 구성하여 선거에 이길 경우 우리는 행정능력을 학습할 기회를 얻게 된다.
노파심에서 말하자면, 나는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 생각하지도 않고, '좌파'라 말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좌파' 기준에도 미달하는 사람인지라, 무슨 이념적 요인에 의해 독자노선 정당이 언제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아니다. 내가 의아해 하는 것은 이 논리들이 너무 짜맞춘 것 같이 잘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조국, 심상정, 김창현 같은 훌륭한 사람들이 말한 것이고 이게 현실을 너무 잘 반영해서 아귀가 잘 맞아들어간다고 주장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대개 현실의 경찰수사 발표는 미심쩍은 구멍들이 뻥뻥 뚫려있고, 아귀가 너무 잘 맞는 건 (조사를 보고 시나리오를 끼워맞춘) 음모론적 가설들이라는 점이 떠오를 뿐이다.
이 시나리오 대로라면 "왜 컬트정당으로 존속하려고 하느냐!"라는 호통을 듣는 이 1~2% 정당의 각성이 이 세계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수준의 얘기가 된다. 물론 대중문화 텍스트에 흔히 나오는 얘기고, 역사에서도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하필 지금'이, 그렇게 흥미로운 이야기의 출발점일까를 생각하면 '이거 좀 자뻑 아냐?'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진실은 멸치 한마리라도 잡아먹고 단백질을 보충받고 싶은 것이지 멸치 한마리 먹으면 배가 부르다거나 이거 안 먹으면 아사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몰락하는 세상을 구하는 이 엄청난 '반지원정대'의 출정식에 우리가 꼭 필요한 호빗이란 말을 믿기는 어렵다. 이 세계엔 절대반지 따위 없고, 그런 요소가 없다면 모르도르에 맞서 싸우는 전력은 곤도르와 로한이지 샤이어의 호빗들 따위가 아니다.(메리와 피핀이 로한과 곤도르에서 작위를 받아봤자 얼마나 기여를 하겠는가? 그 이전에, 가면 작위를 주긴 주나?)
문제는 저런 말에 현혹되는 이유가 진보신당 구성원들 자신의 자뻑 내지는 조급증에 있다는 거다. 진보정당을 독자적으로 구성하고 있다는게 온 세계를 구하는 일이라는 식의 자뻑을 실제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온 세상을 구하기 위한 다른 시나리오를 구상해서 만들어주면 현혹당하는 것이다.
김창현은 바닷물은 3%의 소금만으로도 썪지 않는다며 우리가 소금의 역할을 하는 것도 좋지만 집권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컬트정당을 할지 집권을 목표로 할지 확실히 정하라는 조국 교수의 말과도 비슷한데, 여기서 중요한 건 우리가 소금 역할이나마 제대로 했냐는 것이 아닐까. 3% 정당이 쓸모가 있어 보이면 사람들은 그 정도 규모의 활동은 용인해 주게 되어 있다. 그것도 못 보여줬으면서 20% 나오지 않으니 이 노선으로는 안 되겠다고 말하고 통합하고 연립정부 만드는데 까지 따라가겠다는 것이 과연 문제의 핵심을 인지한 대응인가. 민주노총 조합원 움직여서 진보양당 통합하라고 강짜놓는게 그렇게 타당한 방법이라면, 민주당이 민주노총과 연합하면 문제가 해결될 게 아닌가? 그걸로 되는 게 별로 없단 걸 뻔히 다 아는 상황에서 이상한 소리들을 하는 것이 아닌가?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당해내지 못하는 것, 혹은 우리가 민주당을 진보적으로 견인할 수 없는 이유, 혹은 진보정당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들에 대해선 다들 어느 정도 설명을 하고 있다. 서민층이 투표를 하지 못한다는 것, 민주당을 진보적으로 견인할 대중조직이 부실하다는 것, 민주노총이 6%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정도만을 대변할 뿐이라는 것 등등. 민주당에서 진보신당까지의 이 정당들을 합쳐봤자 결국 그 프레임에서 노는 셈인데 그렇게 해서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다면 민주노동당 당세의 십분지 일에 지나지 않는 컬트정당 하나 빼고해도 될 것이다. 여기서 그들이 말하는 건 '통합하면 감동이 오고 그러면 바깥의 유권자가 움직인다.'이다. 물론 이것도 맞는 말인데 이것조차 꼬마 정당 하나 빼고 해도 큰 문제가 없지 않은가? 실제로 지난 지방선거 때 여기저기서는 진보신당은 따로 나오는데도 '야당 단일후보' 플래카드를 내거는 이들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어쩔 수 없이 '민주노총 바깥'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된 정당이 하게 된 일이란 것도 분명히 있다. 그런 고민들을 생략해 버리면 무척 곤란해진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당리당략에 맞춰 무자르듯 재단하는 거다. 가령 이런 기사들을 보자.
