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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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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866 추천 수 0 2007.04.10 01:13:32
1. 악의 구렁텅이

여동생이랑 같이 살고 있으니 혼자 살 때만큼 나태해지지 않는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 새내기 술꾼때문에 가끔 나조차도 먹기 싫은 날 술을 먹어야 할 때가 있다. 그나마 요새는 적응을 해서 단호하게 거부하는 편이다. "오빠! 꼬치랑 맥주 먹고 오자!" "안 먹어." 게다가 나는 밥과 술밖에 찾지 않는 성격이고, 요새는 저녁 먹은 후엔 밤을 새더라도 야식을 먹지 않는 건전한 생활을 하고 있으나, 오늘도 내 여동생은 11시에 집에 들어오면서 미니컵라면 두 개를 사 들고 들어왔다. "집에 라면 있어. 사놨다구." "아 그래? 몰랐지." "근데 왜 두 개야?" "ㅎㅎㅎ. 오빠도 먹을까봐." 다행히 나는 컵라면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멍하게 영화 <킹콩>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습관이 드니까 정말 한 9시 이후엔 액체만 먹어도 배가 안 고프다. 정 못 참겠으면 과일 조금씩 먹고.

2. 어떤 가사분담

여동생과 나태함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우리 집의 가사분담은 엉터리다. 이론적으로는 동생이 요리만 하고 나머지는 내가 다 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실천적으로는 이렇다.

동생이 결코 안 하는 것 : 설겆이, 음식물 쓰레기 봉투 건드는 것, 쓰레기 봉투 건드는 것(쓰레기 배출일자도 모른다.), 라면 끓이기, 보리차 끓이기, 김치썰기, 정리정돈

내가 결코 안 하는 것 : 요리, 손빨래 (나는 내 옷은 손빨래 하는 법이 없다. 가끔 엄마가 와서 "이건 손빨래야!"라며 해주는 경우는 있어도. )

동생이 주도적으로 하는 것 : 내 방 청소 (나는 다른 곳 청소하고 지쳐서 대개 내 방은 청소하지 못한다.)

내가 주도적으로 하는 것 : 부엌 청소, 동생 방 청소 (내방보다 훨씬 넓다.), 화장실 청소, 가스렌지 청소, 세탁기 돌리기, 빨래 널기

대충 여동생이 나태해지면 먹는게 부실해지고 내가 나태해지면 집안에 폐기물이 쌓이는 그런 시스템이다. 그래도 가끔 어머니가 드나들기 때문에, 어머니가 집에 와서 경악을 할까봐 둘다 조심을 하기 때문에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는다.
 
3. 수업

그러니까 군대를 다녀온 후 첫 학기란 말이다. 불과 2주전까지만 해도 학교가는 것이 무척 즐거웠다. 수업듣고 교재 읽으면서 숙제나하며 다니는 것만큼 편안한 일이 세상에 없는 것처럼 생각되었고. 그때 KSW씨가 "그거 중간고사까지밖에 안 가."라고 예언했더랬다. 그 예언이 적중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기타 신경쓸 일이 많아서인지 요샌 수업시간에도 꾸벅꾸벅 졸기 일쑤고 (그래도 노트필기는 안 빼먹고 다 한다. 하도 졸았더니 공력이 쌓였나 보다.) 학교도 재미가 없다.

4. 블로그 관리

수업과 상황이 거의 동일하다. 글 자주 안 올라와도 양해바란다.

5. 친구

학교가기가 재미가 없는 건 저학년 때 학교생활을 잘못하여, 아니 거의 안 해서(-_-;;) 학교 안에 친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 친한 친구는 다 학교밖에 있다. 게다가 두루두루 많이 사귀기보단 친한 친구 몇 명을 만들어놓는 그런 식의 교우 시스템이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내 모든 친구는 '술친구'다. 그러다보니, 약간 나이를 먹어 다들 바빠지니까 나는 '마치 친구가 없는 것 같은' 상태가 되어 버렸다.

6. 술

살짝 우울하면 술을 많이 찾는데 그보다 좀 더 우울하면 술을 잘 안 먹는다. 요즈음 나는 후자쪽이다. 평균보다 덜 먹는다는 건 물론 아니고, 이전의 나에 비해 현저히 덜 먹는다는 거다. 군대에서 억지로 술을 끊어야 했을 때, 나는 내가 절대로 술을 자력으로 끊지 못할 것임을 깨달았다. 너무너무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니까 남은 길은 두 개다. 슬슬 조정해서 평생 술을 먹느냐, 아니면 젊을 때 너무 먹다가 늙어서 못 먹을 지경이 되느냐. 물론 전자 쪽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술을 안 먹는 건 기본적으론 나에게 자학 비슷한 거다. 주머니가 가볍기도 해서 일주일에 두 번만 술먹기로 결심했다. 누가 사준다고 불러내는 건 빼고.

(...그런데 방금 KSW가 사당에서 술 먹다가 집에 가려고 했는데 우리 집 앞이라고 한잔 하자고 전화왔다. 일단 오늘 이번주 첫번째 티켓을 쓰기로 하자. -_-;;)



김규섭

2007.04.11 10:31:46
*.241.78.242

예전에 NJT형과 생활할 때 자취방의 상태는 상당히 양호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현재 그렇지 못한가봐?

하뉴녕

2007.04.11 14:08:55
*.176.49.134

뭐 지금도 양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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