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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어떤 트릴레마

조회 수 826 추천 수 0 2007.06.26 16:24:19

건강에 신경쓰는 노동자 계급의 술꾼이라면 세가지 목표를 추구하지만 그 모두를 성취할 수는 없으며 대개 두 개 정도만 성취할 수 있는 '트릴레마' 상황에 빠지게 된다. 그 세가지 목표는 1) 획득열량의 최소화, 2) 비용의 최소화, 3) 숙취의 최소화다.

2001년에서 2003년가지의 나는 1)과 2)에 치중하며 3)을 희생하는 정책을 취했다. 그 결과 싸게 술을 먹으면서도 55kg의 몸무게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3)을 희생한 대가는 빵구난 학점으로 돌아왔다. '학생'이란 허울좋은 신분에서 완전히 추방될 위기에 처해서야 나는 정책을 바꾸었는데, 그래서 2004년부터는 1)을 희생하는 정책을 취하면서 몸무게가 불어났다. 군대가기 직전 내 몸무게는 72kg이었다. 평생토록 뚱뚱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아무런 경계심 없이 몸무게가 치솟았다. 현실을 직시했을 때엔 이미 되돌릴 수 없었다. 다행히 군대에서 10kg 정도는 뺄 수 있었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뉴아틀란티스>의 방법론을 여전히 추종하는 이들이라면, 이 트릴레마는 기술의 발전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가령 참이슬 프레시의 등장은 트릴레마를 해소할 수 있는 한가지 길을 제시하는 듯 했다. 가정용으로 구입할 경우 한병에 900원밖에 하지 않는 이 위대한 술은, 2001년 경의 참이슬과는 화학적으로 같은 술이라 볼 수 없을 정도다. 그렇지만 트릴레마의 문제는 단지 술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안주까지 포함시켜 계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지적인 파악이 끝나지 않았더라도,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수행의 문제인 만큼 실천에 있어 '고수'와 '하수'를 구별할 수 있다. 음주경력은 7년에 불과하지만, 나는 3차 정도까지는 트릴레마를 훌륭하게 극복하는 건전한 음주인이다. 하지만 먹은 술이 어느덧 주량을 초과하고 내가 술을 먹는게 아니라 '술이 술을 먹는' 경지에 이르면, 트릴레마고 뭐고 아무런 고려가 없다.

Trotzky

2007.06.26 17:08:46
*.232.157.225

제 경우는 "술이 술을 먹는 지경"에 이르러 필름이 끊어지는 상황에 이른 적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4번 정도 될 거에요. 하지만 님처럼 열량까지 분석하면서 먹는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군요. 혹시 저 트릴레마의 문제에 대해 언급하신 스승이 따로 계시온지 여쭙고 싶네요(평소에도 술을 입에 댄 적은 없지만 치과 치료 때문에 핑계대고 과감히 안 마시는 중).

하뉴녕

2007.06.27 13:23:10
*.176.49.134

스승은 없고 하도 먹다보니 저렇게 분석을...;;;

ghistory

2007.06.26 22:37:31
*.140.17.100

트릴레마는 외스타 에스핑-안데르센이 운위하는 사회민주주의적 복지국가의 트릴레마 이외에는 국내에서 용례가 거의 없는데...

대단합니다.

하뉴녕

2007.06.27 13:23:30
*.176.49.134

아마 당대비평에서 한번 보고 송호근 교수가 사용하는 걸 한번 본듯...

김대영

2007.06.27 15:58:39
*.138.147.134

경제에서도 종종 쓰이지요. 인플레이션과 경기부양 그리고 국제수지가 세마리 토끼를 쫓는 것처럼 어렵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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