"지난 4월 1일, MBC <후플러스>는 충격적인 내용의 방송을 내보냈다. IT업체 N모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해 온 양모 씨(34세)가 오른쪽 폐의 절반을 잘라내는 큰 수술을 받은 것. 양 씨는 건강을 해친 근본 원인이 "개발자에게 부담되는 과도한 노동 시간 때문"이라며 산업재해 신청에 동의해줄 것을 회사에 요청했으나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노동단체나 정당을 찾아가봤나?
"힘이 돼 준 곳은 IT산업노조와 진보신당이었다. 실질적으로 상황을 바꿀 힘은 얻지 못했으나, 여러 모로 조언을 받았다. 정작 나서주기를 기대했던 민주노총, 한국노총은 별 관심을 안 보였다. 정치적으로 파급력 있는 사안이 아니면 안 나서려는 것처럼 느꼈다.
사실 승소 가능성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진보신당의 고문변호사와 면담했는데 '지금 선생님은 이길 생각을 하시면 안 된다. 대한민국이 얼마나 비겁한 사회인지 소송 하면서 아시게 될 것이다, 선생님은 희생해서 근로자들에게 실패로 교훈을 주는 게 얻을 수 있는 최대치다'라고 하더라.
변호사를 선임 못한 것도 승소 가능성이 낮아보여서 그런 것 같다. 실력 좋다는 변호사는 다 찾아다녔다. 그런데 열이면 열, 자기한테 이런 사건을 왜 갖고 오느냐고 화만 내더라. 나 홀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 "사람 잡는 야근…폐 잘라낸 SI개발자"[프레시안 / IT 일상다반사] 개발자 양 씨, 회사와 싸우는 이유 2010-08-18
"IT산업노조가 진보신당과 함께 지난 4월 6일부터 15일까지 IT노동자 1665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연간 평균 3000시간의 노동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68)에 비해 무려 1232시간을 더 일했다.
이에 반해 야근, 특근 수당이 법대로 지급되거나 대체 휴가가 주어지는 경우는 2.3%, 2.5%에 그쳤다. 95%를 넘는 절대 다수의 IT노동자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셈이다. IT노동자의 82.2%가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79.2%는 근골격계 질환을 겪으면서도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 '일의 노예'… 한국의 IT개발자가 사는 법[프레시안 / IT 일상다반사] 개발자 스스로 '권리 찾기' 나서야 2010-08-12
"희망연대노조와 진보신당은 1월중순부터 한 달간 숙박업 노동자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임진수 진보신당 민생사업실 국장은 '모텔은 흔해졌는데, 이제까지 한번도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을 짚어본 적이 없어서 실태조사를 벌였다'라고 말했다. 메이드(청소 담당)를 제외한 서울 강남,신촌,송파 등의 모텔노동자(지배인/당번/당번 보조/캐셔 등) 135명이 응한 이 조사에서는..."
- 시사in 180호 (2011.2.26)
정치에 제법 관심이 있어도 듣도 보도 못한 노조와 함께 진보신당이 뭘 조사했노라고 나온다. 이게 뭐 대단하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대단하기는커녕 매우 약소한 것들이다. 그런데 같은 자료가 있으면 아무래도 덩치가 큰 단체의 자료를 인용하게 되는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나같아도 그렇게 한다.) 언론의 속성을 고려할 때, 이 대단치도 않은 자료들이 맹점의 영역에 있고 그래서 진보신당이 가끔 이런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 하나의 문제다. 이걸 '맹점'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안 보이는 영역이 보이는 영역보다 훨씬 크게 되니까.
이 대단찮은 자료들은 드러내도 쓸 곳이 별로 없다. 국회의원 한 명 있는 정당이 실태조사 했다고 하여 그럴듯한 입법행위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들 산업 종사자들이 조직화가 잘 되어서 관심 가져 줬다고 대거 진보신당 입당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개혁언론들에서 자료 받아서 취재 보강한 뒤 보도 소스로나 쓰게 된다. 2-3% 정당이 고만고만 국고보조금 받아 연명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란게 이 정도인데, 그런데 이게 남들은 안 하는 일이다. 뭔가 황당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사실 유럽의 녹색당류들도 이 정도 지지율 밖에 안 되지만 선거제도의 차이 때문에 권력분점에 훨씬 유리하다는 얘기는 굳이 꺼내고 싶지도 않다.
