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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대학내일] 우려되는 외국인 혐오증

조회 수 886 추천 수 0 2008.01.23 08:30:19
학생논단에 실린 글입니다. 그동안은 블로그에 옮기지 않다가, 날짜 계산해서 소급적으로 다 올렸습니다. '대학내일' 태그를 클릭하시면 모두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이 글은 술 한잔 하고 썼더니 원고 분량에 비해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고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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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혐오증(Xenophobia)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것은 이른바 ‘보수언론’들이 주동하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에서 찾아보기 쉬운 시민들의 자발적인 정서다. 언론들은 이제야 이 현상에 주목하기 시작했지만, 사실 누리꾼들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봤다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천 참사에 희생당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누리꾼들의 싸늘한 반응은 이례적인 것이 아니다.


근거가 없는 외국인 혐오의 논거들 ●

불법체류자들을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의 일자리를 뺏고 있는가? 물론 서구의 선진국에서도 그러한 이유로 외국인들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이 타당한 이유 같지는 않다. 이 문제에 대해 연구한 학자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유입된 직업의 경우 일종의 ‘낙인효과’가 생겨서 그 후로는 내국인들이 고용을 기피하게 된다고 한다. 외국인들을 쫓아낸다고 해도 한국인들이 그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다 더 싸게 부려먹을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기용하는 것일 게다. 자본이 마음껏 이동하는 세계화의 질서를 대개 긍정하는 우리들이, 노동의 이동을 부인한다는 것은 무언가 앞뒤가 안 맞는 일이 아닐까? 국민경제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도 굳이 혐오를 한다면 외국계 투기성 금융자본을 혐오해야 더 타당할 것이다.


어떤 이들은 단체를 만들어 시위를 하면서 불법체류자를 반대하는 것이지 외국인 혐오는 아니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외국인 혐오에 대한 사전적인 설명을 보자면, 원래 그것은 불법체류자들의 범죄에 대한 과민반응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의 범죄율이 현저하게 높다고 단체들은 주장하지만, 데이터는 그들의 범죄율이 합법적인 외국인들보다 오히려 더 낮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결국 그들의 말은 다른 나라의 외국인 혐오는 A이지만, 우리는 A여도 외국인 혐오가 아니라는 말과 같다. 그들은 차라리 “외국인 혐오가 왜 나쁜가? 극우파가 왜 그른가?”라고 물어야 할 것이다.


인종주의인가? ●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개 지금의 세계질서에서 우리의 조국보다 못 사는 나라 국민들이기 때문에, 이 혐오증이 일종의 인종주의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물론 그런 부분이 있겠지만, 좀 더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도 있다. 불법체류자처럼 법적인 논리를 들이밀 수 없어서 구체적인 행동이 덜 보인다 뿐이지 백인계 외국인 영어강사에 대한 일반의 혐오도 만만치 않다. 주로 그들이 한국 여성들을 꾀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 남성들이 그러한 혐오를 드러낸다. 여기에는 괴상한 민족주의 정서와 서구적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 묘하게 중첩돼 있다. 이러한 열등감이 분명히 실존한다는 사실은 인도 파키스탄 지역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태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즉 경제능력으로는 제3세계 출신에 속하면서 외모는 아리안 민족의 핏줄을 따라 서구적인 이들은, 한국 남성들에게 가장 격렬한 증오의 대상이 된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 멍청한 이들의 외모에 속아나가는 한국 여성들의 무지함과 품위 없음에 대한 조소도 잊지 않는다.


인권감수성이 필요하다 ●


쇄국정책을 펼 수 없는 이상 한국 사회에 외국인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북한과의 평화협력 교류가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은 ‘섬’을 벗어나 대륙과 맞닿게 된다. 러시아와 중국, 특히 중국인들의 유입이 많아지게 될 텐데 그들을 멸시해서는 중국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인간적인 대우를 못 해주다가 갑자기 중국이 그러므로 한국에 있는 자국민들을 보호해야겠다고 모종의 조치를 요구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구가 많은 강대국과 맞닿은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인권감수성을 키우는 일은 우리의 품위를 높이는 일일 뿐 아니라, 실리적으로도 올바른 일이다.

한윤형 서울대 인문 01 (대학내일 405호)

누룽

2008.01.24 01:41:47
*.157.204.82

오늘 중앙시네마에서 시간 때울라고 무심코 집어 들었다가 이름을 보고 '괜히' 반가웠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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