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예전에 작업했던 원고 중의 일부분인데, 작업 자체가 나가리가 나서 쓸 곳이 없는 글입니다. 최근 세대론에 관한 논쟁을 하면서 '20대 비례대표'론에 대해 비판적인 언급을 했으니 이 부분을 풀어놓아도 될 것 같습니다. 관심있는 분들만 보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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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에 대해서도 캐릭터에 대한 관심 이외의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어떤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정치인’이란 직업을 가지게 되는가?”라는 접근이 있을 수 있겠다. 미국의 경우엔 케네디 가문 부시 가문 등 ‘정치’의 업보를 대를 이어 세습하는 엘리트주의의 전통을 지니고 있고, 유럽의 경우 당원 중심의 기반이 탄탄한 정당에서 활동가들이 자연스럽게 정치인으로 전환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매개’의 관점에서 탁월한 것은 후자 쪽이다. 한국의 경우는 군부독재 시절 정부의 담당자들, 그 이후 시절의 공무원들,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 그리고 운동권 출신이나 시민사회단체 간부 출신들이 정치인이 되고 있다. 이중에서 그나마 ‘매개’에 가까운 것은 후자의 사례인데, 386세대 운동권들과 그 직후세대 운동가들이 대거 정치인이 된 이후 그 매개의 문이 닫혀 버렸다는 것이 이 부분에서 큰 문제다. 다시 세대론으로 돌아와서 생각해 본다면, “지금의 20대들 중 어떤 이들이 정치인이 될 것인가?”라고 질문해 봤을 때, 보수 진영은 고위 공무원이나 기업가들, 진보진영은 진보적 생각을 지닌 변호사 등의 전문직들이 정치인을 구성할 것이라고 답변할 수 있고, 게다가 그 ‘데뷔’의 시기는 적어도 40대 이후, 그러니까 20년 후의 일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매개의 고리가 전혀 없는데다가 데뷔시기가 너무 늦는 것이다.
우석훈 박사가 주창하고 일군의 20대들이 운동을 벌였던 “20대 국회의원”론은 바로 이 문제를 직시했다는 점에서 크나큰 의의가 있다. 하지만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에서는 다소 정교하지 못했던 것 같다. 문제는 당장 ‘20대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는 당위가 아니라, (그런 당위가 어떤 근거를 통해 지지받을 수 있을까?) 정치적 관심을 지닌 젊은이가 그 관심을 유지하고 적절한 경력을 쌓아나가면서 정치인이 될 방도가 있느냐는 문제다. 각 정당의 활동가로 시작한 젊은이들이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20년이 걸리더라도 괜찮다. 문제는 그동안 그들이 정치를 충분히 생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나는 만일 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그들이 훗날 국회의원이 되는데 성공할 경우, 그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전문직으로서의 ‘자수성가’ 이후 느닷없이 정치권으로 합류하는 이들이 할 수 있는 일과는 뭔가 다르리라고 느낀다. 왜냐하면 그들은 정치 영역의 본질인 ‘매개’를 전문직 종사자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체험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20대가 직업정치인을 꿈꿀 수 있어야 한다, 는 것이 나의 주장이라면, 각각의 정당에 요구할 수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지금보다 훨씬 대규모의 대학생/청년 대상 정치캠프 프로그램이 시행되어야 한다. 