우리 사회에 이런 일들이 필요없는 것인지에 대한 성찰, 혹은 이게 필요하다 해도 정당 차원에서 할 일은 아니지 않느냐는 반론, 국고보조금 타서 겨우 연명하는 군소정당이 제 정치성을 가지고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지에 대한 갑론을박, 정도가 있어야 진보신당이 사라져야 할 조직인지 아닌지를 논할 수 있을 거라 얘기하고 싶은 거다.
그런데 정당의 목적은, 정말로 집권이 맞는가? 맞다 해도 그게 유일한 목적인가? 정치학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인가? 정당의 주요한 목적은 강령에 적혀 있을 것이고, 혹여 그런 식의 이념적(?) 접근이 아니라 다윈주의적으로 접근하더라도 그 1차적인 목적은 집권이 아니라 존속일 텐데. 1-2% 정당, 혹은 2-3% 정당으로 제 정체성을 가지고 사회에 유의미한 기여를 하면서 존속할 방법도 찾지 못하는 이들이 통합 뽕 맞고 연립정부 뽕 맞으면 뭘 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 자체가 너무 웃긴 일이 아닐까?
여기서 웃긴 얘기를 하나 더 하자면, 내가 이 글에서 퍼온 저 자료들은 진보신당 홈페이지에선 어디가도 찾을 수가 없다. 만들었을 당시 보도자료는 배포했겠으나 그걸 지금에 와서 검색하기도 힘들고 비슷한 종류의 자료들끼리 정리해 놓은 것도 없다. 남들이 안 하는 활동을 했으면 체계적으로 정리를 해놓아야 할 텐데... 진보신당의 쩌는 위엄...OTL... 컬트 정당이라도 제대로 했어야지...
감사합니다.
몇가지만 말씀드릴게요.
이 일들은 당이기에 할 수 있는 것보다는 저런 노선을 견지해 온 분들이기에 할 수 있는게 아닐까요?
민주노동당이 아예 비토를 놓게 되서, 진보신당만이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 것 같아요.
진보신당 분들이 많은 기여를 하고 계시는 것이야 누구나 인정해야 할 것이고요. 다만, 진보통합정당 내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보신당이 창당을 한것은 과거 민주노동당의 패권적 행동, 구체적으로는 투표제의 대의성 상실을 기초로 쫒겨나다시피 했다는 입장에서 기인한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이 제도적 개선을 했다는 기고를 최근에 봤습니다. 저에게는 설득력이 있었고요.
물론 정작 통합을 했을 때, 다시 회귀하는 식으로 변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패권적 문화가 진하게 남아있다면, 작은 부분부터 큰 문제에 이르기까지 노선재현에 어려움이 부딪힐 수도 있죠. 따로 또 같이 하는 방식보다 더 큰 불합리, 비효율을 발생시키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많이 변했다고 생각해요. 민주노동당에 적극 지지를 보내지는 않지만, 외부에서 주목해서 보는 분들은 대개 민주노동당이 신뢰를 줄 만한 정당으로 진화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참여당 지지자입니다. 민주당과의 통합을 약간 꺼려하는 입장이기도 하죠. 그러나 백만민란에는 찬성을 합니다. 많은 시민들이 보내는 관심과 기대, 한편으로는 압력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과하게 대변하는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야권 1위정당인 민주당을 완전히 신뢰하기엔 더 많은 분들의 관심이 필요해서 당장은 무리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이런 시각에 비추어보면, 민주노동당은 많은 기대를 이끌어내는 정당입니다. 그렇게 쉽게 이상해질수 없다고 봐요.
야권연대의 대원칙에 한해서는, 하지 않았을때 나타나는 불행에 대한 책임감과 각 정당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도 좋지만, 국민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 바탕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획득하는 것이 전략적으로도 타당하다라는 측면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당간의 관계가 여러 차원에서 논의되긴 하지만, 기저에 저와 비슷한 생각들이 있는 채로 위에 추가적으로 진보정당 통합의 전략적 이득을 말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이런 것들을 포괄적으로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서 약간은 두서없고, 댓글치고 길지만, 몇마디 남깁니다.
지나가던 행인
1rz...
당장 순천에서도 민주당 무공천 얘기가 나오자 지역에서 오히려 여론이 악화되고 있죠. 우리가 지지하지도 않는 잡당을 왜 찍어야 하냐는 반발이 나오는건데, 심심하면 호남당 타령하며 양보안하면 밟아죽이겠다던 국참당에게는 사형선고 수준의 얘기고, 민노당이나 진신당에게도 좋을 거야 없는 얘기죠.
