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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누군가가 그의 성적 쾌락의 경향성에 대해, 사랑스런 대상과 그를 취할 기회가 온다면, 그로서는 그의 경향성에 도저히 저항할 수가 없다고 그럴듯하게 둘러댄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나 그가 그러한 향락을 누린 직후에, 그를 달아매기 위한 교수대가 설치되어 있다면, 그래도 과연 그가 경향성을 이겨내지 못할까? 그가 어떤 대답을 할지는 오래 궁리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그에게, 그의 군주가 그를 지체 없이 사형에 처하겠다고 위협하면서, 그 군주가 기꺼이 그럴듯한 거짓 구실을 대 파멸시키고 싶어하는, 한 정직한 사람에 대하여 위증할 것을 부당하게 요구할 때, 그의 목숨에 대한 사랑이 제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그때 과연 그가 그런 사랑을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어떤지를 물어보라. 그가 그런 일을 할지 못할지를 어쩌면 그는 감히 확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그에게 가능하다는 것을 그는 주저없이 인정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그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의식하기 때문에 자기는 무엇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도덕법칙이 아니었더라면 그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로 있었을 자유를 자신 안에서 인식한다.”


임마누엘 칸트의 저 유명한 <실천이성비판>에 나오는 너무나도 유명한 구절. 프리드리히 실러는 이 내용을 한 편의 시로 요약했다. “이론적 영역에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는다네. / 그럼에도 실천명제는 타당하다네 : 너는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너는 해야 하니까.” 대부분의 윤리학자들은 행위의 자유가 있어야 그 행위의 도덕성을 판별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칸트는 반대로 우리에게 도덕적 행위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두고 우리가 자유로운 존재임을 논증한다. 인류의 모든 지적 유산을 다 뒤져도 이만큼이나 인간의 이성과 도덕성에 대한 믿음을 절절하게, 그리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구절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한국인들은 저러한 말에 감동받을 수 없는 사람들일까? 최근 피랍 사건에 대한 일부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며 그런 의문이 들었다. 나는 ‘교회 바깥에 구원이 없다.’고 믿는 기독교의 오만함을 좋아하지 않고, 한국 기독교회가 지나치게 근본주의적이라는 데에 동의하며, 국가정책을 무시하는 샘물교회의 행동을 옹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목숨을 거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는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윤형 (드라마틱 26호,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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