이는 정당에게는 홍보의 수단이 될 수 있고, 젊은이들에겐 이력서에 한줄 더 써넣을 수 있는 경력이 될 수도 있으니 문제의식을 가지고 조금만 압박하면 충분히 시행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원 중심의 정당조직을 가지지 못한 보수정당에서는 ‘직업 정치인’ 육성 프로그램을 짜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각 정당의 이념에 합치하고 정치적으로 재능이 있는 젊은이들을 선발하여 그들을 각 당에서 적절한 일자리를 줘서 교육시키고, 그후 그들을 구의원, 그리고 시의원에 공천하고, 거기에서 경력을 쌓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좀더 상급단체의 정치인을 욕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시행가능성도 거의 없는 “20대 비례대표”론보다 더욱 혁신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것이다. 당원 중심의 정당조직을 지니고 있는 진보정당의 경우라도 비슷한 종류의 프로그램은 요구된다. 386세대와 90년대 초반 학번 운동가들 중심의 좌파정당에서 지금의 20대가 스스로의 힘으로 기를 펴기는 어렵다. 의원 보좌관이나 당직자에 이후 세대 젊은이들을 배려하는 쿼터제를 실시하고 이들이 자연스럽게 당에서 책임있는 위치에 오르도록 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 이런 지원책 속에서야 우리는 ‘정치인’을 정치적 매개의 변수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작년 '20대 국회의원만들기' 주장은 당시 총선을 앞두고 '88만원세대'를 통해 세대담론이 등장해버린 배경과 무관하지 않을텐데,(몇 군데서 이걸 주장했죠)이건 그냥 힙합가수 디지가 강남에 출마한것처럼 '이벤트'나 '상징'으로 보는게 좋을거 같아요. 그냥 튀어나온 20대 국회의원이라는건 '(이런게 있나모르지만)국회의원에 요구되는 자질, 경험, 아래로부터의 다져진 역량' 에 대해 끊임없이 검증을 요구받을 것이고, (설령 비례대표로 나온다해도) 당사자에게는 보편적 20대와 다른 무엇인가가 있을것이니, 이 부분이 과연 이 세대를 대표한다는 의미가 맞는지는 모르겠으니까요.
의문점 : 민노당이나 진보신당 정치캠프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는 젊은이가 이것을 이력서에 기재하여 삼성이나 엘지 계열사 지원시 제출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인사 담당자가 이것을 좋은 경력으로 봐 줄지 의문이 듭니다(중소기업이나 자영업주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대기업(더 넓게는 영세 자영업자까지)이 원하는 인재상은 말 잘 듣는 체제 순응형 인간이 아닌가요? 그런데 (기존 시스템을 바꿔 보겠다는 사람들이 모이는) 정치 집단 그것도 아예 확 뜯어 고쳐버리겠다고 벼르는 좌파쪽 대학생/ 청년 정치캠프에 참가하여 열심히 활동한 사람을 대기업 인사 담당 임원들이 체제 순응형 인간으로 봐줄지 아니면 회사 뒤집어 엎을 사람으로 판단할지 답이 뻔히 나오지 않나요?
자신의 미래가 중요한 젊은이 입장에서는 되도록 좌파 보다는 우파쪽(실은 극우 수구 꼴통) 정치 캠프에서 경력을 쌓거나 아예 정치쪽에는 발을 적시지 않는게 낫다고 생각하지 않을 까요?
직업정치인을 꿈꾸는 젊은이를 위한 정치캠프라고요? 그런데 말이죠. 직업정치인을 꿈꾼다고 모두가 직업정치인이 되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스타 지망생이 모두 스타가 되는게 아니듯이.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직업정치인을 꿈꿀 수 있다고요? 그럼 할 수 없죠.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이 아무리 많은 정치 캠프를 개설해도 지원하는 젊은이는 늘지 않겠죠. 가수로 성공하기도 어렵지만 (한국에서 비주류인) 락가수로 성공하기가 더 힘이 드는 것처럼 직업 정치인 그것도 소수정당 소속 직업 정치인이 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힘든 일인데 누가 그 길을 걸어가겠어요.
386 이후의 정치 세력을 키워야 한다는건 누구나 동의하지만 과연 기득권 정치인들이 그 길을 터줄지, 각 정당이 한윤형씨 주장을 받아들여 각종 프로그램을 더 많이 만들고 기회를 확대한다고 해서 젊은이들이 더 몰려들지(특히 좌파쪽)는 여전히 의문이네요. 당위는 있는데 현실성은 보이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