게다가 지금 구도를 보면 노무현 팔아먹어서 비벼볼만한 김해, 연합후보가 되면 가장 편안한 순천은 지들이 먹겠다는게 잡당들의 구상이고 민주당은 가장 어려운 분당과 강원이나 하라는게 그 양반들 바램 같은데....
까놓고 말해 민주다 엿먹으셈. 정도죠. 조국이가 쓴 책도 말이 좋아 진보집권플랜이지 양심적으로 시민집권플랜 아니겠습니까. 김규항이 그거 잘 비꼬더군요. 인터넷 유빠들이야 현실 모르고 국참당 단일후보가 관악, 금천, 중랑, 성동 같은거 먹어야 한다고 할테고 민주당은 송파, 강남, 분당에서 출마하라고 할게 뻔하고 말이죠.
그리고 더 미안한 얘기인데 솔직히 저는 386이나 자칭 진보 일각에서 진보신당까지 끌어들이려는 건 패착이라고 봐요. 한윤형님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진보신당 덕에 들어오는 표보다 나가는 표도 많을 수 있다는 건 외면하는 듯 싶어요.
그나저나 님 글에서 반가운 것은 단일화 삽질에 민주당에게 모든 걸 원망하진 않는다는 정도네요. 막말로 민주당 내 이인영이나 당내 일부 386친노 정도 빼면 민주당 지지층은 딱히 연합전선에 싱숭맹숭합니다. 오히려 단일후보니 연대니 제일 울궈먹는 건 예나 지금이나 유시민이죠.
가끔 보면 과거의 사표론까지 울궈먹으면서 민주당은 욕하고 국참당에는 호의를 보내는 자칭 진보신당 지지자들을 보는데 그 양반들 보면 머리가 안 돌아가니 당이 그 모양이지라는 악담이 나오긴 하더군요. 뭐 촛불쟁이들 머리 돌아가는게 뻔하지만은....
그리고 제가 지난번에 한번 썼던 것 같은데 사실 유시민이 대선 꿈꾸지 않으면 민주당과 기타 정당은 선거연합하기 쉽지요.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보다 지지율 앞서는 유력후보 몇 개만 양보받고 대선에 안 나오는 식의 트레이드가 가능하니까요. (총선과 대선이 연동되어 있으니 가능한 얘기이긴 한데...) 연립정부 운운은 되지도 않고 되도 곤란한 서로 피곤한 얘기구요.
선거연합->연립정부 프로세스가 제대로 진행될 거라는 생각은 저도 안 합니다. 다만 그 프로세스를 믿는 분들이 많고, 그 프로세스를 신봉하는 이들이 '민주당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쾌거를 이룩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그 첫 발자국인 '진보양당 통합(사실상 민주노동당의 진보신당 흡수합병)' 정도를 성공해낼 역량은 되어 보이네요. 그러니 아무래도 이 당은 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고, 설령 이겨낸다 하더라도 유력 정치인 둘셋과 활동가 십여명이 우르르 저쪽으로 가버리면 혼자 존재하는게 의미가 없는 정당이 되어 버리니 그도 망한 거지요.
요약하면 진보신당은 (제 친구 한 명의 정리대로라면) '대충 이제 죽는다는 건 알고 있는데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만 확실히 모르는' 그런 사정이 되겠습니다.
작자미상
그렇지 않으면서 자화자찬을 하는 것은, 거칠게 말하자면, 마스터베이션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진보신당이 저 내용을 정치적으로 구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런 분들이 민주노총을 비롯해 여기저기를 떠돌다가 간신히 진보신당에서나 조언을 얻을 수 있는 현실을 뛰어넘어 정책적으로 '구제'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를요.
그게 당장 100을 다 채울 수 없다 해도, 50만이라도 채워질 수 있도록 방향성을 고민해야 할 것이고, 거기에 진보신당의 현재적 고민의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회에 조승수가 있는 것과 없는 것. 차이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조승수가 1명 있는 것과 2명 있는 것, 20명 있는 것이 저 분들의 삶에 어떤 차이를 가져다 줄까요?
혹자는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무상급식을 전면화하여 급식비로 지출되는 비용을 가계의 다른 항목으로 돌려 살림살이에 발톱만큼이라도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것이고, 무상의료를 실현시켜 살림살이의 숨통을 더 틔워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노동관계법을 개정해서 고용의 질을 높임으로써 저 분들의 자녀가 알바를 전전하다가 끼니는 편의점에서 퉁퉁 부은 다리를 주무르며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때우는 현실을 조금은 바꿀 수도 있을 테죠.
진보신당이 진정성 어린 조언자에서(그러나 현실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는) 더 나아가 위에서 말한 내용들을 실현시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출범한 대중정당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